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와 여주

김윤경 글 쓰는 엄마 / 기사승인 : 2021-06-22 0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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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일기

손에 찌르르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흙빛이다. 늦은 오후로 넘어가니 졸려서 몸이 훅훅 넘어간다. 휴대폰으로 웹툰을 보느라 밤을 샜다. 젊은이들이 섞인 자리에서 웹툰 이야기가 몇 번 오갔다. 흘려 듣는 듯하면서도 제목을 기억해 놓았다.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끝나면 하나씩 봐야지 싶었다. 그 뒤로도 웹툰 이야기가 오갔고 나는 무척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기 때문에 뭘 보기가 주저된다. 그러다 뒷북치듯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를 본다거나 그런 식이다. 시험공부하는 나에게 보상을 주겠노라는 뜻에서 웹툰을 열었다가 역시나 빠져버렸다. 추천받은 웹툰들의 장르는 다 로맨스다. 보고 있으면 두 손이 오그라들 것처럼 유치한데 재미있다. 웹툰을 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게 남주와 여주다. 남자 주인공을 줄여서 남주, 여자 주인공을 줄여서 여주다. 최근 3편을 이어서 봤다. ‘여신강림’,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모두 네이버 웹툰이다.


로맨스는 남주와 여주의 비슷한 특성이 있다. 우선 남주가 잘 생긴 부자다. 어려서부터 큰 부자였으나 가정불화로 속이 텅 비었다. 그래서 차가워 보이고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 틈을 뚫고 들어가는 게 여주다. 여주는 서민이지만 인간미가 있다. 그 인간미에 남주의 얼었던 마음이 녹는다. 여주가 일반 가정에서 지지고 볶으며 자란 것이 남주는 부럽다. 여주는 남주에게 처음부터 마음을 주진 않는다. 속이 텅 빈 남주를 측은하게 보기도 한다. 특별한 남주가 평범한 여주를 짝사랑하는 걸로 시작한다.


남주가 워낙 눈에 띄니까 맴도는 여자들이 있다. 그녀들이 여주를 질투해서 곤경에 빠트리기도 한다. 그런데 여주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는 독보적인 존재다. 이것을 ‘서브남주’라고 한다. 서브남주는 잘생긴 서민이다. 날 것을 살아낸 경력자다. 남주가 탄탄하게 다듬어진 매력이라면 서브남주는 야성미가 있다. 남주가 우물쭈물 고백 못할 때 서브남주는 시원시원하게 직진한다. 그래서 여주가 남주와 서브남주 사이에서 혼란의 시기를 겪는다. 여주가 서브남주에게 마음이 가다가도 결국은 남주에게 정착한다. 독자로서 서브남주가 더 나아 보일 때도 있다. 로맨스에 삼각관계는 공식 같은 거다.


여주는 때로 미련할 정도로 착하다. 위험한 상황을 자처한다. 보고 있으면 여주의 목덜미를 잡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다. 그럴 땐 남주가 나타나 여주를 도와준다. 남주는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잘 맞춘다. 그리고 어떻게든 여주를 찾아내고야 마는 능력자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남주와 여주는 서로를 너무 배려하다가 오해가 생겨 관계가 어긋나기도 한다.


‘여신강림’은 외모지상주의를 다룬다. 요즘 시대에 맞춰서 SNS나 유튜브 방송이 소재로 나온다. 화장법도 배울 수 있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환생 웹툰이다. 전생의 못다 이룬 사랑을 환생해서 이룬다는 내용이다. 여주의 일편단심이 돋보인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여주가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소설 속 배경이 유럽이라 어릴 적 좋아했던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는 것 같다.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건 많다. 책, 드라마, 만화만 해도 무궁무진하다. 8월에 시험이라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 웹툰 3편의 진도를 따라잡느라 며칠 달렸다. 이제 공부하면서 쉬엄쉬엄 보려 한다. 웹툰 개수를 더 늘리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뻔한 로맨스에도 이렇게 설레다니, 거참.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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