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울산-365경>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곳, 관(館)이 좀 더 관심 가져야 할 곳-몽돌 해녀마을

이민정 시민 / 기사승인 : 2022-05-10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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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 해녀마을을 찾았을 때는 4월 10일 일요일 정오가 지날 무렵이었다. 해변 쪽 좁은 차도는 마을주민들과 방문자들, 주차된 차들, 양방향 차들로 북새통이었다. 50미터쯤을 벗어나는 데 20분 가까이 걸렸다. 통상 이렇게 차로 상황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한 대가 빠져나가면 반대쪽 차가 빠져나가도록 기다려 주거나, 대수가 적은 쪽을 먼저 보낸 뒤 길을 트는 게 암묵적 양보의 미덕인데, 여기는 양보는 부재했고 이기심만 가득했다. 걸어가는 사람은 차를 가로막고 사진을 찍었고, 끼어들 틈이 없는 곳에 낡은 은색 벤츠를 억지로 들이민 장년의 남성은 운전석 차창을 다 내린 채 담배를 피웠다. 양보를 한답시고 뒤로 후진을 하니 저쪽에서 10여 대의 차가 마구 밀고 들어온다. 결국 내 차 뒤로 저쪽보다 더 긴 줄이 생겨버렸다. 양쪽 모두 오도 가도 못 하는 난장판이 돼버렸다.


더군다나 차가 뒤엉킨 길 양쪽으로 해녀들이 갓 따온 미역이 마르고 있었다. 적절한 곳에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차량통제를 하거나 차로 확장이 필요해 보인다. 공공장소 건립과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다. 관이 신경 쓸 일이란 말이다. 자원봉사를 요구하거나 강요하기에는 요즘 세태에 맞지 않고, 그럴 인력도 없어 보였다. 반구대에도 명승 지정에 따른 일자리 문제가 저렇게 시끄러운데, 아무래도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닌 듯싶다. 걸어왔으면 더 좋았을 걸 싶어서 차량으로 이동하자 했던 성경식 작가에게 괜히 신경질을 퍼부었다.


이른 아침 물에 들어간 해녀들은 먼 곳까지 배를 타고 나가 오후 3시가 넘어야 들어온다고 했다. 그들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답답하던 때 차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무척 짜증났다. 선착장 쪽에 자리가 있어 차를 대는데 한 대 더 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답시고 천천히 후진하는 사이 또 한 대가 옆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 뒤로 차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었고 몇 초만 기다리면 될 일을, 후진하는 내 차 쪽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그 검정색 그랜저에 울화통이 치밀었다. 버럭버럭 욕을 한 바가지 쏟아냈다.


아무리 둘러봐도 해녀가 없었다. 간판에도 해녀라는 글자를 찾기 어려웠다. 인터넷에 몽돌을 검색하면 한가득 나오는 사진들 덕분에 이 지역 해변은 익숙할 지경이었다. 이 장소를 포기해야 하나 갈등하던 중 미역을 작업 중인 공간을 발견했다. 사람은 없고 미역과 소쿠리가 가득 있었다. 점심시간 때라 식사하러 간 모양이다. 좀 더 걸어가니 길이 2미터쯤, 폭 50센티미터쯤 되는 긴 나무판 위에 미역이 가지런히 정리된 것들이 여러 개 놓여 있고, 야구공만 한 크기의 동글동글한 미역귀를 말리고 있는 건조판들이 보였다. 좀 전에 봤던 작업장과 비슷한 공간에서 한 어르신이 쭈그리고 앉아 미역을 가지런히 펼치고 있다. 앞에서 한참을 내려다보다 물었다. “어르신, 해녀세요?”

