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담론 5: 기술적 진보, 게임을 담은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 기사승인 : 2021-11-30 0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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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2000년대로 접어들 무렵 중국에서 시작해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로 확장한 한류 열풍을 보면 한국인의 예능적 감수성이 전 지구적으로 설득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미(美)군정기, 그리고 독재정권을 거쳐 오는 동안 기가 좀 죽어있었을 뿐이다. 앵글로색슨족과 흑인의 음악인 힙합과 재즈, 일본의 엔카(戀歌)에서 넘어온 트로트 등은 예술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원본성을 철저하게 무시해버린다. 


훌륭한 지리적 요건으로 평균 6개월에 한 번씩 전쟁이 났던 한반도의 국민은 얼른 짐을 싸서 재빨리 터를 잡던 인(印)이 박혀 냄비 근성이라 폄하된 적도 있지만 그 덕에 통신과 기술의 발달이 오늘에 이르렀다. 영화계에서는 할리우드 문법을 한국화해버렸고, 넷플릭스의 <옥자>(2017, 봉준호)는 70년이 넘은 칸영화제의 전통을 뒤흔들었으며, <오징어 게임>(2021, 황동혁)과 <지옥>(2021, 연상호)은 연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탁월한 응용력, “빨리빨리”를 외치는 근성, 재창조의 창의력은 일본의 만화와 미국의 웹툰 시장을 한국 특유의 것으로 전환시켜 버렸다.

 

웹툰은 월드와이드웹(www)과 풍자만화(cartoon)의 합성어로,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웹툰 작가들은 제멋대로 작품을 올려서 연재작이더라도 다음 화가 언제 올라올지 기약할 수 없었던 반면 우리 작가들은 독자들의 채근에 일종의 조급증과 책임감으로 주기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했다.
우리 웹툰 시장을 형성하고 활성화시킨 원조로 2009년 포털사이트 다음(Daum) ‘만화속세상’에 연재된 강풀의 <타이밍>을 꼽는다. 강풀은 모 만화가의 문하로 들어가려 했지만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활로를 찾은 것이 웹툰이었다고 한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플롯, 마우스 스크롤에 특화된 장면은 기존의 종이 책장을 넘기는 만화와 다른 차원의 새로운 기법으로 인식됐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영화화됐다. <아파트>,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통증>, <이웃 사람>, <26년>, <조명 가게>, <타이밍> 등은 개봉했고, <어게인>과 <무빙>은 제작 예정에 있다.


인기 있는 원작 소설이나 웹툰을 영화화하는 가장 큰 목적은 이미 평가받은 작품성과 형성된 독자층을 관객으로 유인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대중들이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웹툰은 영화의 원천 소스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광고가 몰리고, 돈이 넘쳐나는 곳에 웹툰 작가 지망생들이 급증한다. 일본 작품들을 표절한 작품들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국 웹툰 시장은 자가발전을 거듭하며 창의력의 향연장이 됐다. 한 컷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으면 읽고 해석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직관성을 더 선호하는 이 시대에 편리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풍조와 함께 배경이 생략되거나 단순화되고 한두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배경이나 색칠 작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과 탬플릿은 생각보다 상당히 발전해 있다.


많은 웹툰에서 게임적 특질을 융합시키고 있다. 증강현실, 라이프로깅(일상생활의 기록), 거울 세계, 가상세계를 적극 활용한다. 반면, 배진수 작가의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은 전통적인 게임의 본질에 충실하다. 규칙이 있고 게임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이를 준수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준수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셋 이상 모이면 정치가 작동된다는 말이 있다. ‘머니게임’에서 빚쟁이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같은 조건으로 게임을 시작하지만 그 안에서 계급이 생겨난다.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더 유리하거나 더 폭력적인 자가 상위 계급이 된다. 살아남은 자들을 모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잔혹한 ‘파이게임’이 시작된다. 이 ‘트루먼쇼’를 주최한 인간세계의 최상위층은 ‘머니게임’의 재미가 질릴 만할 때 더 자극이 강한 게임을 개최한 것이다.

 

 


배진수 작가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이 점층적 게임 안에서 인간 심리와 경제적 논리를 융합시켰다. 평점은 낮지만 마니아층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고, 이들은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원작이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 봤음 직하다. 이 작품들이 훌륭한 점은 자본주의 시장체제를 살아가는 우리가 매순간 느끼는 절망감과 판박이란 점이다. 연령 제한은 15세 이용가로 설정됐지만, 내포한 의미와 흑백 화면 너머의 잔혹성을 본다면 완화된 제한이다. 인간의 비루함에 대한 성찰과 수준 높은 콘텐츠 소비를 희망한다면 볼 만하다. 단, 식사 때는 절대 피할 것을 권한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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