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의사의 면허 취소를누가 반대하는가?

박준범 울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 기사승인 : 2021-03-29 00:00:27
  • -
  • +
  • 인쇄
건강 들여다보기

의협회장은 의료법 개정과 백신접종을 연계하면서 코로나19 시국에 사회적 공분을 샀다. 현재 의료법 개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여야 의견이 엇갈려 계류됐다가 3월 임시국회 법사위에서 재논의 및 의결할 가능성을 남겨뒀는데 이마저도 재보궐선거가 끝난 이후로 밀려난 실정이다. 


면허와 관련된 의료법 개정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은 범죄 종류와 상관없이 금고 이상의 형 확정시 면허가 취소되는데 왜 의사만 형평성에 맞지 않게 특혜를 받아야 하는가? 살인 및 성범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진료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의사면허가 취소되더라도 금방 재교부가 가능한 게 과연 옳은 방법인가?


찬성과 반대 양측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법안 발의 의원들은 의사의 윤리성과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금고 이상의 형으로 의사면허의 취소는 이전에도 이미 두 차례 의료법으로 존재한 적이 있었다, 변호사, 변리사, 공인중계사, 사회복지사 등도 같은 형량으로 면허가 취소되고 있으며, 의료상 과실치사상죄는 처벌 강화에서 제외돼 있다, 중대범죄 이후에도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는 점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의료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사협회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모든 범죄에 대한 금고 이상의 형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과잉입법금지의 원칙과 최소침해성의 원칙을 침해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배한다는 등의 이유로 과도한 의사면허 제한을 반대하고 있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과 달리, 법리에 직접적으로 종사하지 않는 전문기술직을 수행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의료법), 약사(약사법), 의료기사(의료기사법), 건축사(건축사법) 등은 모두 관련 법에서 면허를 수행함에 있어 면허와 관련이 없는 다른 법령의 위반으로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살인이나 성범죄, 마약사범 같은 중대범죄는 환자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으며, 중대범죄에 대한 면허의 제한은 의료계를 포함해 국민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핵심은 의료법 이외의 법령을 위반한 의사가 법의 취지인 환자 안전에 위협을 주는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중대범죄가 아닌, 의료법 이외 법령의 위반이 환자의 안전과 직접 연결된다면 법 취지에 맞게 당연히 면허 제한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면허 제한의 사유가 업무와 연관된 범죄여야 정당하다는 논리는 유효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개정 의료법에 적용받는 의료인은 연 평균 30~40명 선이고, 절대다수의 의료인들은 관련이 없으며, 이 개정법이 관련 없는 다수의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오히려 중대범죄를 저지른 소수의 의료인만 면허를 제한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사면허 취소 또는 자격정지 등의 이력을 공개하거나 이력을 취업 시 활용할 수도 있고, 투명하고 실효성 있는 면허 재교부 절차를 통해 재진입 장벽을 높여 통제할 수도 있다. 전문기술직의 관련 법을 보면 면허의 재발급에 대한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논의되고 있는 면허 취소 사유처럼 면허를 재발급할 때도 중대범죄 의료인에 대한 재교부를 제한하는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국민의 법 감정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중대범죄 의사의 면허 취소와 재교부 금지를 누가 반대한단 말인가? 다시 돌이켜보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사안은 아니었고 논란이 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과정이 있었다고 본다. 쟁점에 대한 양측의 간격을 충분히 좁힐 수 있었던 사안이라는 것이다. 정부 기관이나 국회는 입법과정에서 이익단체 또는 전문가단체와 소통과 협의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서 이견을 좁혀야 했다. 의사협회는 지금처럼 국민을 볼모로 한다는 오명을 쓰지 않고 의료계의 주장을 펼칠 수 있었다. 평소 의사협회는 의사라는 전문가단체로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기 위해 얼마나 준비하고 노력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 이 일을 계기로 의사협회의 전문가적 주장과 행동에 왜 많은 국민이 신뢰하지 않고 거부감을 갖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박준범 울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준범 울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박준범 울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