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생명수 수유차(酥油茶)

김상천 시인 / 기사승인 : 2021-03-29 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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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리

사람의 먹거리만큼은 온 인류가 공동으로 대처하고 함께 해야 한다고 믿고 살았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을 이 시대의 가장 시급한 운동의 모티브로 삼아야 하는 지금 더더욱 식생활에 대한 전 지구적인 대 반성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늘 사람이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해 왔다. 한 나라에서는 별 필요 없는 음식이 어느 나라에서는 생명수가 되기도 한다. 한 곳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 또 다른 한 곳에서는 희귀한 것이 되는 것이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는 말이다. 그래야 엔트로피의 증가로 멸망해 가는 지구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 반대편의 불쌍한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중국 남쪽에 지천으로 있는 차(茶)가 북방의 유목민들에게는 생명수가 된다. 북방의 고산 유목민들은 고기만 있고 과일이나 채소가 없어서 심각한 영양의 불균형 때문에 생명의 위기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비타민 섭취의 해결책으로 차를 많이 마시게 된다. 이들이 마시는 수유차(酥油茶)는 하루에 60잔 정도가 된다니 세상에서 차를 가장 많이 마시는 민족인 셈이다. 티베트에서는 수유차라 하고 몽골에서는 수테체(수테차)라고 하는 유목민들의 차는 좀 특이하다. 크고 긴 대나무 통에 천량차(흑차)를 넣고 야크의 버트나 우유를 넣는다. 그리고 소금을 조금 넣은 후 5분 정도 막대기로 저어서 뜨거운 차를 큰 사발에 담아 후룩 후룩 마시는 것이다. 이들이 고기만 먹고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수유차가 있기 때문이다. 유목민들의 집인 빠오(게르)에 들어가면 반드시 뜨거운 수유차를 대접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수유차(수테차)야말로 북방의 고산 유목민들에게는 생명의 물인 것이다. 이 생명수가 없이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민족들이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차란 하나의 기호 식품으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지구적으로 생각한다면 남방 차 산지의 사람들은 차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며 북방의 유목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천하는 행동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서 해야 하는 것이다. 몽골에 있으면서 점점 수테차의 맛을 즐기게 됐는데 몽골 게르를 방문하면 여지없이 수테차를 내어놓는다. 그리고 수테차를 만드는 일은 그 집의 어린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몽골에서는 아이가 젖을 떼면 사내는 말을 타고 여아는 수테차 통에 막대기 젓는 일을 한다고 한다. 뜨겁게 해서 많이 마시는 이들의 차는 기호 식품이 아니고 필요한 주식이며 요리인 것이다. 


여름 초원을 방문하게 되면 밤에는 춥다. 쏟아지는 별을 보려고 게르 밖에 나온다. 이때 주인이 내어주는 뜨거운 수테차는 초원의 뭇 살아 있는 생명이 다 내 품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가져다준다. 고비 사막에서 외로운 밤을 지낼 때는 적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이때의 수유차 또한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뜨거운 훈기로 온몸을 감싸는 것이다. 나는 몽골 초원에서의 양고기와 수테차의 조합을 잊을 수가 없다. 양고기를 먹고 난 뒤의 느끼한 느낌을 수테차가 말끔히 씻어주는 것이다.


티베트와 몽골의 전통 수유차를 서양에서는 버터차(Butter Tea)라고 부른다.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밀크티(Milk Tea)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탕색이 회색이며 소금 간이 돼 있는, 구수하면서도 좀 느끼한 수유차를 청허당(淸虛堂) 차실(茶室)에서 한 사발 마시게 되면 조금 거북하고 영 맛이 이상하다. 몽골에 살고 있을 때 늘 마시던 그 맛이 아니다. 사람의 입은 이렇게도 간사한 모양이다. 어서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가면 몽골 초원으로 가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맛 나는 수테차를 마음껏 마셔야겠다. 


김상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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