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의 전쟁(1)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7-21 0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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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방이 전쟁터로 변한 지 오래다. 그곳에서 난 어쩌면 수많은 적군을 사살한 영웅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들은 끊임없이 구원병을 보내 지쳐있는 나를 자극한다. 쉴 수가 없다. 이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이 전쟁은 올해로 6년째,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시작됐다. 아이가 한 살을 갓 넘겼던 시기였다. 이전에 살던 곳은 꽤 오래전에 지은 낡은 아파트라 난방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아파트 외벽과 맞닿아 있어 내부에선 곰팡이가 피기 십상이다. 여름엔 사방으로 막힌 터라 더위를 견뎌 내기가 힘든 일이었다. 물살이 약한 샤워기는 우리를 더 화나게 했다.


마침 내 일터가 바뀌어 이사를 결심하던 차였다. 해가 뜨고 지는 따뜻한 집이길 원했다. 이 집 저 집 둘러보던 중 이전의 악조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금의 집을 만났다. 밝은 톤의 벽지와 비교적 깔끔하게 보였던 집 상태도 마음에 들었다. 바로 전세 계약을 했다.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 청소 용역을 불러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한 상태로 만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주를 거행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아내도 나도 많은 기대를 했다. 그해 겨울엔 정말 따뜻했다. 여름엔 시원했다. 샤워 물살은 피부가 따가울 정도였다. 악조건을 벗어났다는 생각에 우리는 마냥 흐뭇했다.


그런데 의외로 복병은 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하는 법이다. 바닥에 누웠는데, 무언가 기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개미였다. 한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기우였을까. 우리가 이 집에 들어온 첫날부터 개미가 기승을 부린 건 아니었기에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들어왔을 거라 생각했다. 제거할 참으로 작은 개미 두세 마리를 꾹꾹 눌렀다. 까만 점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인간에게 엄청난 교훈을 남겼던 터라 이후로 더 살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생활이 익숙해질 때가 되면, 가끔 음식을 먹다가 처리하지 못한 부스러기나 찌꺼기가 거실 바닥에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음료수를 먹다 남기거나 제때 설거지를 해두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런 우리의 못난 습관이 화를 불러일으킨 것일까. 이젠 개미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그 주위로 길게 줄지어 선 개미들의 수를 세어보니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으로 비비듯 쓸었다. 수많은 점이 내 손바닥에 붙었다. 그들의 행로를 와해시키고, 도망가는 적을 마저 사살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승전보를 알렸다. 아내는 비웃듯 날 쳐다본다. 아이는 개미를 죽이지 말라고 아우성이다.


이사 후 어림잡아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없었던 개미가 갑자기 나타났던 이유가 무엇일까? 이사할 당시 갑작스러운 청소에 개미도 놀랐던 것일까? 우리 집은 아파트 13층에 있다. 개미가 살 만한 터가 아닐 텐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참을 수 없었던 난 집주인에게 자초지종을 물어야 했다. 전화를 걸었다. 황당한 것은 우리가 살기 전부터 이미 개미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그걸 알고도 우리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던 것은 화가 났다. 그리고 같은 동 아파트의 지인도 같은 상황이라 했다. 방역 업체를 불러도 소용없었다는 말을 전했다. 그렇다면 해결이 어렵다는 말이 아닌가.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잊었다. 집주인으로부터 속 시원한 말도 듣지 못한 채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했다.


이후로 나는 개미 박멸을 위한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개미가 드나드는 곳을 찾아 직접 죽이기도 하고, 개미 약을 곳곳에 설치도 해보고, 스프레이로 뿌려 보기도 했다. 집안 곳곳의 전적지에서 수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개미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여왕개미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알까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개미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람이 사는 동네가 있는 것처럼 개미가 사는 동네가 따로 있다는 암묵적인 믿음은 거짓이다. ‘이 집을 떠나지 않는 이상 개미와 공존할 수밖에 없겠지’하고 생각하면 슬퍼진다. 아직까진 아내와 아이가 쓰는 방을 침범하진 않았다. 개미에겐 ‘단내’가 나지 않는 성역일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개미 덕분에 우리 가족에게 바람직한 습관이 생겼다. 개미가 이곳저곳 활개 치게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한 생활 루틴이 자리 잡았다. 첫째, 음식을 먹은 즉시 설거지한다. 둘째, 외출할 때 집안이 습하지 않도록 환기시킨다. 셋째, 음식물 쓰레기는 발생하는 즉시 버린다. 넷째, 자주 청소하고 닦아 준다 등등.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개미는 인간에게 해충일까, 익충일까?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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