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명령과 정식재판청구

박현철 변호사 / 기사승인 : 2021-05-18 00: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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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법률

약식명령이란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구약식)하면 판사가 해당 기록을 검토한 뒤 범죄의 양태가 중하지 않거나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경우 벌금이나 과료 또는 몰수의 형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해 공개재판을 받는 소위 공판절차 없이 간략하고 신속하게 형사재판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실무적으로 상당히 많이 사용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와 B는 친구 사이인데, 술자리에서 언쟁하다가 멱살을 잡고 서로 욕설을 했다. 이 경우 A나 B 중 한 명이 고소를 진행하거나 경찰이 출동해 인지수사가 개시되면 기본적으로 둘은 쌍방폭행으로 처벌받게 된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 단계에서 CCTV 등을 확보해 본 결과 단순 폭행에 해당되는 점, CCTV 등 증거가 분명한 점, 당사자 A 및 B가 진술을 함에 있어 부인하지도 않고 있는 점이 확인되면 A와 B는 단순 폭행으로 기소되지만, 재판을 거치지 않고 30만 원을 납부하라는 통지서만 받게 된다. 우리 법원은 이런 제도를 통해 피고인이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 심리적인 부담을 덜고 사법부의 업무 부담을 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만일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의가 있어 불복하려는 경우 약식명령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통상의 형사 공판 절차를 밟게 해달라는 ‘정식재판청구’를 할 수 있다(만일 약식명령 송달일로부터 7일이 넘은 경우에는 형사 판결이 확정된 것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다만 본인의 책임 없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식재판청구권회복청구를 할 수도 있다). 해당 청구는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서면으로 정식재판청구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많은 분이 문의하는 내용은 최근 개정된 정식재판청구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개념이다. 과거 약식명령으로 벌금 등을 납부할 것을 명 받아,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기존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벌금 300만 원을 약식명령으로 받아, 과도하다는 판단하에 정식재판청구를 하면, 정식재판 절차에서는 무조건 벌금 300만 원과 같거나 그보다 적은 형만을 선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 무조건적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하던 남발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 2017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없앴다. 본인이 폭행죄로 약식명령 벌금 300만 원을 납부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는데 더 중한 형을 선고받아 혹시라도 구속되거나 불이익한 처분이 날 수 있는지 문의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동종의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문언상 돼 있다. 예를 들어 폭행 사건으로 벌금 300만 원을 약식명령으로 받아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벌금 500만 원으로 중한 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있으나 구속이 되거나 실형+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필자 역시 지난해,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단순폭행사건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의뢰인을 만난 적이 있다. 아주 가벼운 다툼이어서 벌금 30만 원이 나왔으나, 의뢰인이 종사하고 있는 직역은 실형은커녕 벌금조차 있으면 안 되는 직역이었던 것이다. 이에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 피해자와 적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 결국 피해자들로부터 처벌불원서 및 고소취하장을 전부 받아낼 수 있었다. 1심 판결 선고 전에 고소 취소가 된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수 있었고 의뢰인 역시 직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박현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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