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최고의 회담’이었나?

한기양 울산새생명교회 담임목사, 평화통일교육센터 대표 기자 / 기사승인 : 2021-05-31 0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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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23일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회담의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는 만족을 표시했다. 과연 그런가?


21일 발표한 한미 공동성명은 한마디로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연다”로 요약된다. 공동성명의 첫 문단은 “철통같은 동맹에 대한 공약의 재확인”을 강조하고 있다. 공동성명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방위 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다. 또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며, “동맹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는 다년도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을 환영한다”고 명시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미국은 자기들이 원하는 곳 어디에든 이 땅에 미 군사력을 배치할 수 있고 군사기지 건설을 위해 어느 지역이든 요구할 수 있다. 이 조약의 제4조 ‘미합중국의 육군‧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성주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된 것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른 미국의 ‘권리’ 행사이고, 한국은 ‘허여’하는 수밖에 없는 현실의 방증이다.


다음으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파악하려면 전작권 반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은 2007년 2월 노무현 정부에게 2012년 4월 17일 전작권 반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반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미뤘고, 박근혜 정권은 전작권 반환 시기 자체를 아예 없애버렸다. 박근혜 정권은 2014년 10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는데, ‘전환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미군이 특정 시한 없이 전작권을 계속 행사한다는 내용이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각서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조건은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보 환경 조성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의 핵심 능력 구비 △국지도발과 전면전 시 초기 단계에서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등 세 가지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이뤄질 때 전환을 논의하고,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을 통과해야만 전작권을 반환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군사주권을 되찾는데 애당초 그 무슨 ‘전환조건’을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하물며 미국의 검증과정을 통과해야 하고 까다로운 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니, 어처구니없다. 말이 좋아 ‘전작권 전환’이지, 이건 미국의 판단과 처분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5조는 한국이 시설‧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는 대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측의 요구로 주한미군 유지비용을 부분적으로 한국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을 1991년부터 맺어 왔다. 엄밀히 말해 특별협정 자체가 모법과 상충되는 편법이고 ‘꼼수’다. 지난 4월 8일 정부는 미국과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서명했다. 제11차 특별협정은 이전에 체결된 그 어느 특별협정보다도 더 많이 미국에 한껏 퍼준, 역대 최악의 퍼주기였다.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한 21일 한미 공동성명의 내용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한미관계의 민낯이 드러난다. 동맹은 두 나라의 국력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최소한 각 나라의 자주성이 있는 주권국가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관계를 말한다. 하지만 한미관계는 일방적 관계이지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철통같은 동맹을 재확인한 한미 정상회담을 “최고의 회담”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한미상호방위조약,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명기한 한미 공동성명을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기대한 것 이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게 맞는가?


북한으로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과 북한 체제를 과거처럼 노골적으로 비난하지 않은 것과 대북전단 살포 문제 등이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기는 했지만, 북한은 현재 판문점 선언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 같은 태도가 남북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 추진했던 한반도 종전선언과 남북협력사업(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에 대해서도 이번에 미국의 동의를 받지 못함으로써, 현 정부가 남북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미사일 지침 종료에 합의함으로써 한국의 미사일 개발 관련 제약이 사라진 것에 대해 북한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에서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이번에 한미동맹을 강조함으로 북한은 더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오는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바로미터가 되리라고 본다. 종전을 선언하는 일과 훈련 중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국회에 촉구하는 일이 주요하리라 생각된다.
사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실용적 접근', ‘외교적 해결'이라는 방향만 언급됐을 뿐 정작 중요한 ‘현실성 있는 행동계획'을 밝히지는 못했다. 바이든의 대북정책과 정상회담 합의가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의사가 없음을 알리는 분명한 행동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함으로써, 적대관계를 내려놓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기양 울산새생명교회 담임목사, 평화통일교육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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