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고 비겁한 21대 국회

이은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울산본부장 / 기사승인 : 2021-11-29 0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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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지난 11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5개월간 계류 중이었던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청원’(국민동의청원)에 대해 ‘심사 기간을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연장’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올해 5월 10일 시작한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단 10일 만에 10만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국민동의청원에 대해 국회는 최대 5개월 이내에 심사할 의무가 있다. 그 5개월을 꽉 채워 돌아온 대답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도 있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핑계로, 심사기한을 21대 국회가 끝나는 2024년 5월 29일까지 연기한다는 것이다. 말이 ‘심사기한 연장’이지, ‘폐지반대’라 해석하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회법 제125조 제5항에는, 국민청원안에 대해 회부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해야 하며 예외로, 특별한 경우 한 차례만 60일 연장 가능. 최대 150일 안에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법 제125조 6항은 다시 그 예외로서, ‘장기간 심사를 요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의결로써 추가 연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위 조항이 규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예시조차 없으며, 연장할 수 있는 심사 기간의 상한조차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국회법 제125조 제6항은 헌법에 따른 명확성 원칙을 전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근거로 국회가 10만의 국민이 요구한 청원안을 단 한 번의 심사도 없이 임기 말까지 보류했다가 폐기할 수 있게 했고, 이는 국민동의청원제도를 형식적 제도로 만드는 것이자 국민의 청원권을 실질적으로 가로막게 되는 것이다.


오는 12월 1일이면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만 73년이 된다. 주지하다시피, 국가보안법은 이승만 정권이 해방 후 정통성 없는 정권의 유지를 위해, 정치적 반대자와 저항하는 국민을 억압하고 제거하기 위해 제정했으며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을 때려잡기 위해 만들었던 치안유지법과 보안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지난 73년간 분단과 독재에 저항하고 권력의 폭력과 전횡에 맞서 싸우는 국민을 탄압하는 전가의 보도였다.


이번 10만 국회 청원이 10일 만에 성사된 것은 국가보안법이 지난 세월 동안 정권의 안보만을 위해 작동해왔고 평화통일을 근본적으로 가로막아왔으며, 우리 국민의 인권과 생명, 우리 사회의 합리적 이성과 상식적 판단, 정상적 발전의 근본 장애물이라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 5개월간 국가보안법 청원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의견 수렴도 없이 깔아뭉개고 있다가, 이런 가당찮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심지어 이번 심사 연장에 ‘여당 발의 국보법 폐지안’에(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해 국민동의청원뿐 아니라, 여당의 개정 또는 폐지안 세 건도 제출돼 있다) 동참한 의원들도 동의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펼쳐졌다. 국회 법사위의 청원심사 연장 결정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한다는 것이며, 21대 국회 임기 내에는 논의하지 않겠다(책임지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과 꼼수만 작동한 것이다.


5년 전 우리 국민은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하며 촛불항쟁에 나섰고 그 결과로 문재인 정권과 18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악용해 평화를 위협하고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구태, 적폐를 용서치 않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현 정권과 거대 여당 민주당을 만든 것이다. 


21대 국회도 그렇고, 법사위도 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70년 분단과 독재의 표징, 구시대 유물 중의 유물 국가보안법조차 폐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니 표 계산만 하며 야비한 꼼수로 민의를 희롱한 것에 대해 우리 국민은 결코 눈 감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염치도 없고 비겁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은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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