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의 연민, 동정 등 자극적인 방식 의존하는 홍보 관행 개선돼야”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2-05-06 14: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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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희 울산광역시 인권센터장.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지난 4월 15일 울산광역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이하 구제위)는 연민, 동정 등 자극적인 방식에 의존하는 홍보 방식에 유의해야 한다고 의견표명을 냈다. 구제위는 특히 울산시를 비롯해 울산의 각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 및 후원물품을 전달하고, 이것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고정관념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구제위는 복지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개인정보동의서에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지 않거나, 수집항목, 수집 및 이용 기간이 과다하거나, 명시된 제공기관과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등의 사례도 확인했다. 울산시장에게는 봉사활동 및 후원물품 전달 과정에서 초상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할 것과 사회적 약자의 초상권 침해에 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여 홍보 주체가 자율 규제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초상권 침해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전진희 울산광역시 인권센터장은 언론의 홍보방식을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정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저널 이기암 기자(이하 이)=울산 내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나 사회복지시설 입소자들의 초상권 침해 문제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고 보는 거 같다. 언제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느꼈나?


전진희 울산광역시 인권센터장(이하 전)=작년 하반기쯤 한 사회복지시설의 사건을 조사하는 중에 언론기사 몇 개를 검색했는데, 후원물품 전달식 기사였던 걸로 안다. 전형적으로 물건 쌓아두고 받는 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채 포털에 올라와 있었다. 

 

그 사진들을 보며 이런 사진을 찍고 사용할 때 우리는 얼마나 고민을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동의를 받고 사진을 찍어야 하고,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사진이 사용돼야 한다고 본다. 단지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되어서 초상권 침해다’라는 단정적인 결론으로 이것이 바뀔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대개 신체적,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특징 때문에 다른 사회구성원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후원을 제공하는 사람은 이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이 부각되길 원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시민들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심는다면, 그리고 사회적 약자로 명명되며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자존감이 손상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이런 관행을 바꾸고, 문제의식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이 사안을 구제위원회에 올리게 됐다.

이=사회복지시설 등의 홍보과정에서 초상권 침해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어떤 피해들이 예상된다고 보는가?

전=사회복지시설에 후원물품을 전달하면서 증거나 결과물을 남기기 위해, (즉 제대로 배포가 이뤄졌는지의 여부를 알기 위해) 사진들이 요구되는데 문제는 언론에서도 컨셉이나 구도를 과하게 연출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굉장히 자극적으로 보이게 연출하는데, 예를 들어 이 사람의 상황을 굉장히 안 좋게 하거나 또는 슬프게 하거나 해서 포인트를 잡는 것이다. 이렇게 포인트 잡는 방식이 대상화된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히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엔 개인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 봉사활동사진, 복지시설 현장 사진들이 마구 돌아다니는데, 인터넷 상에 한 번 올라가면 그 후론 어떤 경로로 퍼지는 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인터넷 공간에서 영원히 그 사진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자기 사진이 올려지는데, 그게 전파가 되고 매체의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만약 어린아이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모자이크도 되지 않고 사진이 찍혔는데, 먼 훗날 자신이 성장해서 그 사진을 볼 때, 그리고 그 분의 아이가 그 사진을 볼 때 어떤 기분이 들 것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 

 

요즘같이 패러디가 많이 유행하고 있는 시대에 열악한 환경의 사진들이 패러디되고 재가공될 수 있는 가능성에 노출되는 해악도 생각해야한다. 이처럼 패러디와 재가공은 해당 집단에 대한 비하나 조롱등과 연결되어 혐오나 차별적 표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무엇보다 언론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출을 자극적으로 해서 관심을 끌어내는 방식은 옳지 않다는 말씀이신 거 같다. 왜 이런 식으로 홍보한다고 보나?

전=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다양하다. 기쁠 때도,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조금 힘들 때도 있는 것이다. 소위 사회적 약자들도 마찬가지라 본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홍보과정에서 보는 사회적 약자들은 늘 뭔가를 받기만 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그들의 일상의 삶은 보이지 않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시민들의 무의식속에 ‘저런 사람들은 일 할려고 노력을 하지 않아’, ‘다 받기만 하려고 해’라는 생각이 쌓이게 된다. 그러면 ‘나와는 다른 사람’, ‘도와줘야 하는 사람’ 등으로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도움을 주거나 후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사람”을 “내가 잘 돕고 있다”라는 이미지가 만들어 지길 원하는 것이고, 이렇게 되어야 후원이 지속으로 이어지게 되는 나쁜 고리가 있는 것이다. 지금 TV를 틀어도 모금 등을 유도를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나 사진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이런 방식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문제제기를 하고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개인정보 동의서의 문제도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이 문제인가?

전=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서비스 이용 전에 대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한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습니다. 서식에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 수집항목, 수집 및 이용기간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 홍보매체를 통한 사진, 영상, 초상권 사용 동의 여부에 동의, 비동의를 선택할 수 있는 칸이 없고, 초상권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강제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설사 동의·비동의를 선택할 수 있다 하더라도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동의하지 않는 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사실상 가능할까도 생각했다.

이=홍보과정에서의 사회적 약자 초상권 보호에 대해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에서는 어떤 의견 표명을 했는지?

전=울산광역시장, 울산광역시 및 소속 행정기관, 울산광역시가 출자 또는 출연해 설립한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의 봉사활동과 후원물품 전달과정에서 사회복지시설 입소자나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의견표명을 했다. 특히 홍보를 할 때 지도·감독 뿐 아니라 홍보방식 등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기관, 복지시설, 봉사단체, 후원자, 기업,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정치인 등과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해 홍보주체가 자율 규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서 해결하고 있는지?

전=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언론보도 준칙이 명확하게 나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 한국기자협회와 2011년에 <언론인을 위한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했다. 그 언론보도 준칙을 기자단과 함께 만들었고 이를 잘 지키자는 협약식도 했다. 저희도 그런 식으로 해볼까 했는데, 울산에서는 어떤 루트로 기자들에게 접근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 꼭 거창한 자리가 아니더라도 울산의 기자들과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볼 수 있으면 좋겠다. 언론과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공유한 결과물을 만들어서 우리지역의 사회적약자 초상권 침해에 대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초상권 침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전=사람은 누구나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자신의 얼굴 혹은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성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고,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인 초상권을 가지고 있다. 이번 ‘의견 표명’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 및 재발 가능성을 예방하고 관련 기관의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것으로 행정 및 공공기관, 복지시설, 봉사단체, 기업 등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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