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 시인, 세 번째 시집 <문어의 사생활> 출간

정승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12-30 13: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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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하면서도 묵직한 근육질의 시...50편의 시와 1편의 산문 실려
▲ 조숙 시인 세 번째 시집 <문어의 사생활>

 

[울산저널]정승현 기자 = 조숙 시인이 시집 <문어의 사생활>을 출간했다. <금니>, <유쾌하다>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50편의 시와 1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 시집 <문어의 사생활>은 손안에 폭 감기는 작은 판형이다.

 

작은 바람에도 쉽게 두근거린다

 

바람에 들춰지는 파도에서

심해 속 문자가 튀어 오른다

싱싱한 비늘을 달고

바다를 헤엄치는 언어를 잡으려면

방파제에 올라 낚시 줄을 던져 넣어야 한다

비가 내리던 지난밤

나의 짠물이 옅어져가는 걸 보았다

부딪쳐오는 파랑에 몸을 휘청거리며

부두에 서는 까닭은

빛 없는 심해층을 항해하려는 꿈 때문이다

 

구름 떠있는 아득한 수평선으로

갈매기는 날아가고

 

펄럭거리는 책갈피

찢어질 듯 튀어 오르는 포말의 언어

방파제에서 가방을 연다

 

-가방 속에는 파도」 


<문어의 사생활>이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시집에서 조숙 시인은 주로 '바다'에 관심을 쏟는다. 바다 가까이서 30년 남짓 살아왔지만 이제야 바다가 보인 듯하다. 시인에게 바다는 언어를 찾아 헤매는 미궁의 공간이다. 바다에서 시어를 낚고 싶지만, 숙명적으로 막막하기에 시인은 바다 깊이 뛰어들기 전 바닷가 주변을 서성인다

 

문어는 육지의 삶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다. 인간도 바닷속 삶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다. 그 두 차원을 넘나든다면 편협한 나의 세계관도 열리지 않을까. 오래전 용두암 제주 문어에게서 시작된 질문을 찾아가야겠다.

 

-문어의 사생활


시집의 주인공인 문어는 특별하다. 문어에 대한 탐구를 통해 시인은 교류의 대상을 새로 찾았다. 우리가 아는 세계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지 깨달으면서 도달한 시인만의 도발이다. 시인은 아직 심해층으로 들어가 무엇을 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곧 해저 먼 곳의 이야기와 우리가 모르는 세계와의 교류를 안고 다음 시와 나타날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관념적 세계'를 일상으로 끌어온 시들이 많다. ‘기억이라거나 ’, ‘생각’, ‘슬픔같은 단어들이 산맥을 이루고(<산맥처럼>) 말려서 후레이크 조각을 만들고(<말려둔 슬픔>) 감정을 냉동했다가 쓰기도 하면서(<냉동해두고 싶은 것은 무엇이니>) 우리 곁에 살아 돌아다니게 한다. 무수한 경험을 묶어 편리하게 개념화해버린 단어들을 다시 섬세하게 풀어내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조숙 시인은 200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2012년 첫 시집 <금니>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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