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노래 만드는 천재가 아니다

추동엽 (사)울산민예총 음악위원장 / 기사승인 : 2021-07-13 0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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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달 동안 창작의 고통이란 이런 거구나, 난 더 이상 노래 만드는 천재가 아니다, 머리라도 쥐어뜯어 그 머리카락이 새로운 콩나물 대가리로 막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 같은 몇 주였다. 금속노조 20주년 기념 노동자 합창곡과 제5회 전국민주시민합창제 주제곡을 의뢰받았다. 나에겐 더없이 큰 영광이고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종일 기계에 매여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합창이라는 것이 어떠한 힘을 가지는지, 노래가 삶과 일상을, 투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새로운 노동자들의 공동체문화의 정형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지난 20년 동안 7권 정도의 창작 노트를 다 끄집어내고 감동적인 글귀, 노동자 시, 집회 유인물, 광고문구, 책 문구 등 노래 창작에 필요한 노랫말 재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몇 날 며칠을, 몇 주 동안 내 모든 눈과 귀, 냄새, 손끝, 머리끝 오감이 온통 노래 창작으로 모였다. 사이사이 강습과 회의, 공연 등은 촘촘히 창작을 방해했다. 삶의 일상이 창작이어야 하거늘 스트레스로 생각하는 순간부터 일상이 창작을 방해하는 것으로 되어버리다니.


내가 쓰는 노동자 노래들에는 유독 노예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아무래도 김남주 시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선가 보다. “노예가 노예임을 알지 못할 때 그 노예는 영원히 노예가 되고 노예가 노예임을 알 때 그 노예는 영원히 노예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꽂힌다. 이번 ‘그 이름 빛나는 노동자’에도 노예는 또 등장한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출범 20주년을 맞이해 ‘청년 금속노조’라는 주제로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합창단을 운영한다. 8월부터 연습에 들어가 10월까지 연습하고 11월 노동자대회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노동자들은 빛이 나야 한다. 세상 만물을 창조하고 일궈내는 노동자들은 대접받아야 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도 그렇고 매일 산재사고로 목숨을 달리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 그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제목은 ‘그 이름 빛나는 노동자’다.


많은 조합원이 노래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장문화활동의 새로운 정형을 만들어가는 계기도 되고 새로운 주체들도 불쑥불쑥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 마음이 잘 담겨 금속노조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는 노래였으면 좋겠다. 


또 한 노래는 전국민주시민합창제의 주제곡이다. 재작년은 부마항쟁을 기억하기 위해 부산에서, 작년은 광주 5.18을 기억하기 위해 광주에서, 올해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기억하고 울산의 노동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울산에서 열리게 됐다. 그래서 이번엔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한다. 전국의 합창단 400~500명이 울산에서 노동과 생명존중, 민주와 평화와 통일을 노래한다. 10월 23일 태화강국가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리의 꿈을 노래하리라’가 제목이다. 


두 곡이 산고의 진통 끝에 아기가 세상을 만나듯 창작의 고통으로 새롭게 사람의 울림으로 이 우주를 깨울 예정이다. 사람을 깨울 예정이다. 세상을 깨울 예정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창작은 보람 있는 일이고 행복한 일이다.


몇 주 동안 곡 만드느라 입술도 터져 버렸다. 몸이 많이 피곤한가 보다. 이젠 창작 앞에 겸손해야겠다. 생명력 있는 좋은 노래 앞에 겸손해야겠다. 더 큰 울림이 있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더 분발하고 노력해야겠다.


추동엽 울산민예총 음악위원장,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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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동엽 (사)울산민예총 음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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