 

▲ 미역 다듬는 해녀. ©이민정 시민기자

 

▲ 해녀마을 주민.©이민정 시민기자

 

▲ 해녀마을 주민.©이민정 시민기자

 

▲ 미역 다듬는 해녀들. 어느 해녀의 아들 내외 또는 딸 내외와 손자도 함께 하고 있다.©이민정 시민기자

 

▲ 테트라포트 위에 갈매기와 갈매기 똥이 데코레이션을 이루고 있다.©이민정 시민기자

 

해녀라고 하면 두꺼워 보이는 검정색 고무 잠수복을 입고 커다란 수경을 쓰고 소쿠리를 든 모습만 생각해왔다. 그런 모습이 아닌 해녀를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몸빼 바지를 입고 챙이 큰 모자를 쓴 어르신이 해녀라고 생각해서 던진 질문이 아니라 그냥 하소연하듯 던진 질문인데 대답이 “예”여서 깜짝 놀랐다. 몸빼 입은 해녀 어르신 뒤로 낡은 캠핑 테이블과 긴 의자가 있어 털썩 걸터앉아 말을 걸었다. 뻔한 질문, 해녀 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이 집에 시집오면서 해녀를 시작했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해녀였다고 했다. 해녀지만 수영은 할 줄 모르고, 오리발을 차지 않으면 물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해녀가 수영을 못 한다고 했다. 물에 들어가면 얼마나 계시냐고 하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번 목도에 갔을 때 해녀를 발견하곤 잠수시간을 잰 적이 있는데, 그때 1분쯤 계시더라 했더니, 그분은 오래 계시네, 했다. 바다에 들어갔을 때 뭘 발견하면 가장 대박이냐니 생각을 너무 오래 하기에 보기를 제시했다. 전복, 성게, 멍게. 딱 내가 아는 만큼이다. 전복이 대박이라 했다. 성게도 대박이라 했다.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여기저기 오가던 동네 어른들이 가까이 다가와 대화에 꼈다. 인상 깊은 이야기는 미역과 도둑의 이야기다. 이 미역들은 양식이냐 자연산이냐. 자연산이다. 봄에서 여름 사이에 어디선가 미역 씨가 바위에 붙어서 가을, 겨울에 자라 입춘 전후로 딴다고 했다. 미역 씨는 어떻게 생겼냐고 하니 미역에 끈끈한 액체가 씨라고 했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씨는 고체 형태여야 하는 것 아닌가. 포털에서 검색해보니 미역 씨는 결과에 없고 지식백과에는 어려운 말만 가득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끈끈한 액체가 유주자(遊走子)란 포자 덩어리는 맞는 것 같다. 씨가 고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미역에도 꽃이 피냐고 물으니 있지 않겠냐고 어른들이 설왕설래했다. 씨와 꽃을 본 적 있냐니 모른단다. 나중에 알아봐야지 해놓고 또 원고 마감 시각까지 알아보지 않았다. 이 게으름, 정말 싫다. 어쨌든 미역은 꽃이 없는 게 맞는 것 같다.

 

▲ 바다의 디딤돌.©성경식

 

▲ 갓 따온 미역이 해녀의 손을 거쳐 마르고 있다.©성경식

 

▲ 미역귀.©성경식

 

▲ 해녀, 마을사람과 대화하는 필진.©성경식

대형 건조판에 널려 있는 미역은 완전히 말랐을 때 두 개의 덩어리로 각각 판매되는데 한 개가 대략 5만 원에서 그 이상으로 형성되는 듯했다. 작년 이맘때쯤 누군가가 시에서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1억2000만 원을 지원받아 행사를 진행하게 됐는데 행사 총연출을 맡아 달라고 찾아왔다. 결국엔 9000만 원을 지원받게 된 모양인데, 날 두 번째 보던 날 2000만 원을 빌려 달라더니 이후로도 계속 돈 빌려 달란 말을 하고 여러 가지로 경우 없이 화나게 한 사건들이 있어 대선으로 여기저기 단체가 만들어지던 무렵 인연을 끊었다. 그 사람이 내 작업실을 방문하던 때 내게 굉장히 큰 미역을 누런 종이에 싸 가지고 선물이라고 갖고 왔다. 누가 준 거라며, 굉장히 귀하고 비싼 거라고 강조했다. 집에서 해 먹는 요리라 봐야 라면이나 면과 크림소스만 들어가는 파스타가 다인데 미역이라니. 결국 옆집에 갖다 주고 미역국을 한 냄비 얻어먹었다. 그 미역 건조판들을 보니 잊고 있었던 그 사람이 기억났다. 반구대는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의 일자리 지원금 1억을 집행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이 데모도 하고 힘들어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선거기간에 일 좀 도왔다고 참 쉽게 지원금 받아낸다 싶어 씁쓸했다. 이 선거철에 나도 뭔가 일을 맡고는 있다만, 저런 사람들 덕분에 괜한 구설수에 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막연히 불쾌하다.


