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일기] 실수였을까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2-05-18 0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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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우리 가족이 잠들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잠자기엔 이른 시간이라 생각하지만, 결혼한 후로 난 아내의 수면 시간에 맞춰 왔다. 당시 그 시간에 익숙해지려고 무진장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9시가 가까이 다가오면 아내는 예민해진다. 더군다나 아들과 남편이 잠잘 준비를 하지 않거나 잠잘 마음이 없을 땐 불호령이 떨어진다. 우리 부자는 모든 활동을 멈추고 수면을 위한 루틴을 수행하러 침대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요즘 바빠진 아내 덕에 난 매일 아이의 수면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난 출장이 잦은 탓에 잠들 시간이 다가오면 하루의 고달픔이 몰려와 쉽게 수면에 이르렀다. 아이는 달랐다. 여느 때처럼 책을 읽어주면 쉽게 잠에 빠지던 아이가 자는 척한다. 정직하게 눈만 감고 있는 게 수상했다. 그동안 책은 편안한 수면을 위한 최고의 교재로서 아이의 잠을 책임져 왔다. 평소라면 아이보다 내가 먼저 잠들 일은 없었지만, 요즘은 책을 읽다가 아들보다 먼저 잠을 청할 때가 많다. 아이 옆에 누워 그만 아침을 맞을 때도 많았다.


여느 때와 달리 아내가 바쁜 업무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왔다. 잠들 시간이 지났기에 전화로 먼저 자라는 말까지 남겼다. 우리 부자는 기회다 싶어 수면 시간을 조금 늦출 수 있었다. 아이도 내심 좋아라 했다. 그동안 아이도 억지로 잠을 청하려니 힘들었던 모양이다. 아내가 복도를 지나 현관문에 서 있는 인기척이 들리면 모든 걸 멈추고 방으로 직행하기로 아이와 약속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놀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빠의 휴대폰을 만지더니 잠시 봐도 되냐고 물었다. 아이의 간절한 눈을 보니 거절하기 어려웠다. 모처럼 맞은 자유인데 20분만 보기로 약속하고 알람을 맞췄다. 그전에 엄마가 먼저 오면 어쩔 수 없다고도 말했다. 속 좁아 보이겠지만, 자기 전에 휴대폰을 보도록 통 크게 허락할 순 없었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을까.


마침 엄마의 인기척이 났다. 우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재빨리 침대방으로 향했다. 자는 척했다. 엄마는 방을 살짝 들여다보더니 자는 것만 확인하고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으로 몸을 옮겼다. 아직 못다 한 업무가 아직 남았는지 아내는 옷을 갈아입고는 바로 책상 앞에 앉았다. 잠시 아내와 눈을 맞추기 위해 작은 방문을 소리 없이 열었다. 아내는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대로 나와 아이 옆에 다시 누웠다. 아이는 그새 잠든 것 같았다. 난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잠들고 말았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 눈을 떴다.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두 시를 가리켰다. 침대 위 아이가 사라졌다. 눈알을 굴려서 돌아보니 아이가 침대 아래 누워 있었다. 아이가 떨어졌을 리 없었다. 그러려면 아이는 나와 자리를 바꿨어야 했다. 아이가 그때까지 자지 않았던 것일까. 아이를 흔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자지 않았다. 그의 손에 있는 휴대폰이 켜져 있었다. 휴대폰을 뺏고, 따끔하게 한마디 한 후 아이를 다시 재웠다. 아이는 아빠가 자는 틈을 타서 3~4시간 동안 그걸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일로 순간 화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의 행동을 이해 못 한 것은 아니었다. 휴대폰이 없는 아이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어른의 눈을 피해 몰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의 성정상 안팎으로 나쁜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해 보진 않았다. 하지만 만약 아이에게 그런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이 쌓인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 일로 아이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나와 아내에겐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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