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디에 있든 별은 빛난다

김루 시인 / 기사승인 : 2021-08-10 0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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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세상

날씨가 덥다. 너무 덥다. 날씨만큼 뜨겁게 달아오른 올림픽 경기장. 더위 속에서도 선수들의 열정은 격렬하다. 자신이 꿈꿔 온 무대에서 몇 분 아니 몇 시간으로 평가된다는 게 얼마나 숨 막히는 일인지.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장. 바람마저 숨을 죽이고 있다.


31일은 일본과 우리나라 배구팀이 경기를 펼친 날이다. 풀 세트까지 간 접전 끝에 3대 2로 짜릿한 승리를 거둔 그날. 우리는 마치 금메달이라도 딴 것처럼 기뻐했다. 처음부터 경기를 지켜보지 못한 미안함으로 더 열심히 응원했다. 체력소모가 된 탓인지 선수들은 공격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1, 2점 차이로 서로 점수를 내어주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사실 12대 14로 거의 지는 상황이었다. 두 손을 모으며 아무리 소리쳐도 일본 코가 사리나 선수의 연속 득점으로 경기는 마무리되나 싶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월드스타 김연경은 지쳐가는 선수들에게 마법이라도 걸듯 기운을 북돋아 주며 경기를 이끌어 갔다. 애가 타는 순간이었다. 김연경의 마음을 읽었는지 박정아 선수는 연속 공격 득점을 성공시키며 우리의 가슴을 뻥 뚫리게 했다. 짜릿한 승부다. 얼마나 짜릿한 순간이었는지, 지켜보는 우리도 덩달아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역시. 김연경은 김연경이야. 박정아는 또 어떻고.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인 라바리니 감독도 코트로 뛰어나와 환호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선수들. 8강 진출이다. 


바람이 분다. 바람의 물결을 타고 경기는 계속된다. 남자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은 또 어땠는가. 우리나라에서 1996년 이진택 선수 이후 처음으로 트랙&필드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선수다. 그는 2.28m 높이를 통과해 예선에 출전했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1차에 2.35m를 뛰어넘어 우상혁은 이진택 선수가 기록한 기존 한국 신기록 2.34m기록을 훌쩍 넘겼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우상혁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즐기며 걸어 온 선수였다. 경기를 시작할 때마다 환하게 그는 웃었다. 웃는 치아가 어쩜 그리도 하얗게 빛이 나던지. 보는 사람도 덩달아 환해지는 시간이었다. 심장에서 요동치는 소리를 가라앉히기 위해서인지 그는 박수를 유도했다. 많지도 않은 객석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 한 걸음 한 걸음 그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제발, 아 걸리지 말고 잘 뛰어넘어야 할 텐데. 마음 졸이며 손을 모으는 관중들을 안심이라도 시키듯 그는 거뜬히 2.35m를 넘었다. 환하게 웃으며 “이제부터 시작이야.”하고 주먹을 불끈 쥐는 그는 해맑았다. 장벽에 걸려 실패하면 하는 대로 환했다.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웃으며 다짐하고 웃으며 결의했다. 메달과 상관없이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그의 모습이 전 세계로 전파돼 평소 그가 존경했다는 높이뛰기 선수 홀름도 경기를 지켜보고 난 후 그에게 팔로우를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마지막 실패의 순간에도 환하게 웃으며 거수경례로 경기를 마무리 짓는 우상혁은 우리 모두를 지금의 팬데믹 속에서 환하게 웃게 만든다. 그의 미소는 우리 모두가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 같다. 이제 곧 거리의 사람들이 웃는 날이 올 거야. 바람을 부르며 공원의 숲을 걷는 저녁, 별이 빛난다.


김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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