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의 전쟁(2)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8-10 00:00:34
  • -
  • +
  • 인쇄
아빠 일기

본의 아니게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생물학자도 아닌 내가 개미 세계를 유심히 들여다 보게 된 배경은 우리가 엉뚱한 장소에서 잘못 만났기 때문이었다. 이사를 왔던 당시 아이가 걸음마를 하던 시기였기에 여러 생각을 낳았다. 개미가 어린 아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했다. 달리 생각하면 그것이 바퀴벌레가 아닌 게 천만 다행이었다. 아직 바퀴벌레가 접수된 바는 없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개미를 박멸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개미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경악할 일이었겠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는 이 문제에 매우 진지했다. 그리고 그간에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가 방심하던 사이 개미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물의 잔재물이 떨어졌다. 그 틈을 타서 개미 떼가 음식물 주변으로 한가득 모여들었다. 내 마음에 경계경보가 울렸다. 식은땀이 흘렀다. 뭔가 긴급 조치가 필요한 시점. 그만 손바닥으로 그 떼거리를 모조리 쓸어 버렸다. 잔인하게 살육이 벌어진 현장에서 나는 대첩을 이룬 장수처럼 승리의 쾌감을 느꼈다. 음식물도 모조리 없앴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큰 승리를 맛보았던 그 자리에 개미가 하나둘 모여들더니 다시 개미 떼를 이루었다. 앞선 떼와 다르게 그들은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 잡는 듯했다. 사라진 음식 때문이었을까 의심이 들었다. 나 역시 이와 같은 상황을 몇 번 겪었는데 그때마다 똑같은 조치를 취하기만 했다. 그런데 후발로 온 그들은 음식이 목적이 아닌 듯했다. 그들도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사건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찾은 것이라는 개인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 후로 개미들도 한동안 그곳을 찾지 않았다.


개미의 이동을 관찰했다. 선을 따라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개미는 방바닥 모서리를 따라 기어갔다. 또 타일의 선이나 선 모양을 띤 길을 따라갔다. 그 길을 따라 걷던 개미 몇 마리를 죽이면 다른 개미들은 혼란을 겪다가 자기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되돌아간다. 그 길은 일시적으로 폐쇄가 된다. 아마도 죽었던 개미의 페로몬 향을 맡고 위험 신호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개미의 출몰 지역이 싱크대 위 선반장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선반장을 뜯어내면 해결할 수 있을까. 주인의 허락 없이 싱크대를 뜯어내는 것은 힘들었다. 현재 싱크대 주변을 핵심 쟁점 지역으로 정하고 늘 긴장하고 있을 뿐이다.


간혹 밥상 위로 기어가는 개미가 눈에 띈다. 이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신성한(?) 행위가 행해지는 장소에 눈에 띄는 건 여전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개미를 연구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것은 집 밖에 있는 개미의 경우다. 다만 음식을 찾는 것은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있다. 그들 역시 장소 가릴 처지가 아니다. 음식을 찾아 떠나는 그들의 여정과 열정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박멸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죽여도 죽여도 그 수가 줄지 않았다. 내가 그들을 죽이는 숫자보다 여왕개미가 생산하는 개체 수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우리 집 개미 종의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살생이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잘못된 만남이 아니었더라면 잔인한 방법을 생각할 이유가 없었을 뿐.


늘 문제가 되는 것은 ‘남은 음식’이었다. 쓰레기봉투에서 향내 나는 음식 찌꺼기가 개미들을 부르는 원인이다. 과일 씨, 뼈, 껍데기 등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되지 않는 것을 종량제 봉투에 그냥 담으면 화를 자초하는 짓이다. 따라서 분리배출의 묘를 살리는 것이 개미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그들 없는 세상을 소망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그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생각해야 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뭔가 다른 방법, 다른 목표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식구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은 아니다.


우연찮게 개미와의 공생은 ‘생활습관을 바꾸면 개미의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교훈을 내게 남겼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백성현 글 쓰는 아빠 백성현 글 쓰는 아빠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