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맨발로 걸으며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살려요"

정승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12-23 15:20:47
  • -
  • +
  • 인쇄
'맨발 덕분에' 동아리 노미정, 심은연 회원 인터뷰
울산 최초 해수욕장에 모래 놀이함 설치
▲ 더불어숲 작은도서관 '맨발 덕분에' 동아리 심은연(왼쪽), 노미정(오른쪽) 회원. ⓒ정승현 기자

 

[울산저널]정승현 기자 = 맨발 걷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맨발 덕분에'라는 동아리를 만들고 건강뿐 아니라 환경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걸으며 쓰레기도 줍고,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 자원 순환에도 기여하고, 울산 최초로 해수욕장에 공유 모래 놀이함도 만들었다. 힘들 법도 한데 함께해서 즐겁다는 '맨발 덕분에' 노미정, 심은연 회원을 지난 22일 더불어숲 작은 도서관에서 만났다.

 

Q. '맨발 덕분에' 동아리 소개 부탁드린다.

 

심은연 :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동아리이고 더불어 숲 작은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동아리를 꾸렸다. 회원은 총 3명이고 매일 아침 6시 전후, 일산해수욕장 해변을 맨발로 걸으면서 산책도 하고 쓰레기도 줍고 주운 쓰레기를 자원 순환 가게에 보내는 등 환경 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Q. 어떤 계기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노미정 : 10년 정도 발에 염증이 있었다. 2월에는 염증이 심해서 걷지도 못했는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산해수욕장을 매일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염증도 조금씩 낫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굉장히 개운하더라.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맨발 걷기를 추천했고 4월부터는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심은연 :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새벽 시간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인데 이때 맨발 걷기를 하니까 활력도 생기고 하루가 엄청나게 길어지더라. 정말 좋았다. 그런데 청소 노동자들이 일하기 전인 새벽에 가니 해변에 쓰레기가 너무 많이 보였다. 조금씩 줍다 보니 어느새 마대 자루 두 포대 이상씩 열정적으로 줍게 되더라. (웃음)

 

노미정 : 보통 플로깅(Plogging·걸으며 쓰레기 줍기)을 하면 비닐봉지로 쓰레기를 줍는데 우리는 양파망 같은 걸 주워 씻어서 거기에 쓰레기를 담았다. 이게 바로 자원 순환이다. 회원들과 맨발로 바다를 걷다보면 이런 아이디어들이 마구 나온다. 올여름, 가을에 거의 매일 쓰레기를 주웠고 지금은 겨울이라 방학이자 휴식기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 집 근처에서 쓰레기를 줍고 단체 채팅방에 인증 사진을 올리고 있다.

 

Q. 맨발 걷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조금씩 주울 수는 있지만, 동아리까지 만들어서 자원 순환 활동을 하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인 것 같다. 원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노미정 : 더불어 숲 작은 도서관에서 운영위원으로 10년째 활동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환경 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다. 여기는 다들 기본적으로 텀블러,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채식하는 분도 있고 친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 또 함께 환경 관련 책 읽으며 공부도 하고 환경 지원 사업도 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가 우리의 중심 문제가 됐다.

 

Q. 그럼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노미정 : 지금은 없어졌지만, 울산에는 '착해가지구'라는 자원 순환 가게가 있었다. 재활용 쓰레기를 많이 주워 차에 가득 싣고 한 달에 한 번 그곳에 갖다 줬다. 또 환경운동연합에서 과자 봉지로 생활용품을 만든다고 우리에게 과자 봉지를 갖다 달라고 해서 새활용에도 보탬이 됐다. 이 밖에도 u-플로깅 챌린지에 참여해 수상했고 환경과 에너지 사진전에도 활동 관련 사진을 출품해 상을 받았다.  

 

▲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설치된 함께쓰는 공유 모래놀이함.

 

Q. 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함께한 활동도 궁금하다.

 

노미정 : 어느 날 한 단체 채팅방에 환경 관련 정책 제안 설문이 올라왔다. 거기에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더니 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서 연락이 오더라. 쓰레기 줍는 활동을 하면서 모래 놀이 도구를 굉장히 많이 주웠다. 이걸 손쉽게 쓰고 버리는 게 아까워서 아예 해변에 공유 모래 놀이함을 설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 기획안을 냈고 채택돼서 모래 놀이함을 설치할 수 있었다. 쓰기 편하고 오래 사용가능한 모래 놀이함을 만들기 위해 직접 놀이터에 가서 치수도 재고 발로 뛰며 노력했다. 옷장처럼 열 수 있는 놀이함, 모래가 잘 빠져나가는 구조 등 회원들이 여러 아이디어를 내서 지금의 모래 놀이함이 탄생했다.

