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이작가 구혜선 비판은 정당한가-김상욱 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

최미선 시민인문학교 교장 / 기사승인 : 2021-07-21 0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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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숲 시즌2-방황



이 책을 소개한 이유는?

최미선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시민인문학교 교장=이 책을 추천해서 같이 읽었다. 이 책을 추천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동건 망원경인문학협동조합 회원=개인적으로는 명상, 영성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데 우연히 유튜브에서 저자인 김상욱 교수가 이 책 내용 중에 ‘죽음’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서 이 책을 읽게 됐다. 과학적인 사유란 것이 영성과 철학, 종교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는데 이 책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과학이 이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종교나 철학과 다르지 않구나. 오히려 과학자들이 무한에 가까운 세계를 바라보고, 사유하고, 증명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디자이너가 타이포그래픽에 대한 글을 쓰는데 물리와 화학의 논리를 갖고 말하고 물리학자가 물리학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마치 불교나 힌두교의 경전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됐다. 물리학자와 디자이너가 모여서 글을 쓰는데 결과물이 인문학이 되는 재밌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 페이지를 읽고선 종일 생각에 잠기게 되고, 한 문단을 읽고는 마치 우주공간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거나 지식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함께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궁구해보는 책이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느꼈는데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에 대해서 궁금해졌고 모임에서 책을 추천하고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작가 김상욱 유지원

최미선=예술가와 과학자가 같은 주제를 갖고 글을 썼다는 점이 흥미롭다. 두 저자를 소개해 달라.
이동건=김상욱 교수는 <알쓸신잡 3> 등, TV 출연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인지도가 높은 과학자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학사이며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경희대학교 이과대학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지원은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독일 국제학술교류처(DAAD)의 예술 장학생으로 독일 라이프치히 그래픽서적예술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했다. 민음사에서 디자이너로,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연구자로 근무했다. 2019년까지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 전공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그녀의 책 <글자 풍경>에 영화감독 박찬욱이 추천의 글을 썼는데 그녀에 대해 “유지원은 과학자의 머리와 디자이너의 손과 시인의 마음을 가진 인문주의자다”라고 했다. 예스24의 <월간 채널예스>에서 ‘유지원의 Designers' Desk’를 연재 중이고 현재 다양한 저술, 강연, 연구를 하고 있다.

관계 맺고 연결된다는 것-‘소통’

최미선=크게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이뤄져 있다. 카테고리별 하나만 이야기해보자. 각 카테고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소재를 하나씩 소개해 달라.


이동건=옛날부터 지금까지 이 ‘소통’이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공자는 ‘글은 말을 다 나타내지 못하고 말은 그 뜻을 다 나타내지 못한다’고 했고 이 책에서 유지원은 개체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통해서 외부와 연결되고 관계를 맺어야 하며, 그를 위해 그 생명을 다해 노력한다고 했다. 현재에는 소통을 위한 많은 도구가 있다. PC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서 각종 SNS와 이메일 등으로 소통이 과잉되고 있는데 김상욱의 글처럼 ‘제대로 소통하는 것은 기적’이다. 소통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욱 외로워지고 있다.

현상을 관찰하고 사색하는 마음-‘죽음’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종교와 철학이 항상 이야기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죽고 나면 어떻게 되는가. 죽음 이후엔 천국이나 지옥을 가는 것인가. 윤회라는 게 있는 것인가? 힌두교에선 영원불멸의 존재 ‘아트만’을 말하며 죽음에 대해서 ‘겁낼 것이 없다,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데 물리학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죽고 나면 원자 단위로 흩어졌다가 또 다른 생명 있는 것들에 원자 단위로 결합된다. 그래서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죽음이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주적 관점에서 본다면 ‘죽어있음’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고 생명이 흔치 않는 것이어서 생명 있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머리로는 그것을 알면서도 유지원의 말대로 ‘살아간다는 기쁨, 육체 감각의 강렬함, 억제하기 어려운 열망, 넘쳐흐르는 감정들은 어디로 가는가?’하면서 개체의 소멸에 슬퍼하지 않을 순 없다.

인간과 공동체의 탐색-‘언어’

각 민족성에 따라서 언어의 성격이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의성어, 의태어가 발달했고, 독일어는 문법에 정확하게 적용되고, 중국어는 반대로 엄격한 문법이 적용되지 않으면서 두리뭉실한 표현들이 많다. 민족성이 언어에 영향을 줬겠지만 언어가 그 민족성에도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영화 <컨택트>에서 주인공은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하면서 그 언어를 해석함으로 직선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같은 시간대로 인식하며 미래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꼭 이와 같은 일은 아니겠지만 언어의 확장은 인간의 사고를 더욱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지원은 ‘낯선 언어는 서로 다른 것들 간의 뜻밖의 연결을 만들어 낸다’고 했고 김상욱이 갈릴레오의 말을 인용한 것처럼 “우주는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 있다”고 하듯이 지금의 말과 글에서 조금 더 언어가 확장된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넓고 깊어지지 않을까.

