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신

황은혜 기억과 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2-01-25 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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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버드런드 러셀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 주목할 만한 최초의 결실은 호메로스였다. 호메로스에 대해 전해진 이야기는 무엇이든 다 추측이거나 어림짐작일 뿐이지만, 호메로스가 한사람이 아니라 여러 시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완성되기까지 약 200년이 걸렸다.


<일리아스>는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문학의 가장 오래된 영웅 서사시다. 10년에 걸친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격 중 마지막 해의 50일 동안 일어났던 사건을 노래한 것으로, 모두 1만5693행으로 돼 있다. <오디세이아>는 1만2110행으로 구성된 장편 서사시로 오디세우스가 이타카섬에 돌아오면서 겪은 모험담, 그가 돌아오기까지 10여 년 동안 정절을 지킨 페넬로페와의 재회담, 그리고 아내를 넘본 자들에 대한 복수담으로 구성된다.


호메로스의 작품은 이오니아(그리스의 소아시아 일부 지역과 인접한 섬나라)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신들은 인간의 특성을 거의 전부 지녔는데, 불멸하고 초인적인 능력이 있다는 점만 달랐다. 그들은 정복을 일삼는 귀족 계급의 신이고, 실제로 땅을 일구는 농부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풍작의 신이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 극작의 대가인 아이스킬로스·소포클레스·에우리피데스·아리스토파네스 등의 작품을 번역하고 무대에 올리기도 했던 길버트 머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고 주장한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그렇지 않다. 신들이 행한 대부분의 일은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의 왕국을 수중에 넣었을 때 무슨 일을 하는가? 정치에 참여하는가? 농업을 증진하는가? 일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들이 왜 그런 정직한 일을 하겠는가? 올림포스의 신들은 세입으로 살면 더욱 쉽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세금을 내지 않는 민중에게 벼락을 쳐서 위협하면 만사형통이었다. 그들은 정복을 일삼는 족장이거나 왕권을 손에 넣은 해적들인데, 싸우고 축제를 벌이고 놀이를 즐기며 악기를 연주한다, 한껏 술을 퍼마시고 시중드는 절름발이 대장장이를 보고 요란스레 웃곤 한다. 또 그들은 자기들의 왕 말고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연애하거나 전쟁을 벌일 때를 제외하면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간 영웅도 신과 마찬가지로 선량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가문은 펠롭스 가인데, 행복한 가정생활의 모범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들은 신들의 화를 돋우는 바람에 서로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저주에 걸린다.


호메로스의 시들은 늦어도 기원전 6세기 어느 시점에 오늘날의 형태로 고정됐을 가능성이 큰데 그리스의 과학과 철학, 수학도 이즈음에 형성됐다. 실제로 존재했다고 가정한다면 공자, 석가모니, 조로아스터도 이 시기에 속한 인물들이다.


호메로스라는 앞을 보지 못하는 방랑 시인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의 이름으로 전해진 이야기들이 남아 유럽 문화의 근간이 된 것은 분명하다. 놀랍게도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언제나 작가들의 예술혼을 자극해 또 다른 문화유산들을 생산해 낼 테니 말이다.


황은혜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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