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버킷리스트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8-24 0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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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어느 날 아들은 차가 생기면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차를 가지려는 열망이 나보다 아들이 더 컸던 모양이다. 어느새 아이도 자랐고 가족 모두 외식도 하고 바깥바람이라도 쐬려면 대중교통만으로 부족했다. 마침 장모님이 당신의 딸과 아이를 위해서라도 차를 장만해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내게 보내셨다. 아뿔사. 장모님의 메시지가 당혹스럽긴 했지만 그 말씀대로 우리에겐 패밀리카가 필요했다. 다만 신차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요즘 난 이 차 저 차 눈팅만 할 뿐 아직 마음을 정하진 못하고 있던 터였다.


아들에게 차를 사면 뭘 할 거냐고 물었다. 차박이 꼭 하고 싶단다. ‘차박’이 아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셈이다. 계절 탓에 최근 가까운 주전 해변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됐다. 나와 다르게 아이는 물에 들어가는 걸 심히 좋아한다. 그래서 그곳을 자주 찾게 됐다. 한참 해수욕에 열중하는 아이는 혼자서도 잘 놀았다. 파도가 오갈 때마다 아이도 파도를 따라 달리다 빠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한낮의 해가 식을 때쯤 집에 가자고 하면 아이는 늘 아쉬워했다. 매번 아이는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 눈치가 아니었다. 그러다 아이는 차박하는 차들의 행렬을 보게 된 것이다. 넓게 펼쳐진 주전 해변은 늘 차박 차량으로 넘쳐 난다. 캠핑카, 카라반 같은 차박에 특화된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 역시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언젠가 차박을 하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그런데 차박을 하려면 적어도 SUV 정도는 돼야 가능하다. 그 후로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내 시선이 SUV로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조만간 우리 가족을 데리고 대리점에 방문해야겠다.


휴가철이 다가오기 한참 전부터 아이는 “차박 차박”하며 나를 보채기 시작했다. 아내도 이번 여름이 지나가기 전 아이의 차박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며 노랠 불렀다. 아이를 핑계 삼은 아내의 간절한 요청이라 생각했다. 그간 일을 이유로 가족 여행을 미뤄 왔기에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여행한답시고 당장 차량을 구매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구매를 결정한다고 해도 금전과 시간이 문제였다. 그리고 차량만 있어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흔한 차박도 캠핑도 내겐 처음 겪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텐트 한 번 칠 일이 없던 나로선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우선 캠핑카 렌트하는 곳을 검색해서 알아봤다. 휴가철이 임박하니 렌트가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카페 일은 동생에게 부탁하고 휴가철을 피했다. 그러고 나니 렌트가 한결 수월했다. 렌트 업체에서 캠핑에 최적화된 용품 일체를 제공해줘 달리 준비할 게 없었다. 날을 정하고 나자 아이랑 아내는 차박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듯했다.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이런 모습, 간만에 봤다. 사실 일상의 공간에서 즐거울 일이 많지 않다. 가끔 그 공간을 박차고 벗어나야 비로소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법이다. 이제 우리 가족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캠핑카를 본 아이는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행지로 출발도 하기 전에 이것저것 작동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었다. 아이의 눈에는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는 이런 좋은 기분이 쭉 이어지길 바랐지만 떠나는 첫날부터 날씨가 흐렸고 기간 내내 비가 예상됐기 때문에 걱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내내 여행하기 좋은 날씨가 연출됐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딱 좋은’ 안성맞춤 여행이었다. 이렇게 기분 좋게 아이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성사시켜 아빠로서 뿌듯하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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