수학적 사고의 구조-‘점’

‘점’은 무엇일까? 펜 끝으로 살짝 찍은 걸 점이라고 했더니 그걸 확대해보면 면이 나온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점은 면이 된다. 보이저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명왕성 부근에서 지구를 조준해 사진을 찍었다. 이것을 보고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렀다. 70억이 넘는 인간들과 자연계가 온갖 일들을 하는 이 거대한 지구도 우주적 관점에서는 티끌 같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


인도에서는 절대 쪼개지지 않는 불멸의 존재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아트만이라고 한다. 석가모니는 ‘무아無我’를 주장해 이 아트만이 불멸이 아니라고 했다. 물리학에서는 원자는 쪼개지지 않는 최소 단위라고 했다. 그런데 현대 물리학에서는 원자는 전자와 원자핵으로 쪼개지고 그것마저도 양성자와 중성자로, 또 쿼크로 쪼개진다.


우리가 마지막 최소 단위라고 하는 것도 계속 쪼개어지고 있고, 우리가 커다란 무언가라고 생각한 것도 멀리 떨어져서 보면 티끌과 같은데 도대체 무엇을 ‘점’이라고 말해야 하나? 그래서 김상욱 교수는 점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한다.

물질의 세계와 창작-‘검정’

우리가 감각으로 인식하는 이 세계는 과연 실재인가에 대한 의심은 불교와 힌두교에서 하고 있다. 현재 뇌과학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감각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뇌에서 보정돼 인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니 검정이란 것이 다 같은 검정이 아니고 내가 보는 검정과 남이 보는 검정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색들은 빛의 파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 감정과도 반응한다”는 유지원의 말처럼 검정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정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김상욱은 “그것은 우주일 수도 있고 블랙홀일 수도 있고 지금 내가 빠져 허우적거리는 진창 같은 인생일 수도 있다”고 한다.

프란스 반닝코크 대위의 중대

최미선=혹시 좋아하는 글자 폰트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동건=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무료 폰트 중에서 나눔스퀘어와 나눔스퀘어 라운드를 좋아한다. 일단 스마트스토어 등의 상세 페이지를 만들 때 저작권에 문제가 될 일이 없어서 편하다는 점과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높은 시인성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의 PC 웹페이지와 모바일의 웹페이지에 사용되고 있는 폰트다. 봤을 때 글자가 눈에 편하면서 쉽게 읽힌다는 점이 좋다. 


최미선=책에 많은 예술 작품이 나온다. 혹시 본인에게 가장 임팩트 있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유가 무엇인가?


이동건=사실 예술 쪽으로는 문외한이라 크게 예술 작품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으나 이 책 안에 나온 그림 중에서는 <야경>이라고 잘못 알려졌던 램브란트의 <프란스 반닝코크 대위의 중대>가 인상적이다.
사용했던 물감의 화학적 변화로 인해서 실제로는 낮을 배경으로 했으나 검게 변해 버린 배경 탓에 야간에 순찰을 도는 민병대로 오인받으며 그로 인해 이 그림의 시대도 잘못 알려졌다고 한다. 이후에 안의 색이 드러나면서 세상에 재인식되고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 같은 본질을 바라보면서 시각적인 정보가 달라지고 그 본질에 대한 해석도 달라질 수 있음이 재밌다.


최미선=이 책은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책의 형태나 구성 또한 깊은 인상을 준다.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이동건=경향일보에 칼럼으로 나왔을 때는 책의 구성과 같진 않았으니 책으로 출간하면서 카테고리를 정리한 것 같다. 카테고리 안의 주제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관계 맺고 연결된다는 것’에서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른 주제들인 이야기, 유머, 편지, 시가 함께 얘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디자이너와 물리학자가 정한 주제들인데도 자신들의 전공 분야만이 아니라 철학과 종교를 다 아우를 수 있는 인문학적인 부분들을 가지고 과학과 예술을 녹여 낸 것이 흥미롭다. 유지원이 책에서 ‘낯선 언어는 서로 다른 것들 간의 뜻밖의 연결을 만들어 낸다’고 한 것처럼 이러한 합성의 결과물이 인식과 사유의 확장을 만들어 냈다.

홍대 이작가 미술 비평

최미선=최근 ‘홍대 이작가’가 연예인 미술가들을 혹평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구혜선의 작품을 심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셀럽이랄 수 있는 진중권도 이 논쟁을 확전하고 있다. 혹시 이 현상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이동건=사실 나는 ‘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초현실주의로 가면 더더욱 그렇다. 도대체 ‘예술’이란 게 뭐지? 이 책에서 김상욱은 마르셀 뒤샹이 남자 소변기를 전시하고는 <샘>이라고 작품명을 붙인 것을 얘기하며 미학자 조지 디키의 ‘예술이 무엇인지는 예술계가 정한다’는 말을 인용한다. 그리고 또 한 번 ‘예술품이 일단 시장에 나오면 그것의 가치는 예술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한다’고 얘기한다.


‘이것이 예술로 가치가 있냐 없냐’의 문제는 나 같은 일반인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그들만의 리그’로 형성돼 있어서 홍대 이작가 논란도 그냥 연예란의 가십거리에 불과하게만 인식된다.


최미선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시민인문학교 교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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