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4-06 0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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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3월 말부터 4월 초에 이르기까지 잔칫날 풍년이다. 줄 잇는 가족들의 생일잔치로 시끌벅적하다.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장인어른, 어머니. 처형까지 5일 이내 간격으로 생일을 맞는다. 참 이러기도 쉽지 않다. 그런 데다 다들 가까이 살기에 생일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매번 손수 챙겨야 하는 일이다. 좋은 점도 있다. 부모님의 생신은 따로 챙기지만 우리 부부와 처형은 한 날 같이 생일 축하 모임을 한다. 특히 이날은 평소 부담돼 먹을 수 없었던 음식도 과감히 준비할 수 있다. 이를테면 돼지고기로 만족하던 것을 값비싼 한우로 대체할 수 있다. 다들 화기애애해 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매년 가족 중에서 생일을 맞으면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준비해왔다. 직업상 하는 일이라 늘 내 몫이었다. 올해는 아들이 직접 만들겠다고 먼저 나선다. 가끔 가게에서 나랑 같이 만들어서였다. 자주 보고 만졌던 터라 아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심지어 강의를 한다. 강의할 때 주로 사용하던 단어와 문장을 아들도 그대로 내게 말한다. 아이들도 어른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 어느 날 체험하러 온 손님 옆에 서서 참견하기까지 한다. 그럴 땐 좀 난감하다. 그리고 기특하기도 하다. 난 아이를 가리켜 ‘꼬마 강사’를 줄여 ‘꼬강’이라고 부른다. 농담으로 유치원 아이들 대상으로 케이크 강의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고 가면 칭찬 일색이다. 다들 놀란다. 아들도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이다. 이제 가족 생일이면 아들 시켜 케이크 만들라고 해야겠다. 남은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도 부탁한다. 아들아~~.


그런데 올해 들어선 가족 모임을 하기에 앞서 걱정거리가 있다. 다들 알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단계별로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사적 모임은 5명 이상 모일 수 없다. 다만 같은 거주지인 직계 가족 모임은 8명 이내로 둔다. 가족 수를 세어 보았다. 장인, 장모, 부모, 큰동서, 처형, 우리 부부, 자녀 셋 하니 11명이다. 보통 가족이 모이면 여덟에서 아홉 명 정도다.


지난 3월 말에 한 차례 생일상을 차렸다. 날짜 순서대로 우리 부부와 처형이 먼저다. 보통 때라면 근사한 고깃집이나 한식당을 찾았겠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피하기로 했다. 그래서 처형네로 모였다. 그런데 문제는 인원이었다. 다 모일 수 없어 처가 식구들로 구성됐는데 아홉이었다. 규정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남모를 비밀로 둘 것인가 모호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하나 빠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특별히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 될 게 없다. 조용히 입 닫으면 그만인 것을. 하지만 구성원 중에 민감한 사람이 분명 있는 법이다. 누군지 말할 수 없다. 어찌 됐든지 여덟 명을 만들었다. 간신히 생일상을 치렀다. 앞으로 남은 부모님 생신이 걱정이다.


아내의 생일날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을 직접 끓였다. 매년 생일 때마다 재료를 바꿔 다른 미역국을 선보였다. 올해 만든 미역국을 먹고 아내가 맛있단다. 장모님도 맛보신 건지 잘 끓였다고 칭찬하셨다. 뿌듯했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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