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씻은 구정물을 어찌…” 화장산 세이지(洗耳池)

김진곤 울산향토사도서관 관장 / 기사승인 : 2021-11-29 0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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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100리 길 탐사(7)

반곡초 부지 희사 송석하와 이관술, <현대문학> 창간 김기오와 오영수

<헌산여지승람> 편찬 기록 없는 ‘김천상 영세불망비’

“훌륭한 정치 삼 년에 백성들은 흉년을 구제함을 입었노라. 넓디넓은 은택은 고헌산이 오히려 가볍구나.”

 

김천상이 언양현감으로 재임 중이던 영조 33년(1757)에 조선 후기의 언양 지역에 관한 읍지인 <헌산지>를 편찬했다. 그는 숙종 26년(1700)의 기록인 <언양읍지>가 미흡한 것이 많아 서석린에게 새로 만들 것을 부탁했다. 


그 작업을 진행하던 중 홍문관에서 고을마다 읍지를 편찬해 올리라는 명과 함께 세부 항목까지 하달됐다. 이를 두고 김천상은 서문에서 ‘조정의 뜻과 내 뜻이 우연히 일치했다’고 기록했다.


이 비석은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고속도로 시공 당시 발굴됐지만 방치되다가 1998년 <울주 삼남지> 발간을 위한 자료조사 과정에서 주민 이중화의 제보로 다시 발견됐다. 이 비석은 언양읍성 석축 500주년 행사를 기념해 언양읍사무소에 세웠다가 언양읍 청사 신축 공사를 하면서 현재의 위치로 다시 옮겼다.
 

▲ 언양현감 김천상 영세불망비

 

▲ 언양읍성 영화루. 문예서 시낭송가가 시 두 편을 낭송했다.


사금(砂金) 났던 감천((坎川)거랑

이 거랑은 고헌산에서 발원해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을 거쳐 KTX울산역 입구의 자전교 앞에서 남천과 합류한다. 인근의 주민들은 감내거랑이라 부른다. 1910년대 초기 자료인 <조선지지자료>에 삼동면 금사천(金沙川)과 함게 이 거랑에서 사금이 난다고 기록돼 있다.


그런데 이 거랑이 언양천으로 변경됐는데, 언양읍 남쪽으로 흐르는 남천과 구별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시인들은 남천을 언양천으로 기록하고 있다.
 

▲ 감천거랑

 


1947년 반곡초등학교 신축 때 부지 함께 희사했던 ‘송석하와 이관술’

반곡초등학교 창건기에 이 학교 설립 때 부지를 희사한 명단이 기록돼 있다. 송석하는 한국 최초의 민속학자이고, 이관술은 사회주의 독립투사였다. 권포양은 제16대 국회의원이었던 권기술의 아버지이고, 권금술에 대한 인적 사항은 확인된 바 없다.


그들이 희사한 부지 면적은 권포양(평리) 3250평, 송석하(서울) 1271평, 권금술(반곡) 652평, 이관술(범서) 542평이다.


한편 소산봉수대에 있는 권포양의 묘비문에는 ‘공(권포양)은 1945년 토지 3800평을 학교부지로 무상 기증했다’고 하여 연도와 면적이 다르게 기록돼 있다.
 

▲ 반곡초등학교 공적비

 


송석하의 조선민속학회의 창립과 학회지 <조선민속> 창간

조선민속학회는 1932년 조선 민속에 대한 자료 수집과 지식 보급 및 연구자들의 친목 교순(交詢)을 목적으로 창립됐다. 이 학회는 상북면 양등리에서 태어난 송석하의 발의로 언양읍 출신인 정인섭과 동래군 사하면이 고향인 손진태가 함께 창립했다. 이처럼 이 학회의 창립은 언양권 중심의 동부 경남의 세 학자가 주도했다. 이와 함께 일본학자 아키바 다카시와 이마무라 도모가 합류해 학회가 결성됐다. 


<조선민속>은 조선민속학회가 창립된 이듬해인 1933년에 발간한 최초의 민속학 전문 학술지다. 당초에는 계간으로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결과적으로 1호를 1933년, 2호를 1934년, 3호를 1940년에 간행하고 종간됐다.

장계룡 모자(母子)의 열행과 효행을 함께 기린 ‘양세정려각(兩世旌閭閣)’

이 효열각은 언양읍 반곡리 언동마을에 있는데, 조선 후기 인동장씨 문중 장계룡의 효행과 그의 어머니 파평윤씨의 열행을 함께 기리기 위한 것이다. 윤 씨는 그의 남편 장후시가 죽자 피눈물을 흘리며 울다가 그만 실명했다. 아들이 지성으로 모시면서 단(壇)을 모셔놓고 10년 동안 하늘에 기도를 드리자 어머니가 광명을 찾았다. 


두 정려비는 고종 5년인 1868년 3월에 함께 세웠다. 특이하게 장계룡의 정려비에 아내 해주오씨가 기록돼 있는데, 이는 그의 효행이 그녀의 내조에 힘입었음을 말해 준다.
 

