생강 절편 입에 물고

최미선 한약사 / 기사승인 : 2021-12-06 00: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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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약재 산책

어릴 적에 방학 때 봉동에 놀러 간 적이 있다. 큰이모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봉동에는 생강밭이 많았다. 특이한 것은 나 같은 어린아이도 생강을 무 먹듯이 씹어먹는 것이었다. 나도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맵고 강한 냄새 때문에 번번이 삼키는 것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생강차에 절인 생강은 맛있는 간식거리였다. 큰이모 덕분에 우리 집에는 생강차와 생강이 항상 넘쳐났다. 

 

생강은 성질이 맵고 따뜻하고 독성이 없어서 약으로도 유용하고 생선이나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고 김치의 풍미를 더해줘 식재료로도 유용하다. 생강의 대표적인 효능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해 복부 팽만, 소화불량, 설사, 복통, 입덧, 멀미 등을 치료하는 것이다. 특히 평소 복부가 냉하고 잘 체하며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 위장 장애를 갖고 있을 때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한약에는 강3조2라는 것이 있다. 많은 약에 생강 3편 대추 2알을 기본으로 넣는 걸 이르는 말이다. 이때 생강의 역할은 약물을 잘 조화시키고 독을 해독하며 약물의 소화흡수를 용이하게 돕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위궤양이나 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생강의 따뜻한 성질과 위액분비 촉진작용으로 인해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생강은 추운 겨울에 우리 몸이 추위를 물리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뜻한 성질은 혈관을 확장해 혈액 순환을 도와 체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역시 이런 성질 때문에 치질이나 종기가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혈관 확장이 이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먼 길을 떠날 때 생강차의 생강 절편을 챙긴다. 생강 절편을 입에 물고 있으면 멀미가 안 나고 입 냄새도 잡아준다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생강과 귤피를 함께 달여 임산부의 입덧을 잡는 약으로 쓰는 것을 보면 차멀미에도 상당한 효능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긴 세월이 흘러 늙으신 큰이모는 더 이상 생강 농사를 짓지 않지만 어머니의 여전한 생강 사랑 덕에 집에는 생강차와 생강 그리고 말린 생강가루(건강)가 항시 대기 중이다. 새벽을 즐기는 나는 매번 겨울의 새벽을 기다린다. 은은한 스탠드 조명, 향긋한 생강차 그리고 모두 잠든 고요함이 주는 신비롭고 포근한 분위기는 마치 내가 태양을 도와 아침을 여는 자가 된 듯한 기개를 갖게 한다.


최미선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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