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을 대하는 두 부류의 관점 차이와 서로 배움에 대하여

권춘봉 이학박사 / 기사승인 : 2022-03-01 0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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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작년과 올해, 울산시민인 두 작가가 각각 식물에 관한 책을 출판했다. <교장샘의 재미있는 꽃 이야기_조상제>, <식물에게 배우는 인문학_이동고>(사진 1). 두 책은 넓게 보면, 식물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진 1. 울산시민 작가 두 명의 식물 인문학 저서.

<교장샘의 재미있는 꽃 이야기>의 저자는 임지(任地)로 가는 초등학교마다, 교과서에 나오는 꽃과 나무를 심은 정원을 만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화단을 꾸미고 숲을 가꾸는 일을 하며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모두 정결한 환경에서 바른 정서와 정신을 가꾸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울산에서 만날 수 있는 꽃과 나무의 이야기를 한다. <식물에게 배우는 인문학_이동고>는 인간과 함께 하는 식물을 대상으로 인간의 역사, 문화, 민속과 정서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통찰의 대상으로 식물을 조명하고 있다. 두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식물을 줄기, 잎, 꽃, 수술, 암수를 더 자세히 보고 싶고, “너는 언제, 왜 거기 심어졌니?”라며 식물에게 말을 걸어 보고 싶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분류학을 전공한 생물학자인 필자는 두 저자와 식물 또는 생물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에서 얼마간의 간극(間隙)이 존재함을 발견했다. 몇 가지에 불과하긴 하나, 이번 호에서는 그것을 찬찬히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그것이 모든 생물학자가 아닌 총체적 식견이 짧은, 단지 필자와의 차이일 수도 있다.


첫째는 생물과 나와의 관계다. 앞선 두 저자는 식물과의 관계가 사고와 감정을 포함한 정서적인 관계다. 또한 인문학적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근원적 측면과 인간의 문화와 가치까지도 식물을 통해 이해하기 때문이다. 필자와 같은 소위 “과학자”는 어떤가? “국제동물명명규약” 제4판이 한국어판으로 2017년 번역됐다. 그 발간사에서 보면, 우리 주변의 식물을 포함한 생물종을 생물유전자원이자 국력으로 인식한다.


둘째는 이야기(story)와 기재(description)다. 앞선 두 저자는 식물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 <교장샘의 재미있는 꽃 이야기>라는 제목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기라니, 저자를 찾아가 책을 구해서라도 읽어야 할 만큼 읽고 싶은 이야기책이다. 글 꼭지 중에 “달나라에 사는 나무”는 향이 천리만리 가는 식물들을 소개하는데, 은목서 한그루를 지닌 자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며, 백리향을 정원에 꼭 심어보고 싶은 마음을 준다. 두 번째 책에서, “무궁화를 아름답게 피우려면”에서는 무궁화나무의 생리적인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어떻게 키우는 것이 국화(國花)다운 지까지 이야기로 풀어낸다. 생물학에서 기재는 그 생물을 크기, 색깔, 모양, 행동, 서식지, 암수 구분, 유전자 정보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다른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하고 분류한다. 이때 기재자는 수치를 사용하고, 다른 이가 재연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기본이다.


셋째, 독자의 호응과 관심에 대한 반응이다. 이것은 생물학자에 대해 먼저 말해본다. 필자의 경우, 원생생물 중 섬모충의 형태를 가지고 계통분류학을 전공했다. 어언 20여 년 전, 필자가 석사생 조교로서 학부생들에게 “생물다양성 실험“을 가르칠 때다. 필자가 담당 교수에게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서 섬모충을 연구하러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자, 교수는 “그럴 필요 없어, 몇 명만 하면 돼.”라고 대답해 잠시 당황했던 적이 있다. 그것은 기재하고 생물다양성을 밝히는 일을 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에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을 간단하게 말한 것이다. 일반 학문이 그렇듯이 생물학의 어떤 분야는 소수 전문가 과정임을 조심스레 밝힐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때론, 대중화되기 어려운 용어나 방식이 고스란히 이어져 오기도 한다. 왜냐면 대중, 독자의 호응과 관심보다는 정확하고, 근거가 명확한 데이터를 생산해서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정밀한 도구로서 역할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위의 두 책은 더 많이 읽히고 공유되면 좋으리라.


이제는 서로 배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두 책 모두, 그 식물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명명의 필요성에 관해 언급한다. 학명(scientific name)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학술적 이름이고, 국명은 한 개 국가에서 사용하는 1개의 표준명, 지방에서 달리 부르는 이름을 향명, 지방명, 방언이라고 한다. 두 저자가 언급하는 것은 학명에 대해서다. 분류학자들이 새로운 신종을 발견하면 신명칭을 제안해야 한다. 이때, 성경 창세기 2장에서, 아담이 각 생물의 이름을 지을 때, 가졌던 지혜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국명을 제안할 때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때 바로 두 저자의 식물, 나아가 생물에 대한 애정 어리며 통찰력 있는 관점이 필요한 대목이다. 잘 지은 국명에 대해서 좋은 예가 있다. 길이 1mm 정도의 작은 선충이다. 노화와 관련된 염색체 텔로미어의 특이성으로 인해 이 생물은 다세포 생물의 발생, 세포생물학, 신경생물학, 노화 등의 연구에서 모델 생물로서 많이 이용된다. 바로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이다(사진 2). 이 속의 국명이 “신생선충속”이라 종소명 “elegans”를 국문화해서 해당 종의 종명이 “예쁜신생선충”이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이 종은 예쁜꼬마선충이라는 국명을 얻은 것이다. 얼마나 예쁜가. 1995년, 이 이름을 지은 충북대 엄기선 교수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 사진 2. 성충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의 해부도. 출처 Yue et al., 2021.

명명에 관해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두 책 모두 명명에 대한 부분을 짧게 다루고 있다. 종소명을 라틴어의 형용사형으로 쓴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보완해 본다면, 국제동물명명규약에는 ‘종군명칭은 주격 단수의 라틴어나 라틴어화한 형용사 또는 분사’라고 정의하고 있고, 조류, 균류와 식물에 대한 국제식물명명규약에는 ‘종소명으로서 사용되는 인명, 또는 국명이나 지명은 소유격 명사형, 또는 형용사형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한다. 그리고 라틴어이거나 라틴어 단어로 끝나는 속명(속군명칭)은 그 단어에 부여된 성(性)이 있어서, 종소명도 이 성이 일치해야 한다.


필자자신에게 묻는다. 생물을 사랑하는가? 식물과 생물을 일로 만났던 것은 아닌가 반추해 보게 된다. 위 두 책을 통해, 인문학적 통찰과 존재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배우게 된다. 사랑하게 되면 사색하게 되고 사색하면 지혜가 생기길.

※ 참고문헌
Yue,Y., , Li, S., Shen, P., Park, Y.H., 2021. Caenorhabditis elegans as a model for obesity research. Current Research in Food Science. 4, 692-697.
이동고, 2021. 식물에게 배우는 인문학, 식물은 사람에게 어떤 존재일까. 학이사. 256.
조상제, 2021. 교장샘의 재미있는 꽃 이야기. 지안프린테크. 214.
장진성, 홍석표 (역, 편집), 2012. 조류, 균류와 식물에 대한 국제명명규약(멜버른규약) 한국어판. 국립수목원. 199.
김일회(역), 2017. 국제동물명명규약 제 4판 한국어판. 국립생물자원관, 149.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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