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팬데믹 2년, 한국의 영화산업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 기사승인 : 2022-01-04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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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한국 최초의 영화는 1919년 10월 27일 단성사에서 개봉한 <의리적 구토>(김도산)다. 무대 공연과 영상이 융합된 키노드라마(연쇄극)로, 지금은 공연예술에서 2차원 영상과 3차원 홀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지만 당시는 새로운 형식의 무대공연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감독 이외의 모든 스태프가 일본인이었다. 사실상 영화라기보다 공연이었지만 최초로 일반 대중에 공개된 영상이란 점에서 영화인들은 이 영화를 한국 최초의 영화로 합의했다. 세계 최초의 영화인 1895년 뤼미에르의 <열차의 도착>도 영화라기보다 맥락이나 주제의식이 없는 숏폼(short-form)이다.


한국영화 100주년이었던 2019년에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극한직업>(1월, 1626만), <어벤져스: 엔드게임>(4월, 1393만), <겨울왕국2>(11월, 1336만), <알라딘>(5월, 1255만), <기생충>(5월, 1008만) 등 다섯 편이다. <기생충>의 경우 천만을 채우려 한다는 오명을 들으면서까지 극장에 오랫동안 걸어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주요 해외영화제들에서 수상하며 한국영화 가치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간 극장 관객 수는 2013년 통합전산망을 통한 집계 이후 연간 최다관객 기록 2억1000만 명을 넘어선 2억2668만 명을 기록했다. 극장매출은 전년 대비 1000억 원이 증가하면서 1조9140억 원을 달성했고, 전체 한국영화시장 규모는 6조 원 이상이라는 기록을 갱신했다. 디지털 온라인 창구 매출도 전년 대비 7.5% 증가했고, OTT(Over The Top)와 온라인 VOD 시장은 27.7% 커졌다. OTT 등 디지털 창구의 공격에도 한국영화의 신(新)르네상스에 의심이 없었다. 다만 제작현장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속됐다. 극소수의 빅버젯(아주 큰 예산) 영화 이외에는 대부분 저예산 영화로 편중됐다. 극장 스크린도 전체 스크린 수의 70%를 3편의 영화가 독점했고, 나머지 영화는 파이게임을 했다. 울산의 경우 극장 수는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과 제주를 제외하면 극장 8개, 스크린 수 50개, 좌석 수 8177개, 연 관객 수 482만여 명으로 꼴찌지만 1인당 평균 관람횟수는 4.2회로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팬데믹 시국으로 전 세계 예술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2020년의 한국영화시장은 2019년 약 2조 원이었던 극장매출에서 73.3%가 감소하면서 5104억 원에 그쳤다. 2019년 한국영화 개봉편수 199편에서 2020년은 165편으로 17% 정도 감소한 수준이지만 관객 수는 전년 대비 25% 수준밖에 안 됐다. 이는 19년 전인 2001년 극장매출 5237억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1997년 <쉬리>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오던 한국영화계는 속수무책으로 주저앉았다. 개봉을 준비하던 영화들은 기약 없이 대기하고, 제작 중이거나 제작을 준비하던 영화들은 대부분 중단됐다. 수입영화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2021년 11월 현재 극장 누적매출액은 50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0.4% 수준으로 미미하게 상승하긴 했으나 관객 수는 520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4% 하락했다. 한국영화 누적매출액은 1629억 원으로 열악했던 2020년보다 52.8% 더 감소했고, 관객 수도 56.9% 감소한 반면 외국영화 매출액은 120.7%가 증가한 3371억 원이고 관객 수도 91.2%가 증가한 3487만 명으로 기록됐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부재로 한국영화가 반사이익을 얻긴 했지만 그 규모가 작았고, 외국영화도 <이터널스> 한 편으로 외화 매출액의 약 10%를 차지한 점으로 볼 때 한국영화시장은 지극히 초라해졌다. 제작현장이 원활하지 않아 재개봉을 통해 스크린을 채우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 한국영화계는 OTT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대안 또는 살아남은 생태계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7년 넷플릭스 제작의 <옥자>(봉준호)가 칸에서 영화냐 아니냐는 논쟁을 일으킨 지 불과 3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필름이 디지털 파일로 대체됐듯 극장 스크린의 영화들은 거실의 TV나 책상 위 모니터 안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징어게임>(2021, 황동혁), <지옥>(2021, 연상호) 같은 아기자기한 블록버스터나 다양한 주제와 방식의 영화, 드라마들이 극장 스크린을 대신한다. 영화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바를 소재, 플롯, 형식의 다양성과 함께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이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고, 기술과 함께 진화해온 영화는 DNA(Data, Network, AI)의 시대에서 최후까지 생존할 시장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2년, 한층 더 진보해나갈 영화계를 기대한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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