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세기, 시민문화권 보장을 위한 용어 바로 읽기: ⑤ 포용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예술학 박사 / 기사승인 : 2021-09-07 00: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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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오늘날 문화적 다양성이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해되면서 ‘포용’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영역에서 부쩍 강조되는 용어가 되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이 정부가 발표한 ‘제2차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은 ‘포용’을 ‘자치’에 이어 두 번째 주요 전략 키워드로 제시했다. 


‘사회적 포용’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초가 된 ‘사회적 배제’에 반대하는 개념으로 1990년대 들어 전격적으로 사용됐다. 배제는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할 뿐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사회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 생산, 그리고 지역사회 활성화에도 커다란 장애를 가져다준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런데 오늘날 ‘포용’이 중요해진 데 반해, 아직도 ‘포용’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베푸는 ‘자선’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그 정책 추진이 뿌리를 잘 내리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사자들에게도 스스로를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포용’이라고 하면 대부분 자선과 관용을 떠올리게 된다. 독일의 한 연구에 의하면 “배제를 경험한 사람은 참여하더라도 ‘즐거움’이나 ‘의욕’, ‘동기(motivation)’가 떨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의욕과 동기가 저하된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참여해달라고 바라는 것은 공염불에 가깝다.


배제를 전제한 전통적인 ‘포용’의 개념은 행위자들 각각이 처해있는 사회적 위상 차이, 즉 빈부·계급·남녀·내외국인 등과 같은 격차를 심리적으로 수용하게 함으로써, 사회 계층화와 차별을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이 관용(톨레랑스)의 역설이다. 


따라서 포용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를 멈추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사회구조적으로 배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예술가에 비해 보통사람들,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들,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들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표현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반 시설과 환경을 법적 제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문화기본법의 입법 취지이며, 이럴 때 ‘포용’은 ‘자치’와 함께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창출해나가는 주도적인 동력이 된다. 


지금까지 장애인 예술도 ‘자선’이나 ‘관용’의 관점에서 다뤄왔다. 이런 관점에서 장애인 예술은 비장애인이 만들어 놓은 우월한 예술 작품을 구경하거나 따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따라 하기’가 완료됐을 때, 비장애인은 어떤 ‘대견함’과 ‘동정심’을 ‘열정’으로 오해하며 장애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장애와 비장애의 위계적 질서는 더욱 강화된다.


하지만 다양성이 중요해진 오늘날 장애인 예술은 ‘포용적 예술’로 그 개념을 재정립하고 있다. ‘포용적 예술’이란 장애 예술(혹은 다양한 소수집단의 예술)을 또 다른 예술적 수월성과 창의성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즉 장애인 예술은 자선의 대상이 아니라 장애인이기 때문에 세계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고 그 표현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장애인이 표현한 예술은 예술의 새로운 언어이지, 기존 비장애인의 예술언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그 무슨 치료나 갱생이 아니다. 


결국, ‘사회적 포용’이란 말은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 집단들이 어떤 결핍한 상태로 있기 때문에 동정을 바라거나 역량이란 말로 자립(갱생)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포용’은 모든 인간은 그 존재 자체로서 권리가 있다는 ‘다양성’과 ‘평등’에 관한 사회적 선언이자 민주주의 성취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따라서 창의적인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무는 생활문화센터처럼 시민문화예술 창작과 활동 공간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문화와 예술에 있어 소외계층이라 할, 노동자, 여성, 청년, 장애, 외국인 이주민 등 계층별 표현 활동과 창작공간을 지원하는 것도 법 취지에 맞는 정책이라 하겠다. 그리고 또 당연히 요구해야 한다.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예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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