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닌(Tannin)이 주는 교훈

김상천 시인 / 기사승인 : 2021-04-27 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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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리

차(茶)의 중요한 성분 가운데 하나인 탄닌(Tannin)은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으로 식물에 의해 합성되며 단백질과 결합해 침전시킨다. 특히 탄닌은 보이차(普耳茶)에서 맛과 향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보이차가 떫은맛과 역한 숙향(熟香)을 내는 것은 탄닌이 변화 없이 그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5년 이상 숙성 과정을 거친 보이차는 탄닌의 유익한 성분은 그대 간직한 채 떫은맛이 단맛으로, 역한 숙향이 좋은 진향(陳香)으로 바뀌게 돼 사람들은 오래된 보이차를 고가(高價)에 구입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보이차를 가까이하는 마니아들은 이 변화되는 과정을 즐기는데 조금씩 익어가는 차의 묘미(妙味)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차의 주성분 탄닌은 숨겨진 그 효능이 대단한데 해독작용을 하므로 예로부터 약으로 사용한 기록들을 보게 된다. <신농식경(神農食經)>에는 “신농이 백 가지 약초를 맛보다 중독되었는데 차를 얻어 해독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명의 화타(華佗)는 <식론(食論)>에서 “차를 오래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깊어진다”고 했다. 모두가 차의 탄닌이 주는 치료 효과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니코틴 같은 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키며 중금속이 몸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중성지방 분해를 촉진해 혈압을 낮추고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하여 현대인들에게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밖에도 발암물질과 박테리아를 없애는 역할을 하고 병원균을 응고시켜 죽이는 살균작용, 소염과 항염작용, 지혈작용, 지방을 연소하는 역할 등 탄닌이 갖고 있는 효능은 대단하다. 


나는 보이차를 마실 때 최고의 가치를 입안에서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후감(後甘)을 느끼는 데 둔다. 입안에서 떫은맛이 스치고 지나간 뒤에 오는 단맛과 은은한 향이 후감이다. 이 후감은 숙성 기간에 따라 다르고 차 산지마다 그 특성이 있어 품차(品茶)에 있어서도 중요한 잣대가 된다. 사람들 앞에서 후감을 이야기할 때는 항상 고진감래(苦盡甘來)를 말하는데 쓴맛 다음으로 오는 단맛이다. 이는 차 문화가 만들어낸 사자성어라 할 수 있다. 모름지기 후감을 즐기는 차인들은 인내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채엽(採葉)을 하고 위조(萎凋)와 살청(殺靑)을 거처 건조(乾燥)한 모차(母茶)를 긴압(緊壓)해 병(餠)으로 만들어서 오랜 세월 기다리게 하는 것도 탄닌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기다림 속에서 탄닌의 맛과 향의 변화를 즐기는 것이다. 발효음식은 모두가 기다림이 주는 축복이 아닐까. 차의 성분 중 탄닌은 인내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맛과 향을 선물로 허락할 것이다. 


탄닌은 주로 감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떫은맛을 낸다. 사람들은 이 탄닌의 맛을 싫어한다. 그러나 감이 익어 홍시가 될 때의 그 단맛은 최고다. 홍시가 될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 진향이 날 때를 기다리는 차인(茶人)들 다 고진감래(苦盡甘來)를 터득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좋은 탄닌도 많이 먹으면 안 된다. 두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탄닌은 장의 점막을 자극해서 설사를 개선할 수 있지만 많이 먹으면 변비가 올 수도 있다. 또한 빈혈이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어쩌면 떫은맛의 탄닌이 있어 차가 차인지도 모른다. 차에서 탄닌이 없다면 익어가면서 변화하는 묘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의 삶 속에서도 고난이 없고 꽃길만 있다면 사는 재미가 있을까. 사는 맛을 좀 알고부터는 고난의 축복과 사랑의 아픔이 이해가 됐다. 탄닌 속에 감추어진 차의 맛과 향을 느끼듯이 삶의 여정 가운데 고난 속에 감춰진 축복을 소유하는 사람이고 싶다. 


김상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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