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미얀마 그리고 죽은 시인

이인호 시인 / 기사승인 : 2021-05-17 0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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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세상

광주, 미얀마 그리고 죽은 시인

                                                                    이인호


40년 동안 총알을 품고 산 은행나무
총알을 품은 시간보다
총을 쏜 자들이
더 오래 살아남는 걸 견뎌냈다
견뎌내기 위해 조금씩 단단해지던 마음

거기서 서서히 시작됐다고
견디기 힘든 그 마음부터

멀리 미얀마에서 들려오는 총성에
몸에 박힌 탄두가 더 깊어진다
그래도 우린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박혀 있는 옹이처럼
잘려나간 흔적으로 무뎌져간다

그들은 머리를 쏘지만
가슴속의 혁명은 알지 못한다*고
심장에 탄두를 품은 은행나무가
우수수 잎을 떨궈내는 저녁
늦은 밤의 죄를 숨기고 살아내서
품은 탄두가 축축하게 젖는다

누군가 쏜 총알을 품은 나무들이
우우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총을 쥔 자는 어디에나 있어서
품은 줄 알았는데 맞은 거라고
맞아서 구부러진 마음들이
쏜 자들을 향해 울음을 토해낸다

그렇게 울어 본 사람은
품은 죽음으로 한 생을 다 바치기도 하고
그걸 가슴이 하는 일이라고 부른다


*미얀마의 시인 켓 띠의 문장. 군부 쿠테타에 저항하다 군경에 끌려가 심문당한 지 하루 만에 장기가 제거된 시신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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