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기록> [전쟁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

황은혜 기억과 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2-04-26 00: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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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울산에 큰 지진이 있었다. 울산 동구 동쪽 해역에서 진도 5.0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뉴스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역대 5위 규모라고 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대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겪었던 일본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 뒤로 더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 후 모든 게 잠잠해졌지만, 나는 사실 몇 달간은 한밤중에 깊이 잠들지 못했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곤 했다. 가만히 있어도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았고,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평생 겪어보지 못한 지독한 두려움이었다. 평온했던 일상을 하루아침에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몹시 무서웠고, 심지어 우울했다. 평온하게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벌써 6년이나 더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두렵다.


그런데, 지진보다 무서운 건 전쟁이다. 인간이 만든 재해 중에 가장 최악이다. 1950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이고, 2022년인 지금 우크라이나에 일어나고 있는 그 일. 전쟁은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데 누군가 다치고 죽는 것을 넘어 모든 이의 일상을 파괴한다.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이 공들여 만들어 온 도시와 그곳에 존재한 모든 것을 박살 낸다. 전쟁은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2022년 4월 초 출간된 <전쟁일기>에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원래 그림책 작가였던 올가 그레벤니크는 남편과 함께 새로 산 집의 인테리어를 고민하며 신나는 저녁을 보냈지만, 다음날 새벽 5시, 폭격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을 잃었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평범한 시민으로서 그는 이 일기를 쓴 8일 동안 매우 절망했고, 고통에 차 있었으며, 두려움에 떨었다.


“미사일이 옆집에 떨어졌다. 두려움은 아랫배를 쥐어짠다.”


“번화하고 아름다운 나의 도시를 그들은 지구상에서 지우고 있다.”


“남편은 국경을 넘지 못했다. 남자들은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전쟁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걸까.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고 자란 아이들이 더 아름답고 좋은 세상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순간’을 꼭 보여줘야 한다. 이를테면 누구에게도 좋을 게 없는 전쟁 이야기 같은. 그 이야기가 그런 일을 겪고서도 씩씩하게 일어나 이토록 잘사는 나라를 만들었다는 식의 것이 아니라 전쟁이 남긴 참상을 진지하고 직설적으로, 충분히 안타까워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혹시 아직도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배우지 못했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기를 바란다. 전 세계가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지금도 여전히 휴전 중이므로.


황은혜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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