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구는 안녕하십니까

이해규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회원 / 기사승인 : 2021-08-24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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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고

 

“가장 저렴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 분리수거만 잘하면 충분할까? 책임에도 정도가 있을까? 판다를 지켜야 하는 이유? 온실가스의 주범이 소라고?” 이런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32가지 소주제로 머리 아픈 환경 문제의 원인과 현상, 그리고 대안을 차분하고 흥미 있게 써 내려간다. 책은 저자의 주장을 강요하기보다 우리의 생각을 열어주는 형태로 질문을 통해서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게끔 유도한다. 


환경은 감성적 접근보다 과학적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예를 들자면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면 퇴비로 사용되기보다는 대부분 동물의 사료로 쓰여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든지,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률이 14%도 채 안 되고 나머지는 토양과 바닷속을 오염시킨다는 사실,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전체 탄소배출의 8%를 차지한다는 사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이 나무나 숲보다 물이나 바다에서 주로 이뤄지고 온실가스의 증가는 바다의 산성화를 가져와서 해양생태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 등은 이 글을 쓰는 나도 몰랐던 사실들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타일러 라쉬다.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재치 있는 입담과 박학다식함에 뇌섹남으로 통하는 34살의 미국인이다.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채식주의자라 유명 자동차 회사와 치킨업체의 광고 모델 제안에도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지금 전 세계는 기후위기가 화두가 되고 있다. 유엔이나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이윤추구에 몰두하면서 효율성만 따져왔던 기업들마저 탄소제로, 탄소중립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의 생각이 많이 변하고 있지만 기후변화가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본주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시스템, 자본과 기업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기력, 이런 상황에서 갈팡질팡하는 우리 모습은 뭔가 불안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 하나쯤이야,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어’라는 무력감이 우리를 의식을 지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의 노력을 포기하거나 이전의 생활패턴을 반복하게 되면 우리의 생존은 물론 미래 세대의 삶도 불행해질 수 있다. 이런 절박함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 상승하면 북극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져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놓인다. 2℃ 올라가면 그린란드 전체가 녹아 마이애미, 맨해튼이 바다에 잠기고,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난다.…5℃ 이상 오르면 정글이 모두 불타고 가뭄과 홍수로 인해 거주 가능한 지역이 얼마 남지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평균 온도가 6℃까지 오르면 생물의 95%가 멸종한다.(p31)” 


이 책에서 흥미로운 대목도 있는데 저자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기후변화에 따른 필연적 사태로 본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바이러스나 세균은 기후위기로 더 증가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빙하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있던 박테리아가 노출될 것이고, 부패가 지연되거나 멈춰있던 동식물 사체의 부패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 사체 안에 동결되었던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오며 또 다른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다.(p50)”


누구나 환경 문제에 맞닥뜨리면 그 순간에는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삶의 양식이 바뀌어야지’ 하면서도 정작 시간이 지나면 예전의 습관대로 생활하기 쉽다. 앎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낭만적 환경주의자로 머물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런 감상적 환경운동을 넘어서 당장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한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질오염의 20%, 탄소배출의 8%를 차지하는 옷을 유행에 따라 자주 구입하지 않기, 채식 식단을 늘리고 고기를 조금 덜 먹는 일, 고기를 먹더라도 온실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소고기나 양고기 대신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선택하는 일,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구매하거나 기후위기에 동참하지 않는 회사의 제품을 사지 않는 것 등은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위기로 불리면서 우리의 생활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현실과 미래가 두렵다면 분노하고 바로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몇 가지 정해서 실천해보자.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자가용을 타지 않고 버스를 타고 출근하기, 텀블러와 친구가 되는 일, 기후위기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정치인을 표로 심판하는 일, 기업이 환경파괴에 나설 때 불매운동을 벌이는 일 등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조금 힘들고 불편하고 경제적 부담이 많이 발생하지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모여서 지역과 국가를 변화시키고 인류의 존속을 담보할 것이다. 거대 담론도 좋지만 우리 삶을 바꾸는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타일러 라쉬가 제안하는 하나뿐인 지구를 사랑하는 발칙한 제안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실천해보자.


이해규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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