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나라는 어드메인가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 기사승인 : 2021-07-20 0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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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여행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 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 산천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 찬 곳 희망의 나라로

현제명 작사 작곡의 ‘희망의 나라로’에서 보듯 그의 음악에선 낙관적이고 밝음이 느껴지고 희망이 다가옵니다. 노래가 만들어진 1931년(발표 시기는 1932년) 그해 발간된 ‘현제명 작곡집’ 제2집에 담긴 뒤 오늘날까지 애창되는 현제명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희망의 나라는 태평양 건너 자유의 물결이 넘치는 아메리카도 아니고 ‘광복된 조선’이 아니라 ‘일본의 대동아공영’(大東亞共榮)을 염원하며 만주국 건설을 찬양하는 노래라는 학설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현해탄을 건너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열망을 대변한다는 말이지요. 미국과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사상전향을 하기 전 만들어졌으니 희망을 담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이 노래는 진주 출신 대중가수 남인수(1921~1962년)의 생전 애창곡이기도 했습니다. ‘애수의 소야곡’을 비롯한 무수한 히트곡을 남긴 그는 가수로 무대에서 앵콜을 받으면 맨 먼저 ‘희망의 나라로’를 열창했다고 합니다. 미남이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가왕의 칭호를 받는 남인수는 ‘혈서지원’ 등을 남긴 대표적인 친일파 가수입니다. 

 

음악 시간에 교과서에서 현제명의 노래를 배운 세대는 이 노래 자체는 나쁘지 않다거나 현제명의 친일 행위를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통한 ‘내선일체’를 굳히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경성음악협회’와 ‘조선음악협회’에서 활동하고,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문 주최의 연주회와 조선군사령부 후원의 음악경연대회 등을 통해 천황이 있는 동쪽으로 궁성요배를 하고, 일본의 제2국가인 ‘바다로 가면’ 등을 부르며 “일본 정신을 구현하고 일본 문화의 향상에 기여하는” 활동에 진력했다 하여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 들어있습니다.

 


현제명이 태어난 대구에는 ‘현제명 나무’가 있습니다. 현제명이 학창 시절 다니던 길목에 있었다는 수령 이백 년 된 이팝나무를 ‘현제명 나무’라고 이름 지어 보호수로 정하고 안내판을 설치했습니다. 현제명을 기리지 말든지 기리고 싶으면 친일행위까지 낱낱이 밝혀야 하는데 어두운 면은 숨기고 밝은 면만 부각해 후세에게 곡학아세하고 있습니다. 대구에는 달성공원 앞에 ‘이토오 히로부미’에게 끌려다닌 ‘순종’을 기리는 ‘순종어가길’을 조성하고 동상을 세웠습니다. 영남(대구 부산 마산) 남순행(南巡行)이라지만 저항하는 민심을 다스리기 위한 회유책이었습니다. 대구민족문제연구소에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농업용 저수지로 준공된 수성못의 뒷산에는 수성못을 축조한 일본인 묘소가 있고 추모식이 열리기도 합니다. 식민지 조선을 사랑해 조선에 묻혔다는 일본인 무덤 주변을 단장하고 수성못 둘레에는 벚꽃을 심어 봄에는 하얀 벚꽃이 휘날립니다. 조선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저수지를 만들었을까요? 조선의 소작 농민 후손들은 공출을 통한 식량 수탈을 위해 저수지를 만든 일본인을 추모하고 벚나무를 심어 산책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앞에는 초대 학장을 역임한 현제명을 기리고자 1961년 동창회에서 세운 현제명 흉상이 얼마 전까지 있었습니다. 지금은 흉상이 철거돼 좌대만 빈자리를 지키고 있어 다행입니다. 현제명의 ‘그 집 앞’은 순수합니다.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의 집 앞을 서성인 기억이 있는 사람은 지금도 이 노래를 읊조릴 겁니다.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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