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 디즈니의 시대적 수용, 페미니즘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 기사승인 : 2021-08-09 0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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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지난 7월 7일 전 세계 동시 개봉한 영화 <블랙 위도우>는 8월 3일 현재 누적 관객 수 283만 명을 기록하며 상영 중이다.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한 달여 실적치고는 형편 없지만 팬데믹 시국의 극장 고사 상태를 감안하면 제법 흥행하고 있는 편이다.


관객은 대체로 영화의 서사에 집중하지만, 영화는 기획부터 제작 전 과정에서 관객의 반응을 예측해 마케팅을 계획한다. 물량 공세와 속전속결 흥행 및 제작비 회수를 목표로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더욱 과감하고 전략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영화 감상에서 내러티브와 미장센(화면미학) 이외에 이러한 기획과정에 포함된 제작진과 콘텍스트(맥락)까지 들여다본다면 오락과 감동 이상의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이 영화는 ‘영웅’과 ‘해결’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관습적 내러티브의 디즈니 ‘오락’ 영화이고, 적대적 제작사인 드림웍스가 시리즈물을 내는 데 비판적인 디즈니가 스핀오프(기존의 콘텐츠에서 파생된 콘텐츠)를 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영화 <미녀와 야수>를 기점으로 디즈니가 페미니즘을 내세우게 된 배경과 함께 이 영화의 여성 감독과 여성 주연배우 모두 페미니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디즈니 산하 마블스튜디오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아이언맨부터 스파이더맨까지, 그리고 이들의 융합체인 어벤져스 시리즈로 이어졌고, 2진의 ‘블랙 위도우’가 주체적 캐릭터로 독립했다. 인기 있는 콘텐츠들은 시리즈뿐 아니라 프리퀄(스토리텔링의 전사(前史) 또는 전제), 스핀오프, 리부트 등의 속편, 디렉터스컷 또는 리덕스(재구성)로 재창출된다. 이는 단일 콘텐츠에서 캐릭터산업, OST, 타 장르 콘텐츠 생산 등 OSMU(원 소스 멀티 유즈)의 일환이다. 최근 한국의 영상 콘텐츠들은 출판물에서 웹툰으로 콜라보레이션(협업, 공동 진행 등) 영역을 넓혔다.


디즈니의 관습적 내러티브는 ‘옛날옛날에 아름다운 공주와 백마 탄 왕자님이…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내용으로, 수동적인 미녀와 유능한 왕자의 선택이라는 공식으로 구성됐는데, 이러한 디즈니 방식에 반기를 든 이가 전 디즈니 회장 제프리 카첸버그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음반 제작자 데이비드 게펜과 1994년 ‘드림웍스’를 설립했고, 로고의 SKG는 스필버그, 카첸버그, 게펜의 영문 이니셜을 딴 것이다. 2004년 카첸버그가 독립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의 예쁘고 잘생긴 주인공이 아닌 독특한 ‘슈렉’, ‘쿵푸 팬더’나 백인이 아닌 황인 또는 흑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드림웍스의 캐릭터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도 포함된다. 이러한 드림웍스의 반격은 디즈니에 충분히 자극이 됐고,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여성 주인공 ‘벨’은 동명 영화에서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임과 동시에 여전사의 캐릭터성까지 겸비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블랙 위도우’의 스칼렛 요한슨으로 이어진다. 스칼렛 요한슨은 성추문으로 궁지에 몰린 우디 앨런을 옹호하는 등 개인적인 문제점들이 이슈화된 바 있지만 폴리테이너(정치적 성향을 분명히 가진 연예인)이자 왕성한 페미니즘 활동가다.


1900년대 전후 시작된 페미니즘운동에 이어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페미니즘 영화이론은 영화를 통해 가부장제 관습들로부터 억압받는 여성들을 해방시키려 했다. 이 시기 호주에서도 활발한 페미니즘운동이 일어났고, 호주의 여성들은 영상을 적극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시드니와 멜버른을 중심으로 경쟁하며 발전해온 호주의 영상산업은 특수촬영과 수중촬영에 특화된 반중심제작거점으로 자리 잡았고, <블랙 위도우>의 감독이 호주 시드니 출신의 여성감독인 케이트 쇼트랜드라는 점은 철저하게 기획하는 할리우드 문법에서 이 영화가 페미니즘과 높은 인과관계가 있음을 알게 한다. 그녀가 연출한 6편의 영화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디즈니의 천적에 대한 대응과 시대적 변화 수용, 기획에서 상영 이후까지 반영된 페미니즘적 요소는 ‘오락’ 영화 <블랙 위도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콘텍스트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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