▲ 장계룡 모자 양세정려각


매월 25일 전에 <현대문학>을 발간하겠다고 장담했던 ‘난계 오영수’

<현대문학>은 6.25 전쟁 직후인 1955년 1월 언양 출신 김기오가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오영수가 편집인으로 창간한 이래 66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발행해 2021년 8월호로 지령 800호를 맞았다.
오영수가 창간호 편집 후기 말미에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하나하나를 실천에 옮기겠다. 다만, 매달 거르지 않고 25일 전에 꼬박꼬박 내놓을 것을 여기에 확약에 둔다”고 쓴 것처럼 그의 의지와 다짐대로 지금까지 매월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발행돼왔다.


그는 생전에 100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산딸기>(1970)처럼 간결하고 쉬운 문체와 향토성 짙은 서정적인 분위기로 인간 내면의 세계를 치밀하게 묘사한 명작이 많다. 그러나 <축견기(畜犬記)>(1972)처럼 현실 도피로 주제 의식이 빈약하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 작가 오영수 묘소


부로산 산줄기가 길게 이어져 취성천 합수거랑에서 멎은 ‘진등’

이 등성이는 부로산의 서쪽 산줄기부터 작괘천을 따라 쌍수정마을까지 길게 이어진 산등성이라고 하여 진등(長嶝), 옛날에 가야군과 대치했던 신라군이 진(陣)을 친 곳이라고 하여 진등(陣嶝)이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이곳에 길게 이어진 산길로 쌍수마을과 도호마을 주민들이 언양읍과 삼남읍으로 왕래했다.


덕천고개 동쪽을 경유하는 경부고속도로 경계점부터 쌍수정마을 직전까지 KTX복합특화단지를 2022년 착공해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어 푸릉바위 등 진등 일대가 모두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화장산 화장굴 암벽의 명문(銘文), 언양현감 ‘윤병관(尹秉寬)’

윤병관은 40세가 되던 1887년 1월(고종 24년) 언양현감에 임명돼 1년 6개월 동안 역임했다. 그 후 내금위장으로 임명돼 떠나게 되자 언양 사림 정방선(鄭邦善) 등 53명이 경상감사에게 다시 언양현감으로 임명해 주기를 청원했다. 


그는 임기 중에 고을의 학교를 중수하고, 학문을 진흥했으며, 성곽을 고쳐 쌓고, 군사 조련에 힘썼다. 관아의 건물을 수리하되 비용을 녹봉에서 충당했다. 이와 함께 검소한 생활 태도로 백성들의 본보기가 되었고, 결국 언양 고을이 태평하게 됐다.


한편 <파평윤씨 세계>에 2기의 선정비를 세우고, 만인산(萬人傘) 3점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만인산 중에 1점은 울산박물관에 기증돼 있지만, 선정비는 1기도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명문 외에 작괘천에 화장굴과 동일한 글자로 병마절도사 조재항과 필체가 동일하게 나란히 기록돼 있다.
 

 

언양현감 서익보(徐益輔)의 시비(詩碑), ‘제화장암(題花藏巖)’

“화장암산은 경주를 향해 서 있고/ 냇물은 울산 바다로 흐른다./ 화장굴 아래 부처는/ 말없이 오랜 세월 앉아 있다.”


서익보는 고종 원년(1864)부터 동 5년까지 언양현감을 지냈다. 하단 좌수 등의 하급 관리들의 명단으로 보아 토착사족과 향리들이 세워 준 것을 알 수 있다.
 

▲ 제화장암(題花藏岩). 언양현감 서익보의 시암(詩岩)

 


중국 요(堯)나라에서 날아온 화장산의 ‘세이지(洗耳池)와 소부당(巢父堂)’

중국 요 임금 때 허유(許由)는 오로지 의(義)를 지키는 은자(隱者)였다. 임금이 천하를 그에게 물려주겠다고 제의해도, 구주(九州)라도 맡아 달라고 해도 모두 거절했다. 


그는 귀가 더러워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흐르는 물에 귀를 씻었다. 이때 소부(巢父)가 망아지를 앞세우고 나타나 서로 그 연유를 묻고 그대로 대답했다. 소부는 “그대는 은자라는 이름을 은근히 퍼뜨려 명성을 얻었다”고 나무라며 물을 거슬러 올라가 망아지에게 물을 먹이며 말했다. “귀 씻은 구정물을 망아지에게 먹일 수는 없잖소.”


한편 상북면 지내리 주민들은 화장산의 북쪽 골짜기를 소부당이라 일컫고, 이 산을 소부당산(巢父堂山) 또는 소부댕이라고 한다. 

 

▲ 화장산 세이지에서 탐사팀

 

▲ 김기오 생가


글 김진곤 울산향토사도서관 관장
사진 김정수 사진작가


※ 이 글은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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