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차문화(茶文化) 그 순박함

김상천 시인 / 기사승인 : 2021-08-10 0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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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리

“가장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문화 콘텐츠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시대, 한류 열풍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K팝 BTS의 성공은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 사례다. 세계열강 속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 문화의 독창성과 우수함이 세계인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음식 문화가 웰빙 음식으로 소개되고 한옥의 매력에 빠진 외국인들이 체험관광을 위해 오는 것을 본다. 몽골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을 때 학생들이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배우에 대해 자주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곤란했다. 외국에 살면서 가끔 한국 문화의 특성과 우수성을 생각해 봤다. 딱 뭐라 말할 수 없음에 답답해하면서도 나를 나 되게 하는 그것에 대한 당당함을 표현하면서 살았다.


한국 문화, 그 기운은 맑고 깨끗하며 모양은 순박하고 단아하다. 맛으로 표현하자면 정갈하고 그 소리는 울림이 있어 은근하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다 보여주는 것이 찻자리와 한복 입은 여인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외국 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할 때 흰 한복 차림으로 찻상을 앞에 두고 음차(飮茶) 시연을 했다. 학생들에게 여기서 한국 문화의 가치와 특성을 찾아보라고 했다. 한 학생이 뭐라 딱 말할 수는 없지만 생각과 영혼을 사로잡는 강력한 힘과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을 느낀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바로 차(茶)의 중정(中正)이고 동양의 가치라고 했다. 얼마 전 청주에 사는 지인이 외국으로 나가는 자녀와 함께 경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한국 문화를 한마디로 말하고 보여주기 위해 청허당(淸虛堂) 차실(茶室)로 잠깐 방문하겠다고 했다. 좋은 만남이 될 것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차문화(茶文化)는 차이가 있다. 고유한 전통과 특징이 있는 것이다. 이 세 나라 차문화의 특징을 보면 그 민족 문화를 총체적으로 함축해 담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한국의 차문화는 순박하고 절제돼 있으며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반면에 일본의 차문화는 까다로운 격식과 멋과 예절을 지향하고, 중국은 격식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다양함과 그 특유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삼국이 다 사원차(寺院茶) 중심으로 차가 전래돼 왔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차문화라 할 때는 사원차만 가지고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일반인들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문화의 향기가 진정한 문화 현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선방(禪房)이나 선비의 사랑(舍廊)이나 여염집이나 다를 바 없이 다반사(茶飯事)로 행해진 음차(飮茶)문화는 그냥 순박하고 자연스러움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해진 유물 중에 특이하게 차에 관한 도자기나 다기(茶器) 등은 볼 수 없다. 이것은 까다로운 격식과 찻자리의 화려한 연출 등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냥 편안하고 자유롭게 차를 마시고 순박한 찻상을 마련했던 것이다. 막사발에 국을 담으면 국사발, 술을 따르면 술잔, 차를 부으면 찻사발이 됐다. 격식을 따른 다기(茶器)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나름 무슨 다도(茶道)니 다법(茶法)이니 하는 것은 대부분 일본과 중국의 차문화가 근대에 들어와 한국의 고유 차문화와 접목한 현상으로 본다. 물론 우리나라도 초의(草依)의 동다송(東茶頌)과 다신전(茶神傳) 같은 다법이 있지만 이것은 사원차(寺院茶)의 맥락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다인(茶人)이라 칭하는 자들을 빼면 누가 동다송을 말할 수 있을까.


대청마루에 작은 찻상을 앞에 두고 정갈하게 차를 따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중국차의 화려함이나 복잡한 절차, 일본차의 까다로운 격식이나 멋스러운 행동이 들어 올 자리가 아닌 듯싶다. 한복이 그렇듯이 찻자리 또한 순박한 자연스러움이 절재미와 함께 은근히 배어 나온다. 


김상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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