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돈의 가치를 알고 있을까?

박준석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 기사승인 : 2022-01-12 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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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얼마 전부터 아이가 등교했을 시간에 우리 동네를 배회하는 낯익은 얼굴의 고등학생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 때는 아주 착실하고 공부도 잘하던 아이였기에 의아해 주변에 알아봤더니, ‘행운으로 얻은 돈’으로 시작돼 청소년 도박을 거쳐 감당하기 힘든 액수의 빚에 시달렸고 그 때문에 결국 자퇴까지 했다는 믿어지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 생각했고, 연이어 우리 아이도 돈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돈의 사용법을 모르면 행운이 불행이 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작년 가을쯤 코로나로 미뤄졌던 수학여행을 무박 2일로 갔던 일이 떠 올랐다. 학교에서 점심, 저녁을 모두 지원한다고 하여 거의 돈 쓸 일이 없겠거니 싶었지만 첫날 여행코스가 놀이동산이라 2만 원을 용돈 삼아 주었다. 저녁에 집에 왔을 때 아이는 500원만 남겨 왔다. 어디에 돈을 썼는지 물어봤더니 간식을 사 먹어서 캐릭터 인형을 사지 못했다며 돈이 너무 부족했다고 투덜댔다. 


어떻게 돈을 썼는지 자세히 물어봤더니 너무나 소비가 즉흥적이어서 돈을 규모 있게 쓴다거나 하나를 갖기 위해서는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기회비용에 관한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현금 대신 ‘T-머니’ 같은 교통카드에 용돈을 충전해 편의점에서 등하굣길에 이것저것 잘 사서 먹던 터라 돈의 크기나 가치에 대한 감각이 거의 없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됐는데, 평소 사용할 일이 거의 없던 현금을 사용해도 금전 감각은 비슷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자라나며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 거의 소비만 하고 대부분 중요한 것들은 부모가 사다 준다. 직접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검색하다 보면 같은 물건을 아주 다양한 가격으로 팔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부모 세대도 가격과 가치가 일치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본질적 가치를 알기 힘든 아이가 똑똑한 소비를 하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요즘 아이들이라 지금의 어른들보다 돈의 가치를 모른다. 돈을 규모 있게 쓰고, 모으는 경제활동에 대해 어떻게 배워야 좋은 가치관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우리 집 이야기를 해보면, 아이들의 주 수입원인 용돈 그중에서 특히나 명절에 친척에게 받는 돈은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나이까지 쓰지 않고 통장에 모아둘 작정이다. 쉽게 써버리면 아이는 영영 그 돈의 가치를 모를 것 같다. 성인이 되어 직접 돈을 벌어본 다음 그 돈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어떻게 쌓여온 것인지 보게 되면, 그때는 그 가치를 알게 될 것이고 그때 큰 힘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요즘은 가뜩이나 동전의 가치가 낮다. 심지어 놀이터에 동전을 버리는 아이도 있다. 100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도 거의 없거니와 부모들이 어릴 때 100원과 같은 가치가 아니라고 해도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 가득 차면 가족끼리 모여서 동전을 세어본다. 재미도 있고 돈의 무게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돈 버는 법은 잘 가르칠 자신이 없지만, 지키는 법은 알려 주고 싶고 많은 시간을 들여서 꾸준히 알려 주고 싶다.


돈을 쓰기 위해선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려면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돕게 함으로써 그 노동에 합당할만한 용돈을 줄 수도 있다. 벼룩시장, 당근마켓 등을 이용해 집안에서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 생활용품, 이미 작아져 버린 옷 등을 아이와 함께 찾아보고 그것들을 정돈해 직접 팔아 보면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돈이 대가 없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은 부모의 노고를 약간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를 책으로 공부해서도 배울 수 있겠지만. 자전거를 타는 법을 책으로 배우기 힘든 것처럼 직접 경험해야만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별도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활에서 배우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이란 일상생활에서 공기만큼이나 우리와 뗄 수 없기에, 아이들이 돈을 어떻게 규모 있게 잘 벌고 쓰고 모을 것인지 경제활동에 대해 가족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박진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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