도둑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다. 플래카드도 크게 걸어뒀다. 한밤중에 장비를 들고 와 바위는 물론 바닷속까지 싹 쓸어간다고 했다. 끊임없이 도둑이 들어 동네 사람들이 수산물을 지키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한다. 나라 곳간이든 가정집이든 여기저기 훔치는 놈들 참 많다. 당장은 잘 먹고 잘살지 모르겠다만 배탈이 날 땐 적당하지 않을 것이다.

 

▲ 테트라포트 얼굴.©손방수

 

▲ 거북 바위?©손방수

 

▲ 녹슨 조형물.©손방수

 

▲ 아무렇게 만든 탁자와 주워온 의자가 자갈돌밭 위에서 조화를 이룬다.©손방수

 

▲ 벽돌과 돌담의 조화.©손방수

 

▲ 우중충한 날씨. 그 아래 선착장과 작은 배들 전경.©손방수

주전마을은 2014년 대한민국 경관대상을 수상했음을 알리는 머릿돌이 있다. 천혜경관 덕이다. 제당도 복원돼 있다. 과거 이 근처 마을에는 이런 제당이 마을 단위로 하나씩 있었다고 한다. 각 마을은 각기 신을 모셨다. 그 마을의 신을 모시는 곳이 제당이다. 성경의 어느 한 장면에 회당에서 예수가 사람들이 잡신을 모신다고 화를 버럭 내면서 제사상을 뒤엎는 장면이 있다. 미술학자가 쓴 어느 글에 따르면 당시는 도시에 커다란 회당이 있었고, 사람들이 원주의 각 부분에 자리를 잡아 자기가 믿고 싶은 신을 제당을 만들어 모셨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한 신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였다는 것이다. 사진 속 주전마을 제당은 고전적이지만 지금 복원된 제당은 대리석으로 나름 웅장한 멋이 있다. 배경이 바다인 이 포토존은 꽤 멋지다.


그런데 좀 더 현대적인 멋을 부리고 싶어선지 여기도 여기저기 구조물들이 있다. 대개가 녹이 슬었다. 저거 다 세금으로, 누군가 또는 누구들이 호주머니 두둑이 챙겼을 일이다. 예술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수많은 작가가 저렇게 오브제 설치하는 자체를 굳이 반대하고 싶진 않다. 다만 기획부터 좀 더 고민하고, 차후 흉물스럽게 방치되는 일 없도록 유지와 보수를 꾸준히 해주길 희망한다. 그렇지 않다면 좀 더 자연친화적인 재료를 쓰든가 특별히 관리하지 않더라도 흉물이 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한다.


주전마을은 차로 정비와 도둑 방지용 CCTV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이 천혜의 자연경관을 더 아름답게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마을주민들과 함께 관이 앞장서 고민해줬으면 한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이 마을이 스스로 나서기는 힘들어 보이니 관이 먼저 고민해줘야 할 일 아닐까.

 

▲ 복원된 주전마을 제당.©김희정

 

▲ 화창한 날과 맑은 바닷물. 아이들이 바위 위에서 한가롭다.©김희정

해녀들이 입수하고 출수하는 장면, 가득 찬 그들의 바구니, 투박한 손의 세심한 동작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배우가 스타일을 유지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곳이지만 낮고 화사한 하늘색 지붕들, 제주도에서 볼 법한 돌담들, 오래됐지만 깨끗한 골목들은 참 따사롭고 정겨운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다. 올해 안에 주전마을과 몽돌해변을 거쳐 경주 경계선까지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며 촬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때는 해녀와 그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이민정 시민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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