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십니까?

강귀만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 기사승인 : 2022-01-26 0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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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랑해”라고 하면 다가와서 안긴다. 뽀뽀도 해주고, 누군가 화가 난 거 같으면 다가와서 “토닥토닥”하면서 어깨를 두드려 준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에 율동도 한다. 비록 단순한 심부름이지만, 물 가져오기, 수저 놓기 리모콘 주워오기, 뭘 시켜도 불평 한 번 없다. 만 18세가 넘었지만, 그는 아직 3~4세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부모가 되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장애인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예상도 하지 못한 경험이다. 우리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고 하면, 대체로 비슷한 반응들이 나온다. “그게 뭔데” 호기심을 보이거나, “그럼 지능이 안 좋은 거야?”(아마 바보냐고 물어보고 싶은 거 같다) 혹은 들은 경험을 나열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양육이나 교육 등에 대해 말해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기능성 발달장애(서번트)가 발달장애의 보편적 형태라고 생각해서 음악, 체육, 수학 등에 어떤 재능이 있냐고 물어보는 이도 있다.


반응은 여러 가지지만, 그중 공통된 반응은 “고생이 많겠네…”라는 식의 염려스런 말들이다. 돌이켜 보면 처음 우리가 그의 장애를 알게 되었을 때 본능적으로 앞으로 닥칠 험한 삶들이 먼저 스쳤던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가 겪는 단계 ‘아닐 거야…’ 부정하고, ‘왜, 나에게…’ 원망하고 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제, 행복이라는 단어는 멀어진 줄 알았다.


주변인에게 물어보았다.


“행복하십니까?”


그렇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니라는 이들도 있었다. “글쎄요…” 혹은 “행복은 모르겠고, 감사하고 살고 있다”는 대답도 있었다. 장애가 행복하지 못할 조건이라면, 장애 문제가 없는 이들은 행복한가? 장애는 다양한 삶의 한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당사자에게는 가장 큰 문제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모든 사람이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대부분의 걱정은 오늘이 아닌 내일의 문제들이다. 우리도 지금은 큰 문제 없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염려들로 가득해진다. 그러나 이는 장애 문제를 가진 이들만의 고민이 아닌 보편적 염려들 아닌가?


사춘기, 흔히 말하는 중2병, 적어도 우리에게 이런 문제는 없다. 엄마보다 더 큰 덩치로 안기고, 입 맞추고, 잘 때도 엄마와 함께 잔다. 장애의 문제를 정면으로 안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세밀한 곳까지 보인다. 편견, 소외 이러한 것들이 꼭 장애 문제가 아니어도 곳곳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 달라졌다. 어쩌면 우리 아이가 우리를 철들게 한 건지 모르겠다. 장애로 포기한 것도 많지만, 얻은 것 또한 많다.


행복하냐고 물으면 내 대답 또한 남들과 다르지 않다. 솔직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장애는 다양한 삶의 모습 중 하나일 뿐, 행복하지 못할 조건이 아니다.


“엄마, 스파게티 먹고 싶어요…” 어눌한 발음이지만, 간절한 마음이 담긴 그의 맑은 눈빛을 볼 때마다, 우리는 행복해진다.


강귀만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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