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든 침착하게 풀어야 한다

이인호 시인 / 기사승인 : 2021-06-22 0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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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세상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요즘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유례없는 바이러스의 습격 속에 오히려 뉴스를 보는 일은 줄어들고 소위 멍 때리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난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오래 나눌 기회가 사라지면서 점점 내 생각을 정리할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고집은 강해지고 독선이 길어진다고 할까? 가만히 둘러보면 꼭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문제든 침착하게 풀어야 한다. 내일 시험 모두 백 점 맞을 000’이라고 책상 앞에 붙여 놓은 메모가 보인다. 둘째가 엉망으로 써놓은 글자를 보며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난 과연 내 앞에 놓인 문제들을 침착하게 풀어내고 있는지. 성급함에 놓치고 있는 것들은 없는지 주변은 잘 살펴보고 있는지. 11살짜리 아이도 알고 있는 저 말은 그러나 많은 사람이 새겨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누더기로 만들어져 통과됐고, 일하던 청년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철거하던 건물이 버스를 덮쳤고, 지난달에만 63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이런 사회구조가 문제라고 한다면 내 독선일까? 생각하며,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멀리 서산마루로 지는 붉은 해와 노을,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 가만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 같은. 


그러나 이렇게 자연적으로 아름다운 거 말고, 인간의 노력으로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려면 적어도 일하는 일터는 안전해야 하고, 서민들이 버스를 타고 가다 건물이 도로를 덮치는 바람에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적어도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경우에 책임을 가장 크게 져야 할 사람은 그런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도록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최고 경영자여야 하며, 그 처벌 또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구조가 쉽게 바뀔 리 없다. 그리고 그런 구조가 좀처럼 만들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난 오스카 와일드가 <사회주의에서 인간의 영혼>에서 한 이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바람직한 목표는, 가난이 존재할 수 없는 기반 위에 사회를 재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말 말이다. 


코로나 이후의 사회를 바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다. 생태 위기에 대한 대응, 탄소중립에 대한 정책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기본소득 같은 이야기들. 모두 값지고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당장 일터에서 죽고, 버스를 타고 가다 철거하는 건물 더미에 목숨을 잃어야 하는 사회라면 우리는 이 문제부터 침착하게 풀어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 풀기 어려운 주관식 문제가 나오면 1이나 –1 이 두 가지 답 중에 하나만 적어 놓으면 가끔 정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그렇게 풀기 어려운 수학 공식이 아니다. 누구나 정답을 알고 있지만 그 정답이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생각. 그게 가장 큰 문제다. 한 번도 문제를 제대로 풀어본 적 없는 경험. 그렇게 축적된 경험이 만들어 낸 정답의 오류. 


기후위기가 심해지는 걸 보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앞으로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그걸 풀기 위해 노력해보자. 그리고 풀기도 전에 어려워 보인다고 1이나 –1을 적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이인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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