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살고 있는 우리 한반도 호랑이는 잘 계신가?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22-01-03 00: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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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집

▲ 1913년 7월 10일 울산 민가 야밤에 맹호 침입 기사. 매일신보

▲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사살된 호랑이. 인물은 직접 잡은 이위우 포수의 동생 이복우 씨(1980년 1월 26일 한국일보에 기사 사진 보도). 이상걸 씨 제공. 호랑이는 일본 경찰에 압수 일본 황실에 헌납됐다.

< 한국호랑이 >
■ 학명: Panthera tigris altaica Temminck, 1844
■ 영명: Korean Tiger(=Siberia Tiger, Manchurian Tiger, Amur Tiger)
■ 다른 이름: 범, 츩범, 츩가름, 호랭이, 갈호, 갈범, 큰범, 칡범, 줄범

8개 아종 가운데 3개 아종 절멸

단군신화를 통해 우리 한민족의 문화 속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가장 친근한 동물인 한국호랑이. 적어도 7000년 이전 한반도 울산에 살던 원시 수렵인들은 호랑이와 더불어 생활하고 호랑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반구대 바위에 새겨 놓았습니다. 


여러분은 호랑이에 대해 얼마나 아시고 계시나요? 수 천 년 동안 산군(山君), 산신(山神)으로 경외의 존재인 야생동물 호랑이. 얼마 후에 한국호랑이가 지구상에서 영원히 그 모습을 감추려고 하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조선원앙(원앙사촌)처럼 한국호랑이도 전설 속의 동물로만 존재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의 아들, 딸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기품 있는 동물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영상에서밖에 볼 수 없게 될까요? 자연을 훼손하고 개발에 눈먼 우리의 어리석은 행위로 사라져버린 수많은 멸종생물의 묘비명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이름이 새겨 지려 하고 있습니다.


19세기에 호랑이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8개 아종, 십수만 마리가 생존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1970년 터키 동부에서 중국 서부에 걸쳐 서식하던 ‘카스피호랑이’가 최초로 소멸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발리섬 산악 벽지에 서식하고 있든 ‘발리호랑이’가, 1980년대에는 자바섬의 ‘자바호랑이’가, 최근에는 ‘운남호랑이(남중국호랑이)’도 야생에서 아마도 절멸했을 것이라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100년 사이에 95%의 호랑이가 지구상에서 영구히 모습을 감추고 말았습니다.


8개 아종 가운데, 3개 아종이 절멸했고, 남아 있는 5개 아종도 개체 수가 격감해 절멸 직전에 처해 있습니다. 현재 살아 있는 호랑이의 개체 수는 100년 전의 5%, 5000여 마리 전후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야생 호랑이 전부를 다 합쳐도 단지 5000여 마리. 지금도 밀렵으로 한 마리, 또 한 마리씩 사라져 지구에서 가장 위엄있고 아름다운 맹수의 왕, 호랑이는 우리 앞에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 2003년 절멸한 카스피호랑이 ©WildFact

경외의 동물, 미와 힘과 위엄의 상징

호랑이는 현존 고양이과 동물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큽니다. 특히 시베리아호랑이의 수컷은 383kg에 이르는 대형 개체도 기록돼 있습니다. 호랑이의 기본적인 사회구조는 단독생활입니다. 다만, 어린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은 새끼가 독립 생활할 때까지 함께 생활합니다. 수컷은 암컷과 협조해 번식에 기여하며, 비번식기에는 자신만의 영토를 사수하며, 타 개체의 침입을 방지합니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연중 번식이 가능합니다. 대개 11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가장 활발하게 교미하고, 교미 후 약 103일간의 임신기간을 거쳐 5월부터 7월 사이에 출산이 가장 왕성합니다. 새끼 수는 1~7마리, 대개 2~3마리를 낳습니다. 출생한 어린 호랑이는 18~28개월 동안 어미호랑이와 생활한 뒤 독립합니다. 번식 가능한 성적 성숙은 암컷의 경우 3.4년, 수컷은 4.8년입니다. 기록상 가장 노령출산은 14세입니다.


호랑이는 세계 각지에서 경외의 동물로서 인류 문화에 각인돼왔습니다. 현재의 파키스탄 인더스계곡의 5000년 전 주민들은 호랑이의 모습을 벽화로 남겼습니다. 4000년 전 서아시아에서 인도로 들어 온 아리아인들의 서사시에도 호랑이는 자주 등장합니다. 


옛적부터 호랑이는 ‘미’와 ‘힘’과 ‘위엄’의 상징으로서 존재해 왔습니다. 그리스신화 속의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이끄는 전차를 타고, 인도의 여신 듈가는 호랑이의 등에 타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중국에서도 호랑이는 산림의 왕으로서, 이마의 ‘왕(王)’자 모양과 등의 ‘대(大)’자 모양을 일컬어 ‘대왕(大王) 또는 왕대(王大)’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으로 주민들은 매우 두려워했습니다. 


