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동의, 후 도움…크게 어렵지 않아요

이예서 휠체어 이용자 / 기사승인 : 2022-01-03 0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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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가치관과 생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아래 글 또한 필자의 생각을 서술한 글일 뿐 ‘옳다, 아니다’를 정의하는 글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과한 도움 또는 동의를 구하지 않는 일방적인 도움’에 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도움받는 입장에서 굳이 찬밥 더운밥 따지는 거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도 일방적인 도움은 ‘불편함’이 되기도 합니다.


‘일방적인 도움’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경험담이 제일 설득력 있다 생각하며 필자의 경험담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필자는 ‘활동형 휠체어’를 이용하는 척수장애인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해 자가 보행이 충분히 가능하며 높은 경사나 턱, 계단 등 불가능한 곳 아니면 혼자서도 잘 다닙니다. 제가 위에 ‘활동형 휠체어’라고 강조한 이유는 휠체어에 관한 기본 지식을 알려드리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휠체어라는 보장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눈에는 그 휠체어가 다 그 휠체어 같아 보입니다(저 또한 차에 관심이 없어 그 차가 다 그 차 같아 보이는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휠체어에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 휠체어, 활동형 휠체어, 전동 휠체어. 종류마다 기능이 다릅니다. 그중 활동형 휠체어는 휠체어 보조하는 법을 잘 모르는 분이 운전할 경우 자칫 이용자에게 위험을 줄 수가 있습니다. 다시 경험담으로 돌아가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을 보며 멍 때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신호가 바뀌고 느긋하게 ‘가야지~’라고 생각하는 찰나 갑자기 제 휠체어가 질주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 순간 정말 심장이 떨어지는 것처럼 놀랐습니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도 못 하고 있는 황당한 상황인데 뒤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라는 짧은 말은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미 제 휠체어를 밀며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활동형 휠체어는 이용자가 컨트롤하기에는 일반형보다 좋지만 본체가 작고 활동형으로 제작된 거라 작은 외부의 충격에도 쉽게 넘어집니다. 활동형 휠체어는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적응하는 데 오랜 훈련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일반 휠체어라 하더라도 동의 없는 질주는 굉장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나름 도와주시고(?) 있는 분이 질주하는 동안 전 휠체어에서 균형을 잡느라 양손으로 본체를 잡으며 힘들게 버텼습니다. 멈출 땐 작은 턱에라도 부딪쳐 몸이 튕겨 나갈까 봐(종종 겪는 일입니다;) 겁에 질려있었습니다. 청년은 스스로 뿌듯해하며 예의상 나온 감사 인사를 듣고는 유유히 사라졌지만 전 충격이 가시지 않아 한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얼어 있었습니다.


절 도와준 청년이 잘못한 걸까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분은 순수히 돕고 싶은 마음이 앞서나간 것뿐입니다. 아직까지도 이런 분들을 종종 접합니다. “괜찮아요~”라고 표현해도 도와주고 싶은 분들은 행동이 앞섭니다. 제가 생각하는 과한 친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서만 바꾸면 되니까요. 도움이 필요해 보이거나 도와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먼저 상대의 의견을 물어봅니다. “도와드릴까요?”라고 했을 때 상대가 응한다면 필요한 만큼의 도움만 드리면 됩니다. 굉장히 간단합니다. 이 또한 경험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건물 출입문은 통과했지만 출구 바로 앞에 높고 긴 경사가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도움 없이는 절대 오를 수 없는 산이었습니다. 도움을 구하자고 생각하며 누군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을 때쯤 한 여성분이 들어오는 것을 봤는데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무리한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 포기했을 때 그분이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봐 주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감사하지만 커피 때문에 힘드실 거에요”라고 답해드렸습니다. 그분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제 휠체어를 밀어주었습니다. 성인 남자가 밀어도 힘들 정도의 경사였는데 너무 감사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표하고 마침 열리는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게 됐습니다. 신기하게도 같은 층 같은 목적지였습니다. 그동안 그분은 휠체어를 밀어준다거나 하는 과한 친절을 베풀지 않았습니다. 전 그 경험을 하면서 솔직히 처음 물리적인 도움보다 그 후 그분의 행동에 인간적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반대로 큰 병원에 문병 갔다가 보기에도 너무 무거운 선물용 음료 박스를 들고 있는 어르신을 보았습니다. 마침 제게 병실을 물어보시기에 안내해 드리겠다고 하며 “박스를 들어드려도 될까요?”라고 여쭈었고 어르신은 미안해하면서도 더 이상 무리였는지 순수히 응하셨습니다. 만약 제가 “짐 들어드릴게요”라며 허락 없이 뺏듯이 행동했다면 그분은 마냥 좋기만 했을까요? ‘도움’은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 진정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판단으로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기본적인 매너가 함께 하면 서로가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선 동의, 후 도움. 크게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서 휠체어 이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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