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울산시민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9-28 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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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오늘도 부산을 다녀왔다. 나는 부산을 꽤 많이 찾는 편이다. 어쩌다 강의할 기회가 많아져 바쁠 땐 한 주일 내내 다녀야 한다. 도로 사정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왕복 서너 시간을 달려야 하고 업무까지 보고나면 하루가 금세 가버린다. 그러면 가게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가게 밖을 나선다는 것은 가게 안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뜻이다. 카페 특성상 하루 중 여는 시간이 길어 함께 일하는 동생에게나 나나 체력이 문제가 되곤 한다. 서로에게 부담되는 일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 부산을 향한 발길을 끊을 순 없다. 이렇게 자주 부산을 찾게 된 배경은 예전에 부산 시민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산 세월은 내게 많은 이력을 남겼다. 과거 부산에서 쌓아둔 친분과 사업적인 노하우가 울산에 와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부산은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니었지만, 학창 시절을 보냈고 부모님과 함께 30년 넘게 살았던 곳이다.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부산에 연고를 둔 각종 스포츠팀을 응원하기도 했다. 나름 지역적 특색이기도 한 ‘파이팅 정신’을 갖고 야구장, 농구장, 축구장을 누비고 다녔다. 알다시피 부산에 적을 둔 팀들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내가 응원한다고 성적이 더 나아질 팀들은 아니었지만, 난 의리 하나만큼은 지켰다. ‘무조건 무조건이야~’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그렇게 나는 ‘부산 사나이’였다. 이렇게 뼈를 묻을 것만 같았던 부산을 떠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이미 많은 일을 펼쳐놓은 터라 쉽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부산을 떠나게 했던 것은 지금의 아내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사랑 때문에 일을 버렸다고나 할까. 사랑 때문에 부산을 떠난 것이라고나 할까.


마흔을 갓 넘겨서 결혼했기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난 노총각으로 살았다. 어머니보다도 한집에 살았던 할머니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신은 밤낮으로 기도하며 사셨다. 할머니는 내 결혼식을 보지 못하고 하늘로 가셨다. 이후에 추모공원을 찾아 할머니 앞에서 못내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소망이 결국 이뤄진 셈이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당시 결혼이 뜻대로 되지 않았던 난 부산을 떠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동생은 나보다 먼저 울산으로 올라와 일을 시작했다. 나름 터를 잡아 울산 토박이인 양 행세도 제법이었다. 동생에게서 빵 냄새가 아닌 뭔가 모르게 현장에서 느껴지는 중공업의 무거운 냄새가 났다. 그런 동생 덕에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동생이 원장으로 있던 학원의 수강생이었다. 마침 그곳을 찾았던 난 우연히 그녀를 알게 됐다. 그렇게 우리에게 우연이 필연이 됐다.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풀릴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그 후로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녀와 세 번째 만났을 때 결혼을 결심했다. 동시에 울산으로 와야겠다는 생각이 내게 미쳤다. 상대의 마음은 생각지 않고 노총각 딱지를 떼고픈 마음이 앞선 섣부른 생각이었을까 고민도 했다. 그저 집착이 아니기를 빌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일을 마치면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일터를 옮기기도 했다. 일 년 사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아내가 나에 대한 확신이 들었단다. 


그렇게 아내 덕에 울산이란 땅을 밟았다. 결국 울산은 아내와 나, 우리 사이를 이어 줬다. 어느새 내게도 기꺼이 터를 제공해줬다. 그리고 아이의 고향이 됐다. 적어도 내게 울산은 큰 인연을 만나게 해준 고마운 곳이다. 부산에 비하면 울산에서 지금껏 산 시간이 짧았지만, 그 긴 시간보다도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부모님도 울산에 올라오신 지 일곱 해가 흘렀다. 이제 부산에 내려가면, 잠시 머물 곳은 있어도, 맘 편히 쉴 곳은 없다. 부산을 자주 내려가지만, 왠지 낯설게만 느껴진다. 기분 탓일까.


지금 난 울산에 연고를 둔 농구팀과 축구팀을 열렬히 응원한다. 내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 준 이곳을 사랑한다. 나는 울산시민이니까.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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