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예민한 나를 달랜다

최미선 한약사 / 기사승인 : 2022-01-03 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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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약재 산책

몇 해 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중국 만주에 여행을 간 적 있다. 공항에 내렸을 때 넓게 펼쳐진 하늘이 마치 와이드뷰로 찍어놓은 사진 같았다. 광활한 만주 벌판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만주는 땅이 비옥해서 과일의 육질과 맛이 좋다고 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대추였다. 모양은 대추라기보다는 작은 사과 같았다. 식감도 사과와 유사했다. 같이 간 친구는 만주의 선물이라며 밤마다 한 봉지씩 사다가 간식으로 먹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추는 크기가 작고 씨앗은 상대적으로 크다. 약으로 쓰이는 약대추는 더욱 작다. 식감도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나 약으로 쓰기에는 과육이 많은 것보다 작고 단단한 것들이 더 좋다. 

 


한약 처방에 강3조2라는 것이 있다. 한약을 달일 때 생강 3편과 대추 2알을 넣으라는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약대추 기준이다. 


대추는 한약명으로 대조라고 한다.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고 기운을 나게 하는 약에 속한다. 여러 약재를 섞어서 약을 달일 때 대추는 약성을 조화롭게 하고 독성을 해독하는 역할을 하기에 생강과 함께 세트로 들어간다.

 


대추의 가장 큰 효능은 몸을 따뜻하게 하여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철 감기 예방하는 목적으로 대추차를 음용하는 것이 좋다. 다른 효능은 신경을 안정시키는 역할이다. 대추가 많이 들어가는 감맥대조탕이라는 처방이 있는데, 이는 신경증을 완화시키고 잠을 잘 자게 하는 효능이 있다. 따라서 신경이 예민한 수험생이나 스트레스로 힘든 사람, 잠을 잘 못 자는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 대추를 권한다. 또한 대추는 살이 잘 찌지 않거나 근육이 마른 사람에게 좋은 약재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는 대추의 육질을 갈아서 먹으면 더욱 효과가 있다. 사무실 아래에 전통찻집이 있다. 이곳의 대추차는 육질을 갈아서 죽 같은 상태로 나온다. 아마도 만주 대추처럼 과육이 많은 대추를 쓰는 것 같다. 날씨도 춥고 배도 출출하고 신경이 예민해졌다 싶으면 내려가 한 잔 마시며 나를 달래곤 한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실제 온도보다 차갑게 느껴진다. 대추차 앞에 놓고 흐릿해진 창문 너머로 흔들거리는 마른 나무에 연민을 느끼기 딱 좋은 날이다.


최미선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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