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여행처럼 살 순 없을까

이경하 크리에이터 / 기사승인 : 2021-04-12 0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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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여행처럼 살 순 없을까? 처음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처음이니 서툴고 어색해도 괜찮은 여행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도 마음 넓게 이해받고 싶었다. 사실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하루 또한 매번 ‘처음’이지 않은가.


“이번 생은 처음이라”, 한때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아 유행했던 말이다. 너도나도 이번 생이 처음이고 부모님 또한 엄마 아빠가 처음인데, 우리는 서로의 감정과 실수에 여행만큼 포용적이거나 너그럽지 못하다. 사실 삶이란 여행의 연속인데 말이다. 어디로 향하느냐, 누구와 함께 하느냐, 머무르냐 떠나느냐에 따라 나의 삶 속 하루의 일정과 상황이 변하는 매 순간 즉흥적인 여행이지 않은가. 비싼 비행기를 타야만 여행일까? 꼭 화려하고 낯선 장소만이 여행일까? 비교적 정적이고 익숙한 삶이지만 하루하루를 특별한 여행처럼 살아갈 수는 없을까. 아니, 삶이 익숙하고 정적이기에 더더욱 여행처럼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가끔은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고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완벽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현대인들의 유일한 도피처가 여행이라면, 삶 속에서 여행을 녹여낼 수는 없을까. 도시 속 빽빽한 출근길에서 잠깐의 빈틈을 허락할 수는 없을까.


가족 여행으로 보라카이를 갔을 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이처럼 활짝 웃는 부모님을 보았다. 보금자리에서는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그늘 없는 해맑은 웃음이 슬프면서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4박 5일간의 황홀했던 여행이 끝나고 일상생활을 마주하며 우리 가족은 다시 바쁜 삶 속에서 웃음을 잃게 됐다. 나는 종종 아버지의 무거워진 어깨를 마주할 때면 여행 때 찍어둔 활짝 웃고 있는 부모님 사진을 꺼내보곤 했다. 아버지의 주름 없는 웃음을 여행을 통한 잠깐의 도피로만 맛보기엔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했기에, 현재의 삶 속에서도 자꾸만 그 행복을 맛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우리는 ‘여행’이라는 이름의 환각 오아시스를 만들고 목말라 하는 것이 아닐까. 퇴근길에 사랑하는 이와 무작정 찾아간 맛집, 우연히 알게 된 좋은 노래, 출근길에 마시는 향긋한 커피 한 잔, 가족들과 함께 먹는 따뜻한 저녁 식사 등,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작지만 소중한 모든 순간 또한 우리의 확실한 행복요소이지 않을까. 우리가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여유와 행복이 삶을 살아가며 주기적으로 맞이하는 익숙한 감정이 되길 바란다. 여행을 못 떠난 지 1년을 넘기게 된 지금, 여행처럼 삶을 살고 싶은 나의 작은 욕심이자 바람이다. 


이경하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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