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어려운 숙제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 기사승인 : 2021-04-28 0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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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교육

‘‘간호사’, ‘나이팅게일’과 연상되는 단어를 접착 메모지에 적어봅니다.’


초중고 학생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학부모들은 무엇을 연상할까? 순간 떠올린 단어들은 여성, 백의 천사, 헌신, 희생, 전쟁, 어둠 속의 호롱불 등이 있겠다. 나이팅게일은 귀족 여성으로 태어나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크림 전쟁에 참전했다. 전쟁 중 많은 부상자를 구했다는 것 외에 빅데이터에 기반한 수학, 통계학에 있어 유능한 보건학자였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많다. 병사들의 사망률이 50%에 육박하는 전쟁터에서 병원 위생 상태를 재정비하고 간호사의 교육 및 훈련으로 사망률을 2%대로 낮췄다. 전쟁 후 군의 의료체계 개혁 방안을 위해 통계 자료를 분석하고 개선함으로써 여성 최초 영국 왕립통계학회 회원이 되고 훈장을 받았다. 위의 내용은 울산교육청 <성인지교육 집중학년 공동강의안 지도서> 내용 가운데 중학교 1학년 2차시 강의안 중 일부다. 


성별 고정관념은 성인에게만 있을까?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만 하더라도 생활용품을 특정 색에 성별을 나눠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특정 색을 선호하게 된다. 남아는 파랑, 여아는 분홍인 것처럼. 성의 역할을 확장해서 생각하고 역사를 다시 보는 교육, 이것이 요즘 학생들이 배우는 성인지교육이다. 


작년, 코로나19가 모든 사회 현안을 독점한 가운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n번방 성착취 사건’이다. 26만 명가량의 성착취 가해자를 양산한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디스코드, 라인, 위커, 와이어,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 앱을 이용해서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성착취 사건이다. 피해자는 중학생 등 미성년자를 대거 포함하는데, 그중 10대 이하가 60.7%에 달한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26만 명이란 가해자의 숫자를 일상생활에서 찾아보자면 큰 도로를 지날 때 택시를 발견하는 숫자와 비슷하다(2016년 기준 전국 택시 대수(면허대수) 25만4521대, 출처–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n번방의 대화 내용은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처참하다. 언론을 통해 n번방 성착취 내용을 안다면, 미성년자 피해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안다면, 온라인 성범죄가 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대혼란에 학교의 컨트롤타워인 교육청은 바빴을 것이다. 이어진 학력격차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기도 바쁜 와중에 성인지교육 계획을 발표해 반가웠다. ‘온라인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을 보면 교육청이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얼마나 기민하게 대책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단체에 소속돼 교육 편차가 있던 성인지교육 강사를 교육청에서 직접 양성해 공동강의안을 제공했다는 것은 울산교육청의 책임 있는 성인지교육이라 할 수 있다.


작년 4월 울산의 모 초등학교 ‘속옷 빨래 사건’은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해당 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은 20만 명을 넘겼고 한 달여 뒤 파면됐다. 같은 해 울산교육청은 ‘성희롱·성폭력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10월, 국회 교육위원회의 울산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성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이례적인 호평을 받았다. 


스마트 기기 사용은 일상이 됐고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으로 학생들의 미디어 콘텐츠 이용률은 늘어만 간다. 아동·청소년을 노린 지능형 성범죄 또한 갈수록 늘고 있고 이에 따른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울산교육청의 성인지교육이 같은 고민으로 교육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지역 교육청의 우수한 참고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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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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