중국, 한국, 일본과 티베트 등에서 사용되는 60년 주기의 음력에서 호랑이는 십이지(十二支) 중 두 번째로 오늘날에도 우리들의 생활 속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호랑이해에 태어난 남아는 악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하여 건강하게 자라도록 비는 마음으로 이마에 ‘왕(王)’자를 그렸습니다. 또한, 호랑이 모양의 모자, 호랑이 형상을 수놓은 신발, 침구 등은 사용하는 이를 강하게 한다고 믿어져 귀중한 선물로서 여겨졌습니다.


중국에서 발단해 한국과 일본에서도 널리 퍼진 풍수신앙에서는, 동서남북 4개 방위 중 백호는 서쪽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동쪽의 수호신 청룡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평안남도 강서구역 덕흥리 고구려 고분 벽화의 백호도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한민족의 문화예술입니다.


호랑이는 한민족의 생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흔히 지난 시절에 집안 어른이 나이 어린 자손들에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하고 이야기 첫머리를 꺼내는 풍습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풍습일 것입니다. 이처럼 조상들은 생활 속에 해학과 여유를 지니고, 맹수의 왕인 호랑이까지도 재미나게 묘사해 생활의 철학을 전파했습니다.
 

▲ 2004년 남북한 동물 교환으로 서울대공원에 들어온 북한산호랑이, 낭림 ©한상훈

 

▲ 눈 위의 시베리아호랑이. 연해주. ©Victor Yudin

 

▲ 시베리아호랑이. 서울대공원. ©한상훈

1000㎢에 수컷 호랑이 한 마리 서식

호랑이는 먹이, 은신 장소, 물이 필요하며, 서식에 필요한 면적은 먹이동물의 밀도에 의존합니다. 일 년 내내 먹이동물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암컷은 10~39㎢, 수컷은 30~105㎢입니다. 먹이 공급이 일정하지 않고, 계절에 따라 변화가 큰 러시아에서는 암컷은 100~400㎢, 수컷은 800~1000㎢의 한 마리당 서식 면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에 따라 삼림이 감소하고 자원은 고갈합니다. 또한, 야생생물의 서식지는 농경지로 개간되고, 호랑이의 생존에 필요한 자원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재 가까스로 생존하고 있는 호랑이의 서식지는 거의 대부분 분단, 고립되고 개발돼 도로로 단절돼 있습니다.


현재 서식지는 분단돼, 지금 거의 모든 개체군은 100마리 이하로서 그들 중 약 40%가 번식 가능한 개체들입니다. 결과적으로 근친교배가 보고되며, 이에 따라 유전적 다양성이 저하해, 출생이 감소하고 존속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 시베리아호랑이 가족. 연해주. ©Victor Yudin

 

▲ 시베리아호랑이 가족. 연해주. ©Victor Yudin

 

한국호랑이의 과거와 현재

한국호랑이는 그 용맹함과 강인함으로 과거부터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떨쳐왔습니다. 시베리아호랑이의 한반도 지역개체군으로서 중국의 동북호랑이(만주호랑이)나 시베리아호랑이에 비해 다소 작은 체구에도 19세기 중엽의 동북아시아 일대의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한국호랑이가 가장 용맹하기로 소문이 나 있을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그 당시의 러시아와 만주지역 일대의 사냥꾼들은 한국호랑이를 가장 두려워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 총기를 이용한 사냥이 민간에까지 보급되면서, 맹수의 왕인 호랑이도 다른 야생동물과 다름없이 감소 일로에 처했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시행한 ‘해수구제(害獸驅除, 지금의 유해조수구제)’에 의해 한국호랑이는 남획되고 멸절의 길로 내몰렸습니다. 이 시기에 포획된 한국호랑이의 수는 필자가 확인한 자료만으로 110마리, 지역별로는 북부의 함경도지역에서 가장 많은 한국호랑이가 포획됐습니다.
 

▲ 시베리아호랑이 새끼 3마리. 연해주. ©Victor Yudin

 

▲ 시베리아호랑이 수컷. 연해주. ©한상훈

북한에 잔존하고 있는 한국호랑이

남북한으로 분단된 이후 오늘날까지 7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분단 이전의 기록에서는 북한지역에 호랑이가 상당수 서식했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1990년대 말, 북한지역의 야생 한국호랑이의 수는 10마리 미만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그 이전의 기록을 살펴보면, 1964년 11월 평안북도 자성군에서 한 마리가 포획됐고, 1965년 10월에는 함경남도 부전군 여운리에 호랑이가 나타나 며칠 동안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한 뒤, 마을 외곽의 옥수수밭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1994년 황해도에서 호랑이가 출현했다 하여 호랑이 생포단이 현지에 파견됐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1959년 이후 호랑이를 수렵 동물에서 제외했고, 현재 백두산 지역과 자강도 와갈봉 일대, 강원도 고산군 추애산 일대의 호랑이 서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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