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건강하게 지탱해주는 공동체 문화 자리 잡아야”

조강래 인턴 / 기사승인 : 2021-07-21 00: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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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문화

허영란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 허영란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조강래 인턴기자


Q. 울산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해오고 있는지?


울산대학교에서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다. 근현대사라는 것은 지금 현대와 밀접한 시대를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현재와의 연관성을 항상 고민하게 되는 전공이다. 내가 하고 싶은 역사는 엘리트들이 기록으로 많이 남겨둔 역사가 아니라, 역사 속에 살아갔고 역사 속의 주인공이었지만 기록을 남기기 어려워서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던 보통 사람으로부터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관심이 많다. 보통 사람의 삶과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관련이 되고,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연관이 될까에 대한 고민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 있는 연구 분야는 지역사다. 지역사를 예전에는 지방사 또는 향토사라고 불렀다. 향토사는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서술한 것이고 지방사라고 하는 것은 서울이라는 중앙정부의 관점에서 쓰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왕이나 중앙정부가 내려다보는 관점에서 지역에 일어난 이런저런 일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지역사라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역사를 지방민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 역사는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서다. 그런 면에서 지역사회라는 것은 행정구역일 수도 있고 문화적인 권역일 수도 있는데, 지역의 관점에서 역사를 보게 되면 기존의 역사와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의 관점에서 염포를 개항하고 일본인들에게 교육을 허가했다고 실록에 기록돼 있지만, 염포에 살던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 일본인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역의 관점에서 열리는 역사적 사건들을 풍부하게 서술하고 상상해야 삶의 주인공,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예전에는 민중사, 주변 역사라고 불렀지만, 나는 방법으로서의 지역사라고 부른다. 내가 울산에 오면서 울산지역주민이 됐는데, 한편으로는 주민으로서 그리고 역사학자로서 일치시키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울산 지역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됐고 연구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Q. 직업에 관련된 활동 이외에, 시민영역과 문화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울산에서 역사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역사만 공부하면 됐던 것에서 고민의 범주가 넓어졌다. 그런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을 만나게 됐는데, 그들은 울산이라는 지역사회가 매력적인 도시고 특히 하드웨어가 매력적이라고 얘기한다. 반면에 소프트웨어는 매력적이라고 이야기를 안 한다. 사람이 만드는 문화가 매력적이어서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의 조건이 어떻든, 울산이라는 도시에서 살고 싶고 행복하고 의미가 있고 그런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도시가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해야 진정으로 행복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도시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일이 있다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활동에 관여하게 됐다. 학문을 하는 직업과는 달리 활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시민과 접하지 않고 살아가는 학자들보다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활동이 있기에,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건져 올리는 장점도 있다. 


그렇게 활동하다 보니까 중앙의 지역문화진흥원과 활동하게 됐다. 참여하게 된 이유는 지역 문화를 위해 일하는 곳에 지역의 당사자가 말하지 않으면 중앙에 있는 그들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들을 마냥 피하는 건 옳지 않다고 한편으로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서울에 있는 연구자가 지방분권을 얘기하는 것과는 다른 목소리를 지역 당사자가 많이 내야 하지 않겠는가. 지역사회 당사자들이 스스로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의 몸으로 느끼고 체화되는 것을 당사자의 입으로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것들이 잘 안 된다. 쉽지가 않다. 지금 지방소멸 얘기를 많이 하지 않나. 지방소멸을 해결하기 위해서 출산율 저하 해결과 같은 논의를 많이 하지만, 그것은 사실 중앙으로부터 내려오는 정책이다. 외국의 사례를 가지고 와서 고민하고 정책을 만들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실현성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포함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기회도 많이 없을뿐더러 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잘 전달되지 않고, 여러 가지 중간중간 전달을 막는 장애물이 많다. 그런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역사와 관련된 여러 논의, 지역사회의 목소리, 지역으로부터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태인데, 또 같은 이야기한다고 사람들이 짜증 내기도 한다. 그런데 또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겨워서라도 결국 듣지 않을까. 지역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하는데, 스스로 성장해가는 것도 좋지만 외부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Q. 울산이 문화가 충만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도시가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정책이 세계적인 트렌드인데, 울산이라는 도시의 브랜드는 무엇이냐고 했을 때, 울산의 행정은 아직 도시브랜드를 만드는 정책적 이해도가 많이 낮은 것 같다. 문화가 진짜 어려운 것이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진짜가 아니면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라는 것은 꾸밀 수 있지만, 진짜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문화라고 하는 것은 누가 표창하거나 증명서를 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문화적 가치에 대해 울산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인들, 공무원이 이해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바꾸는 게 빠르다는 계몽적인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렇게 끌고 나가는 것도 역시 시민들이 같이 발맞춰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줄탁동시라고 하지 않나. 안에서도 쪼고 바깥에서도 쪼아야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건데 울산에서는 아직까지 행정과 시민 양쪽 다 부족하다. 그런 부분을 우리가 인식하고 해결해나가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청년이 결국은 세월이 흐르면 의사결정을 하고 중요한 결정을 할 위치에 있을 텐데 원하든 원하지 않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젊은 세대가 같이 잘 준비해나가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이다. 윗세대는 변화하려면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어렵지 않나. 놓지 않아도 잘사는데 뭐 하려고 놓겠나. 젊은 세대가 새로운 가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은 과거의 패러다임을 버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이 다수가 되는 것이다. 그런 걸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과거의 패러다임에 비판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없으니까 오히려 부정적인 것에 대해서 자꾸 비판하기보다,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영향력을 키우고 더 많이 공유하면 대세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러한 방식으로 문화는 바뀌어 나가야 한다. 문화적 변화는 그렇게 일어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특히 울산의 권위주의적인 문화는 다음 세대까지 지속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청년 본인들이 주류가 됐을 때, 그것을 답습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건강하게 지탱해주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동체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문화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 문화가 시민들에게 체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강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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