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의 흑역사(黑歷史)

김상천 시인 / 기사승인 : 2021-04-13 00: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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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리

차의 본고장 중국에서 차의 역사는 중국 역사의 시작과 함께하고 있다. 역사의 기록에 나타나는 차는 고대 삼황(三皇) 중의 한 분인 신농씨(神農氏)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 신농 시대라면 4∼5천 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신농식경>(神農食經)에는 신농씨가 “약초를 맛보다가 중독됐을 때 찻잎을 먹고 해독이 됐으며 차를 오래 마시면 힘이 나고 마음이 즐거워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차는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사람을 이롭게 하는 약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차의 역사를 공부하면 신이 허락한 이 땅의 먹거리 중에서 최고의 먹거리가 차임을 알 수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때로는 약이 되고 음료가 되며 음식이 됐고 제례의 제물로도 쓰였던 것이다. 


모든 역사에는 긍정적이며 창조적인 자랑스러운 역사도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흑역사(黑歷史)도 있기 마련인데 차도 마찬가지다. 차의 흑역사를 말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차로 인해 결국 멸망한 북방의 고산 유목민족과 마약 운반 도구로 쓰였던 타차(沱茶)의 역사다. 중국 한족은 남방의 차를 차마고도(茶馬古道)를 통해 북방 유목민족들에게 공급하고 대신 말을 가져왔다. 처음에는 싼 가격에 차가 보급되고 비싼 가격에 말(馬)을 공급받았으나 나중에는 반대로 유목민들의 생명의 젖줄이 된 차를 비싸게, 말은 헐값에 거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북방 유목민족들의 생사의 끈을 쥐게 된 한족들은 유목민족들이 준 말을 타고 정복 전쟁을 일으켜 결국 이들을 멸망시켰다. 유목민족들은 그들이 준 말 때문에 전쟁에 패하게 됐으니 참으로 차의 흑역사인 것이다

 


차의 흑역사(黑歷史) 중에서 단연 으뜸인 것은 타차(沱茶)와 마약의 역사다. 타차는 모차(찻잎)를 긴압(緊壓)할 때 사발 모양으로 가운데를 움푹 들어가게 보이차를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압제 후 표면이 넓어져 건조가 쉽고 가벼워 운반 시 통풍에 유리했다. 이는 가장 오래된 형태의 긴압차라 할 수 있는데 명나라 때부터 유행한 보이차의 모양인 것이다. 이러한 타차는 중국 삼대 차창(茶廠) 중에 하나인 하관차창(下關茶廠)에서 주로 만들어져 주력 상품이 됐다. 하관(下關)은 차마고도의 중요한 거점 지역인 운남 대리시(大理市) 창산 근처에 있는 마을인데 맹해차창(勐海茶廠)과 더불어 중국 최고의 보이차 차창이라 할 수 있다. 타차를 주력 상품으로 성장한 하관차창이 쇠락한 것은 바로 보이차의 흑역사 때문이다. 청나라 시대 마약이 중국 전역을 휩쓸 때 움푹 들어간 사발 모양의 타차에 마약을 담아 운반했다. 이로 인해 보이차와 하관차청의 명성에 큰 흠을 남겼고 타차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차의 역사에는 명암이 다 존재한다. 차로 인해 흥한 역사도, 망한 역사도 보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절대선(絶對善)이 없음을 교훈하고 있다. 차 성분이 우리 몸에서 하는 작용도 그렇다. 대부분 좋은 것이지만 강한 카페인 성분 등은 해롭게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초의선사(草衣禪師)도 차를 이야기할 때 중용(中庸)을 말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차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제 중국인들은 차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켜 차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데 차 전문가를 차예사(茶藝士)라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랜 전통의 차 문화에 삶의 지혜를 모두 담아 전승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에서 수많은 차와 관련된 단체들이 나와 활동하면서 혹려라도 차의 역사에 새로운 오점을 남길까 걱정이다. 오래전 아내는 중국 정부로부터 차예사(茶藝士) 자격증을 취득했다. 차예사가 되기 전에는 쉽게 차를 이야기하고 찻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차예사가 된 후에는 차를 말하는 데 조심이 되고 팽주(烹主)가 되는 것이 힘들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아마도 차인으로서 일말의 책임감 때문이라 생각된다.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모여 차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김상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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