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판사> 속만 더 답답해진 사회비판 판타지

배문석 / 기사승인 : 2021-08-24 00: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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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

tvN 드라마, 디스토피아 세상 속 법과 정치

 

‘역병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혼란을 겪는 암울한 미래, 빈부격차는 극심하고 사회 곳곳에 불신과 혐오만 가득하다. 제대로 된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고 모두 범죄와 비리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런 때에 정부는 국민이 투표로 참여하는 이른바 ‘시범 재판’을 열기로 한다. 


방송으로 생중계되는 법정을 부장판사 강요한(지성)이 진두지휘한다. 그는 첫 시범재판에서 '국민의 권력을 이임받는 권력자‘를 자처하며 독극물이 섞인 폐수로 흘려보낸 JU케미칼의 주일도 회장을 소환했다. 그리고 법무부 장관과 유착관계로 방심하던 피고에게 금고 235년 형을 선고한다. 그렇게 “재판은 게임”이며, 게임에서 이기려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라지 않아야 한다는 김요한의 법정 라이브 쇼가 시작됐다. 

 


tvN 토일 드라마 <악마판사>는 일종의 ‘사회비판’ 판타지다. 그래서 최근 우리가 겪어온 현실을 여러 장면으로 각색해 보여준다. 판을 치는 가짜뉴스, 비리 재단, 금권 카르텔, 폭력적인 경찰의 시위대 진압, 인종혐오, 극우 유튜버 등등. 그리고 현실보다 더 심각한 재앙 수준으로 권력의 세계를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허중세(백현진)는 연기 잘하는 배우를 허수아비로 캐스팅하듯 당선된 인물이다. 법무부 장관 차경희(장영남)는 아예 대놓고 비리를 저지르고, 정치인 사찰과 사건조작의 달인이다. 그리고 정선하(김민정)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회적책임재단’이 비리의 온상으로 난공불락처럼 버티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에서도 김요한 판사의 정의구현은 결말을 완성했다. 지금까지 네 차례의 시범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국민적인 지지를 교묘히 끌어내며 시원한 칼질을 해댔다. 악의 카르텔은 서로를 물고 뜯으며 균열이 갔다. 요한과 그 주변에 대한 공격은 김가온(진영)의 각성을 이끌었고 모든 진실이 명백히 가려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결말에도 속은 더 답답해질 뿐이다.

 

 


결국 정의를 완성하는 과정이 요한과 가온이라는 두 판사의 손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사회구조 전체를 띄워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날선 풍자를 했지만 해결방식이 진부한 영웅주의로 흘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결되는 결말과 현실을 겹쳐서 본다면 더더욱 답이 없다. 국민이 주체가 됐던 촛불혁명보다 퇴행적이지 않은가. 

 

 


연출을 맡은 최정규 PD와 작가 문유석은 <악마판사>의 기본 틀과 색감을 영화 <배트맨 다크라이즈> 시리즈에서 빌려왔다. 그리고 시범재판은 웹툰 <국민사형투표>에서도 이미 다뤘던 아이디어다. 작가는 무엇이 올바른 정의인지 묻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게 ‘악마판사’ 요한이 북 치고 장구 치듯 두들기는 장단 위에 춤춘다는 것이 문제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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