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21-09-28 00:00:06
  • -
  • +
  • 인쇄
백태명의 고전 성독

 

아이는 늘 웃는다. 어른은 잘 웃지 않는다. 어른들도 한때 모두 아이였지 않은가? 어른들이 언제, 무엇 때문에 웃음을 잃었을까? 이것저것 따지는 일은 학자의 몫으로 돌리자. 우리는 다만 서산마애삼존불이 보여주는 대로 따라서 웃자. 일삼아 웃고 일처럼 웃자. 웃다 보면 웃음 뿌리 튼실한 웃음꽃이 피리라.


식견이 많고 적은가에 따라 차등 세상이 판을 친다. 아이-소인-군자-철인으로 최하의 아이에서 최고의 철인까지 위계가 뚜렷하다. 웃음이 점점 사라지는 순서대로 식견의 양이 늘어난다. 17세기 조선에 글을 잘 쓰는 방법을 탐구하고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한 신흠은 이 관습을 뒤집었다.


군자의 도덕적 분별을 넘어선 경지인 철인의 달관은 노력해서 얻은 성과다. 아이의 동관은 타고난 그대로의 천진난만한 상태에서 누리는 자유다. 달관의 경지를 탐하지 말고, 누구나 타고난 그대로인 동관을 찾아 간직하자. 이런 발상으로 차등론을 부정하는 대등론을 크게 이룩하자.(<우리 옛글의 놀라움>, 44쪽, 조동일, 지식산업사)

哲人達觀(철인달관)하고 : 철인은 달관하고
小子童觀(소자동관)이라 : 아이는 동관한다.
達觀(달관)하면 :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을 활짝 열어젖혀 총괄 판단하면
則旁燭無疆(즉방촉무강)하나 : 널리 비춤이 끝이 없지만
童觀(동관)하면 : 타고난 그대로 동심으로 바라보면
則守株自安(즉수주자안)이라 : 타고난 근본을 지켜 저절로 편안하다.
吁嗟乎(우차호) : 아아
童觀(동관)이여 : 동심이여, 동심이여!
(申欽, <象村集> 권31, ‘觀銘(관명)’)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에 직접 가서 본 부처님의 미소가 자꾸자꾸 떠오른다. 두고두고 새록새록 웃음꽃이 핀다. 시를 써서 마음에 새기자.

瑞山磨崖如來三尊像笑(서산마애여래삼존상소)라 : 서산마애여래삼존상의 웃음이라
笑笑以任笑(소소이임소)하자 : 웃자, 웃자, 일삼아 웃자.
遊笑誰不能(유소수불능)이랴? : 놀면서 웃기야 누군들 못하랴?
笑笑以務笑(소소이무소)하자 : 웃자, 웃자, 일처럼 웃자.
笑根强壯兮(소근강장혜)여 : 웃음뿌리 튼실하구나!
笑華滿發兮(소화만발혜)여 : 웃음꽃 활짝 피어라!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