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두고

김윤경 글 쓰는 엄마 / 기사승인 : 2021-03-30 0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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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일기

대학원 마지막 학기다. 졸업이 목표이면서도 아쉽다. 대학원에서 공부의 재미를 맛봤다. 박사는 언제 가나 혼자 가늠해본다. 마흔 전에 박사과정도 마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경험했다. 학생으로 사는 것이 행복한데 뒤를 돌아보니 서늘하다. 가족들의 피로도가 쌓여있다. 아내 뒷바라지하는 남편도 공부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도 피로하다. 언제 공부 끝나냐며 기다린다. 

 

가족들이 익숙해지기도 했다. 공부하러 간다는 인사에 쿨하게 반응한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비대면수업을 하고 있으니 그 영향도 있을 거다. 엄마가 방에서 수업 듣는다고 안 나오지만 그래도 집에 있으니까 아이들에겐 덜 와 닿았을 거다. 등록금은 아까워도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서 비대면수업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코로나 시국에 저녁 시간까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었다. 

 

5학기 중에 3학기를 비대면수업으로 하고 있다. 사이버대학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학교 건물도 안 쓰는데 등록금이 왜 그대로인지는 더 모르겠다. 어릴 적 책에서 미래에는 학교가 없다는 글을 봤다. 집에서 화상으로 수업 듣는 장면이었다. 여학생에게 선생님이 최고의 직업으로 불리던 때였다. 미래에 선생님이 없어진다는데 왜 선생님 되라고 하냐고 물었다. 그건 한참 후 일이고 일단 네가 어른 됐을 때는 그럴 일 없으니 공부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코로나가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미래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시대를 못 따라가겠다. 내 정서는 90년대에 머물고 있다. 문명의 발달이 불편하다. 훗날 내 딸들이 사이보그를 데려오진 않길 바란다. 

 

졸업을 앞두고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졸업하고 뭐 할 거냐, 이제 일할 거냐 궁금해한다. 가족이나 친척이 물으면 압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돈 좀 벌어라. 더 늦으면 받아줄 데가 없을 거야.” 나는 경력단절여성도 아니요 4대 보험에 접촉해본 적도 없다. 아르바이트만 섭렵하다가 더 이상 돈 벌고 싶지 않다고 나가떨어진 게 나다. 애 둘도 키웠는데 뭔들 못하겠나 싶다가도 ‘난 아무것도 못 할 거야’를 왔다 갔다 한다. 현실적으로 컴퓨터와 운전대 앞에 서면 작아진다.    

 

요즘 돈벌이에 대한 생각을 하곤 한다. 돈 벌려고 이 땅에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열심히 돈을 번다. 돈을 버는 이유는 뭘까?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벌긴 벌어야 한다. 먼저 돈은 생계수단이다. 살림이 굴러가면 여윳돈을 벌고 싶어진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사냐는 말이 이쯤에서 나온다. 여윳돈이 있으면 행복한가? 그러면 다행이다. 여기서 맹점은 사람마다 여윳돈의 기준이 다르다는 거다. 

 

나는 적게 벌고 적게 쓰고 싶다. 돈 버는 데에 시간을 많이 쓰고 싶지 않다. 가난하게 자라서 적게 쓰는 것은 이미 탑재돼 있다. 돈이 새는 구멍을 찾고 막는 방법에 눈이 밝다. 씀씀이가 크지 않아서 적게 벌어도 되니 안심이 된다. 돈 벌면 뭐 하고 싶지? 우선 친정엄마한테 생활비를 드리고 싶다. 엄마가 취약계층이 됐다는 전화를 받았단다. 아빠 생전에 보험이 없었다. 사망보험금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실감한다. 남은 배우자가 살길이 막막하다. 엄마 본인도 보험이 없어서 행여 병원 신세 질까 봐 조심하신다. 나이 들고 병원 신세 지는 건 당연한 건데 보고 있자니 안타깝다. 나도 결혼하고 처음 보험에 가입했다. 원가족 중에 누구 하나 크게 아팠다면 집이 파산 났겠구나 싶다. 그런 것치고 은행에 빚 안 지고 살아오신 거 보면 대단하다. 아무튼 글이 옆으로 샜다. 졸업을 앞두고 돈벌이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는 게 요지다. 청년들도 취업이 어렵다는 판국에 내 자리가 있을까. 학생만 하고 싶은 내가 현실과 타협하고 있다. 돈벌이, 밥벌이, 벌이의 무게가 묵직하다.

 

김윤경 글쓰는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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