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이 만든 기둥

조숙 시인 / 기사승인 : 2021-11-15 0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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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세상

울산 강동 화암이나 우가포, 경주 양남 근처 바다, 시원스럽게 밀려오는 파도는 검은 바위에 부딪치며 폭발하듯 밝은 하늘색으로 일렁인다. 빨간 등대가 서 있는 방파제, 어쩐 일인지 풍성하지 못한 해송, 바위틈에 낮게 자리 잡은 보랏빛 해국. 울산 바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바다 전망대에 올라서 보면 기둥처럼 생긴 일정한 모양의 검은 색 바위를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은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주상절리다. 


이 돌기둥 무더기들은 5400만 년 전에서 460만 년 전 사이에 울산 해안지역 일대가 화산활동이 활발하던 당시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이 풍경은 오랜 세월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화산활동으로 인해 분출된 용암은 낮은 곳으로 흘러나오게 되고, 흙, 공기, 바다를 만나면서 식어가게 된다. 이때 육각이나 오각기둥의 형태로 수축하게 된다. 식어가는 과정에 수축점을 두고 수축이 되어 오각이나 육각 모양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바위기둥은 검은색을 띈다. 종종 하얀색을 띄는 것은 표면이 공기에 오랫동안 노출되면서 변색된 것으로 긁어내면 검은빛이 드러난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기둥이 따로 떨어져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원주들 사이에 틈이 있다. 용암의 양이 많아 천천히 식으면 뚜렷한 육각형의 형태를 이루게 된다. 바위가 화산으로 인해 녹아서 흘러나와 식어서 굳기까지의 시간은 용암의 양에 따라 다르다. 


가장 흔하게 보는 주상절리의 모양은 수직 상태의 육각형이다. 동해안 경주 양남의 주상절리에서 보이는 부채꼴 모양과 여러 가지 모양으로 형성된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경우라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런 다각형 패턴이 발달한 용암은 냉각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화산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의 온도는 약 1000~1200°C 정도다. 용암은 흘러가면서 점차 온도가 낮아져 약 900°C 정도가 되면 냉각에 의한 수축이 일어난다.


동해안의 주상절리는 동해의 형성 시기에 만들어졌다. 한반도와 붙어있던 일본이 서로 떨어져 나가면서 동해가 형성됐다. 그 떨어지는 힘은 주상절리군 일대에 영향을 줘 땅이 벌어지게 됐고, 벌어진 틈으로 마그마가 솟아오르면서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현무암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동해의 주상절리군은 동해가 만들어질 당시 환경을 알려준다.


60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4만여 개의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북아일랜드의 자이언츠코즈웨이는 아름다운 풍광을 갖고 있어서 험한 날씨에도 많은 사람이 꼭 봐야 할 풍경으로 꼽고 있다. 1억4000만 년 전, 홍콩의 마지막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홍콩지질공원의 휘어진 주상절리와 가지런히 늘어선 바위기둥은 지구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불린다. 검은색의 현무암 주상절리가 폭포 주변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그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신비로운 풍경의 아이슬란드 스바르티포스는 모두 주상절리가 아름다운 명소다. 우리나라 주상절리는 한라산 남벽, 산방산의 주상절리가 직경 수 미터에 이른다. 갯깍 주상절리는 40~80cm 정도이고 협재나 월정리 해안의 주상절리도 아름다운 지구의 신비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와 영원히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은 바위는 변화 없는 영원한 존재의 상징이다. 그렇지만 동해의 형성 시기에 주상절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떠올리면 영원한 존재도 언젠가는 형성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0년을 살기 어려운 인간이 주상절리에 전망대를 만들고 동해를 바라본다. 육지가 갈라지고 그 틈으로 땅속 깊이 숨어있던 마그마가 솟아오른 주상절리에서 부서지는 파도의 산호빛 일렁임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특별한 순간일 수밖에 없다. 


조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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