 

심은연 : 사실 모래 놀이함을 아이들만 좋아하겠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많이 사용하더라. 블로그나 SNS에 이 모래 놀이함 관련 글이 올라올 때마다 뿌듯하다. 나중에는 일산해수욕장의 특색 있는 상징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그만큼 우리가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그래서 자주 모래를 씻어서 놀이함에 넣는 등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

 

Q. 회원은 적지만 정말 많은 활동을 하는 것 같다. 동아리 프로그램에 대한 주민이나 아이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노미정 지난 8 우리 동아리에서 바다&마을 쓰담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40명 정도 인원 제한이 있었는데 4시간 만에 마감되더라. 깜짝 놀랐다. 또 후기를 써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후기를 많이 남기더라.

 

"동네에서 아이와 산책하는 시간이 소중했다."

"이전에는 내가 사는 동네를 청소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글들이 정말 많았고 굉장히 뿌듯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 쓰레기를 줍고 싶다고 온 사람들도 있어서 같이 플로깅도 하고 맨발로 대왕암까지 산책했다. 맨발 걷기 코스를 지역 관광상품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Q.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심은연 : 어느 날 아이랑 쓰레기를 줍는데 저 멀리 컵라면 버려놓은 게 많이 보이더라. 가서 주우려는데 가까이서 보니 군소 알이더라!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렇게 아이와 플로깅 하면서 생태 감수성을 키워나갔고 매 순간 자연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어느 날은 우리도 여름을 한번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다 같이 바다 수영을 했다. 너무 평온하고 재밌고 좋더라.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 일산해수욕장에서 플로깅하며 직접 주운 모래 놀이 도구. ⓒ정승현 기자

 

Q. 동아리 활동하면서 어떤 것들을 느꼈나?

 

노미정 : 혼자 하면 쉽게 포기했을 텐데 회원들과 함께해서 지속할 수 있었다. 같이 쓰레기를 줍고 모래 놀이함을 설치하는 과정도 굉장히 재밌었고 청소 노동자와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회원들이 여러 명이다 보니 해결 방법도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쓰레기 줍는 활동을 하다 보니 청소 노동자분들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플랫폼 지원 사업으로 환경미화원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분을 도서관에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시간도 의미 있었다. 쓰레기 줍는 활동이 세상을 배우는 시간으로 이어지더라.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을 통해서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들을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 특히 북구 천마산에서 환경 정화하는 분들과 교류했는데 그 만남이 소중했고 앞으로 더 확장해서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은연 : '맨발 덕분에' 활동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는 일이다. 멀리 여행 갈 필요도 못 느꼈다. 매일 집 앞에 여행하는 기분으로 바다에 갔다.

 

Q. 지자체나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는가?

 

심은연 : '착해가지구' 자원순환 가게가 10월까지만 운영해서 매우 아쉬웠다. 울산 동구에도 자원순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해수욕장에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해변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 같다.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고 그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

 

노미정 : 얼마 전 포항에 맨발 쓰줍 여행을 갔다. 포항이 맨발 걷기에 진심인 도시더라. (웃음) 걷기 좋은 길을 도식화해서 소개하고 시민들도 집 가까운 곳의 걷기 좋은 길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더라. 울산도 걷기 좋은 길을 많이 발굴하고 홍보했으면 좋겠다. 또 영일만 해수욕장에도 갔는데 세족 시설도 잘 돼 있고 분리 배출함도 다 갖춰져 있더라. 관리하는 분도 계시고. 우리도 그런 걸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도 중요하지만, 우선 주민들이 살고 싶은 도시여야 한다. 지자체가 주민들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환경 활동을 하다 보면 사회 시스템이 안 바뀌는데,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봐야 뭐가 달라지겠냐는 냉소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최근 책을 읽었는데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다. 일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고 우리 사회의 유일한 구원자는 외면하지 않는 개인이라는 것이다. 작은 거라도 매일 꾸준히 하면 큰 힘이 될 수 있고 그런 개인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싶다.

 

Q.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나?

 

노미정 : 동구에 자원 순환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이 마련되도록 구청에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제안하고 싶다. 또 모래 놀이함의 경우 나무로 만들어져 부식될 위험이 있기에 봄에 목재 부식 방지용 요트 바니쉬를 바를 계획이다. 일산해수욕장 쓰담 걷기 활동도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맨발로 걷기 좋은 길을 발굴해서 알리는 활동을 하고 싶다.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