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산행] 봄날의 꽃섬이라니, 좋잖아요. 하화도 백패킹

노진경 시민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22-04-11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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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화도는 여수의 섬이다. 하화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선조 25년(1592)에 일어난 임진왜란을 피해 가족과 함께 뗏목을 타고 피난을 가던 안동 장씨가 우연히 하화도를 지나게 되었다. 마침 섬에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가 만발해 매우 아름다운 섬이라 여기고 정착함으로써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 선상에서 보는 백야도

 

▲ 하화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여수 백야선착장에서 제도와 개도를 들러 하화도로 갈 수 있다. 평택 ‘호랑이배꼽’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 두 자매의 첫 야영을 함께하기로 했다. 개도의 막걸리들이 배에 실리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으로 여정이 시작됐다. 아침에 막 만들어진 막걸리, 막걸리는 만드는 그녀들과 함께 하화도로 들었다.


공정여행을 실천하기로 했다. 먹거리는 최대한 현지의 식당과 매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차도가 고작 직선거리로 500m밖에 되지 않고 자연부락은 딱 한 곳이다. 섬 끝에서 끝까지 도보로 25분이면 족한 섬이지만, 세 개의 식당이 있다. 마을회관 아낙들이 정식을 내어주시던 식당은 더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하지만 하화도 텃밭에서 키운 아시정구지(겨울을 이겨낸 첫 부추)와 쪽파를 판매한다.

 

▲ 벚나무 아래서 아침 커피 한 잔

 

▲ 하화도 야생화공원에서 본 상화도

일박이일 동안 섬의 모든 식당을 가볼 수 있었다.(그래봐야 딱 세 곳이 전부다.) 부추겉절이, 미역나물, 톳무침, 섬초로 만든 제철 나물들, 생선구이, 홍합미역국, 오징어가 들어간 부추전 등 거창하지 않지만 정성이 깃든 깊은 맛이 있는 로컬밥상이 좋았다. 거기에 달큰한 개도막걸리를 반주로 곁들인다. 새벽에 울산에서 출발해 먹는 첫 끼였다.

 

▲ 야생화공원에 유채와 벚꽃이 만발이다.

 

▲ 하화도 자연부락

야생화공원에 의자를 펴고 커피를 마셨다. 벚나무와 유채꽃이 만발하고, 바다는 잔잔하고 고왔다. 날씨와 경치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데, 몸이 좀 이상했다. 피곤한 상태에서 허겁지겁 먹은 식사가 탈이 났다. 이 아름다운 섬에서 소화불량이라니.


좀 걸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혼자 트래킹코스로 나섰다. 아무도 없는 길. 트림을 하며, 주먹으로 명치를 때려가며 걸었다. 커다란 동백나무의 꽃도, 진달래도 한창이다. 아마도 이맘때쯤이 그 임란 피난 때와 비슷한 절기일 것이다. 하루 묵어가는 덕에 배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니 사람들과 똑같은 때에 걷지 않아 좋다. 한적하고 여유가 있다. 허나 몸이 이 모양이니, 조건이 완벽해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흔들다리 위에서

 

▲ 막산 전망대

전망대를 지나, 꽃섬다리를 지났다. 구절초공원을 지나 선착장이 있는 마을까지 한 바퀴 걷고 나니 피가 좀 도는 느낌이 든다. 와쏘식당의 매점에서 사이다를 하나 사서 당산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천천히 들이킨다. 그 자리에서는 마을회관도 선착장도 다 한눈에 들어온다.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배를 타는 사람들도 구경한다. 마을회관에서 쓰레기를 가져가라는 방송이 나오고, 문을 쾅 닫고 이장님이 나오신다. 지난 주말 쓰레기를 잔뜩 남기고 간 여행객들에게 화가 많이 나셨다.

 

▲ 부추밭의 할머니들

회관 앞에서 할머니들이 하나둘 모이신다. 오랜 밭일로 다리와 허리가 굽으셨다. 할머니 중 몇몇은 유모차나 보행기를 밀고 오신다. 고단한 걸음들이 모여 어딘가로 향한다. 그곳을 슬금슬금 따라나선다.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아름다운 밭에 앉아 부추를 수확하신다. 한 할머니가 관절에 주사 맞은 이야기도 나누신다. 여행객들의 아름다운 휴양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공간이다.

 

▲ 선착장과 마을회관이 있는 큰 나무 아래 앉아서

 

▲ 숙영지, 우리의 텐트들

 

다시 일행이 있는 야생화공원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아왔다. 한결 속이 편안하다. 고요히 홀로 걸은 길과 이런저런 사람 구경이 즐거웠다. 다 소화불량 덕분이다. 나쁜 것은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안동 장씨가 임진왜란 덕에 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꽃섬에 정착한 것처럼.


노진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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