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조숙 시인 / 기사승인 : 2021-03-29 0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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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에는 어떤 보물들이 있을까. 물고기가 헤엄치는 사이에 눈부신 보물이 놓여있다면 찾으러 가야 하지 않을까. 보물선에는 금은보화가 실렸을 것이다. 그러다가 내분이 일어나서 배가 좌초되거나, 해적선을 만나 싸우거나, 태풍을 만나 운 나쁘게 가라앉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보물선을 찾은 것은 쭈꾸미였다. 그물을 끌어 올렸는데 쭈꾸미가 무언가를 꼭 잡고 올라왔다. 쭈꾸미의 특성상 조그만 구멍 속에 들어가기를 좋아하는데 청자도자기를 집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은 1975년 8월 이렇게 쭈꾸미로부터 시작됐다. 바다, 강, 호수 같은 물속에서 발견되는 유물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수중고고학은 유물이 물속에 있으므로 장비의 발달이 이뤄져야 했다. 인어공주처럼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잠수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쭈꾸미가 들고 나온 도자기는 신안에서 발견됐다. 그래서 배 이름을 ‘신안선’이라 부른다. 신안선은 중국 무역선이다. 1323년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던 길에 불안정한 기상변화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에 대한 정보는 목간에 자세히 기록돼 있어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알 수 있었다. 중국 경원에서 1322년 4월 22일부터 6월 1일까지 짐을 선적하고, 일본의 하카타와 교토의 절이나 신사에 무역품을 전달하려고 했다. 배에서 발견된 물건들은 일본 귀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다도, 꽃꽂이, 향을 피우는 장식용 도자기와 향로, 금속공예품들이다. 도자기 2만여 점 중에 60%는 중국제였다. 고려청자 7점도 있었는데 중국으로 수출됐다가 일본인이 다시 사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배 바닥에 고급 목재로 사용되는 자단목을 깔고 동전을 채웠는데 배의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자단목은 나무가 붉은색을 띠고 있고, 향이나 약용으로 쓰였다. 인도네시아나 스리랑카에서 자라나는 상록활엽수인 자단목은 신안선에 실릴 때 껍질만 벗긴 원목 형태로 가공하기 좋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 당시에 자단목을 수입하기 위해 너무 많은 금과 은이 유출돼 중국 원나라에서 수입을 금지시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신안선의 목적지가 일본의 사찰이었으므로 불상이나 종교적인 도구 제작에 쓰이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700년 전에 물속에 잠겼던 자단목은 지금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보관돼 있다. 


동전은 800만 개 정도로, 서기 1세기 중국 신나라 때 발행된 화천부터 1310년 원나라 발행 지대통보까지 66건 299종이나 된다. 이 동전 때문에 신안선의 연대를 확인하게 됐다. 원나라의 주요 화폐는 지폐였다. 원나라 때 정식으로 주조된 동전은 딱 두 차례. 1310년 발행된 지대통보와 대원통보였다. 이 두 동전은 신안선에서 확인돼 신안선의 침몰연대를 가늠하게 됐다. 원나라는 동전의 주조 이후 딱 1년 만에 사용을 금지시켰는데, 그 때문에 동전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원나라는 동전을 해외무역을 할 때 금, 은 및 상품으로 교환하는 것은 허락했다. 신안선에 실린 28톤, 약 800여 개의 동전은 일본과의 교역품으로 중국에서 반출된 것이다.


또 다른 고선박 대부도 2호선은 대부도에서 낙지잡이를 하던 어민에 의해 발견됐다. 배 앞머리와 뒷머리 일부만 노출된 상태였다. 고선박은 보통 침몰 지역명에 따라 명칭을 부여하며, 대부도에서는 2006년 고려 선박이 발굴된 바 있어, 그 후 발견된 선박은 대부도 2호선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대부도 2호선에서는 곶감과 생선도 발견됐다. 고려시대의 곶감 과육과 젓갈로 추정되는 생선의 살점이 남아있어서 발견한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바닷물의 소금기와 진흙이 부패를 막아 오랜 세월 동안 보존된 것이다. 


서해안은 비교적 안전한 교역항로였기 때문에 많은 무역선이 운항했고 또 그로 인해 침몰선도 많았을 것이다. 신안선 발견 이후 20개 이상 발견됐지만 울산이 접하고 있는 동해에서는 돈스코이호라는 러시아 전투선 하나만 확인됐다. 돈스코이호에는 한때 전투자금이 실려 있다고 소문이 나서 전국이 떠들썩했다.
보물선에는 금은보화만큼 가치가 있는 역사의 보물이 실려 있다. 바다에서 낚시를 하거나 수영을 하다가 보물선의 앞머리나 뒷머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쭈꾸미처럼 운이 좋다면.


조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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