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세기, 시민문화권 보장을 위한 용어 바로 읽기⑥ 문화다양성

이강민 울산민예총 정책위원장 / 기사승인 : 2021-11-16 0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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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오늘 우리는 별 희한한 경험을 하고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마땅히 갈 곳도 없고 가지고 놀 것도 없어 골목길 바닥에 커다란 세모와 네모, 그리고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마냥 즐겁게 놀았던 그 흔한 오징어게임 하나 때문에 전 세계가 시끄럽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약 200억 원 정도가 투자된 오징어게임의 가치는 약 1조 원에 달하며, 전 세계 1억1000만 가구가 시청했고 그 시간은 14억 시간(15만9817년)이라고 했다. 이처럼 오징어게임은 막대한 경제적 성과 외에도 그동안 한류문화 위상에 정점을 찍음으로써 옥스퍼드 사전에 한국 단어가 26개나 새롭게 등재하는 등, 그야말로 한류문화가 세계를 제패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어째서 오늘날 문화의 가치가 이렇게 커지게 됐을까. 주지하다시피 그 이유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오늘날 경제가 공업생산품 중심의 제조 산업경제에서 지식기반의 체험경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범용화된 기존의 체험보다는 보다 독특하고 낯선 경험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문화다양성의 힘을 보게 된다. 오징어게임의 열풍은 세계인들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문화, 즉 문화다양성이 가져다 준 결과로 볼 수 있다. 한 문화가 위대한 것은 그 문화 자체의 훌륭함보다는 다른 문화와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오늘날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는 문화다양성을 국가 수준의 문화정책으로 재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미 140여 개 국가가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 협약(2005)’(세계문화다양성 협약)에 비준했고, 대한민국 역시 2010년에 국회 비준, 2014년에 이의 이행을 위해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제1차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 기본계획(2021~2024)’을 제출했다.


그러나 문화에 대해 전통적인 관념을 생각하는 사람은 오징어게임과 문화다양성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문화다양성 때문에 지금까지 지켜왔던 전통과 관습이 모두 무너져 내린다면서 격렬하게 반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대는 헌법에 명시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싸고 정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자국문화 보호가 ‘세계문화다양성 협약’의 취지이므로 현재 ‘기본계획’이 국제협약을 왜곡한 것임”을 주장한다. 이런 반대에 부딪혀 지방정부의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 역시 그 취지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예는 서울특별시(2017.5)와 광주광역시(2017.1) 조례가 문화다양성을 미풍양속을 헤치지 않는 범위 내로 한정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궤변이다. 문화다양성 협약에서 말하는 자국 문화 보호는 상대, 즉 압도적인 세계를 상대로 한 자국의 문화 보호를 말한다. 즉 세계화로 인해 문화상품의 교역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 국가의 우세한 문화가 상대적으로 약세인 다른 국가의 문화를 파괴하거나 종속시키는 것을 막고자 하는 개념이다. 


세계문화다양성 협약에서는 이러한 오용을 막기 위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거나 제한할 목적으로 이 협약의 규정을 원용할 수 없다(2조 지도원칙)’고 명시하고 있다. 즉 ‘세계 속에서 한국의 문화 보호’는 마치 프랙탈 구조와 같이 ‘한국 속에서 세계의 문화 보호’와 자기유사성 관계에 있다. 이것을 한 국가의 범주에서 말해보자면, 압도적인 주류문화로 소수 문화를 종속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다양성 조례에서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는 범위를 산정한 것이야말로 문화다양성 협약에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이라는 말에는 ‘강자와 약자 모두 기존의 문화를 보호하고, 이들의 문화가 자유롭게 교섭함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증진하기’라는 지역문화 생성원리인 ‘다양성의 통일’ 지역사회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따라서 만약에 울산이 지역문화진흥과 진정한 문화도시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문화다양성에 관한 인식 확산과 정착을 위한 실천(조례 제정 등)이 선차적인 문제가 된다. 그리고 울산시민 역시 자신의 문화적 표현이 중요하듯이 다양한 집단에게 포용적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이강민 울산민예총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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